머지 업그레이드 1년, 이더리움을 말한다
SUMMARY
-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머지 업그레이드 진행했던 이더리움
- 에너지 효율성이 확실히 개선, 우려했던 탈중앙성도 훼손 없이 PoS 잠재력 현실화해
- 확장성 강화 속 플랫폼 파편화 우려 제기, 결합성 지원 여부 관건 포인트 될 듯
© istock
전환 1년, 평가는 어때? 이더리움이 작업증명(Proof of Work: PoW)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으로 합의 메커니즘을 전환하는 이른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지 어느덧 1년이다. 이더리움 진영은 합의 메커니즘 전환 명분으로 에너지 효율성과 확장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일각에선 PoS로 전환하며 플랫폼이 중앙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머지 이후 지금까지 평가는 나름 긍정적인 것 같다. 머지로 인해 이더리움은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확실하게 개선됐고 탈중앙성도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스레터 기반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우블록체인(Wublockchain)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머지 이후 블록체인에서 장기적으로 중요한 키워드인 확장성, 탈중앙성, 에너지 효율성, 다양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효율성은 사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PoW 메커니즘에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수학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컴퓨팅 파워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 해당 체인에서 발행된 암호화폐를 지분으로 묶어 두는 PoS 환경에선 컴퓨팅 파워는 노드들이 받는 보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 소모량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확장성 측면에선 사실 머지 업그레이드로 직접적인 효과는 없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자체 확장성 강화는 머지 이후 업그레이드에서 추진될 과제다. 현재 시점에선 이더리움 확장성은 메인넷이 아니라 메인넷에 연결된 레이어2 네트워크들이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더리움 레이어2 생태계는 양과 질적으로 계속 성장하는 양상이다. 2021년 8월 공개된 아비트럼은 2년 간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레이어2가 지속 가능한 기술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아비트럼 이후 옵티미즘 등 다양한 레이어2 플랫폼들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주도하는 레이어2 프로젝트인 베이스(Base)도 등장했고, 요즘은 스타크웨어, zkEVM 등 영지식((zero-knowledge, zk) 기술을 활용한 레이어2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이더리움 레이어2는 메인넷에서 트랜잭션들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따른 수수료 부담과 성능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거래들을 하나로 묶은 뒤 메인넷에서 최종 완료하는 롤업(Roll-up)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롤업은 크게 옵티미스틱 롤업(optimistic rollup)과 zk롤업 계열로 나뉜다. 옵티미스틱 롤업은 검증인들(validators)이 제출한 모든 메인넷 거래들이 정직하고 정확하다는 가정 하에 작동한다. 때문에 옵티미스틱 롤업은 거래가 사기인지 여부를 탐지하기 위해 7일 동안 자산을 인출할 수 없도록 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증인들은 또 상당한 담보를 제출해야 한다. 가짜 거래를 올릴 경우 이들 담보는 사라질 수 있다.
Zk롤업은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s) 기술에 기반하며 ‘7일간 인출 불가’라는 제약이 없다. 또 프라이버시 보호와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이더리움 레이어2 시장은 아비트럼이나 옵티미즘 같은 옵티미스틱 롤업 계열 플랫폼들이 주도하는 구도였다. 옵티미스틱 롤업은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과 호환성을 앞세워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옵티미스틱 롤업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이더리움 메인넷용으로 작성한 코드를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자체 확장성 강화는 향후 업그레이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머지 이후 이더리움은 확장성 강화를 위해 서지(The Surge), 버지(the Verge) 퍼지(the Purge), 스펄지(the Splurge)로 불리는 업그레이드 코스를 밟게 된다. 머지 이후 첫 업그레이드인 서지는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토콜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이더리움 네트워크 보안 노드 운영을 간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샤딩(sharding) 기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샤딩은 확장성 강화를 위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샤드(shards)로 불리는 작은 단위들로 쪼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 중 일부만 거래를 검증하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노드가 거래를 검증하는 것이 아닌 만큼 체감할 수 있는 속도 향상이 가능하며, 샤딩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PoW보단 PoS가 유리하다는 것이 이더리움 진영의 논리다.
‘탈중앙화’ 가치는 지킬 수 있을까 이제 머지 이후 이더리움 탈중앙성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자.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비트코인과 함께 탈중앙성이 강한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비트코인 진영에선 이더리움도 중앙화됐단 비판이 있었지만 이더리움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는 플랫폼들 중에서 가장 탈중앙화 돼 있다는 것에 토를 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중앙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우블록체인도 PoW를 지지했던 만큼, 이더리움이 PoS로 탈중앙화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우블록체인 평가다. 이더리움에서 PoS 기반 노드 운영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리도,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FxS와 같은 유명 기업들이 스테이킹 대행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테이킹 서비스 업체들에 불만이 있는 경우, 개인들은 직접 노드를 구축할 수 있다. 우블록체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특정 노드 장애로 네트워크가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더 이상 아니다. 이더리움은 이제 최대 리퀴드 스테킹 프로토콜인 리도가 갑자기 붕괴하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격이 50% 하락하는 것일 뿐, 리도 때문에 이더리움 자체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우블록체인 분석이다.
블록체인 거래 처리 방법은 크게 UTXO(unspent transaction output: 미지출 거래 출력)와 계정 기반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UTXO 기반 블록체인이고 이더리움은 계정 기반이다. 우블록체인은 탈중앙화 기술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UTXO와 PoW를 선호해왔지만 이더리움 사례를 보면 계정 기반 모델과 결합된 지분 증명 방식도 높은 수준으로 탈중앙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더리움의 운명을 종합해보면 머지 이후 1년에 대해 이더리움은 PoS 기반으로 탈중앙화된 상태로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이것은 PoS가 지속 가능성을 나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더리움 재단은 탈중앙성 강화 일환으로 노드 경량화도 주목하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누구나 노드 운영에 참여할 수 있지만 개인이 직접 노드를 돌리는 것은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최소 32개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해야 하며, 네트워크에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고사양 하드디스크를 보유하지 않으면 직접 노드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개인들에게는 걸림돌이다. 노드 경량화는 이와 관련한 문제를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는 최근 개최된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 메인 행사 ‘임팩트(IMPACT)’에 화상으로 참여해, “이더리움은 탈중앙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디스크 공간에 대한 문제를 풀어 개개인이 노드를 직접 운영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더리움이 풀어야 할 숙제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레이어2 플랫폼이나 향후 추가될 샤딩으로 인해 애플리케이션들을 서로 분리돼 이더리움에서 강점으로 꼽혔던 결합성(composability)는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블록체인에서 결합성은 이미 출시된 프로토콜과 커뮤니티 파워를 새로 개발하는 서비스에 쉽게 버무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의미로 통한다. 게임과 탈중앙화 금융(DeFi)의 결합을 예로 들면 개발자는 디파이를 게임에 추가해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금융적인 경험을 보다 쉽게 제공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네트워크 차원에서 결합성이 뛰어난 블록체인으로 통했지만 레이어2가 확산되면서 플랫폼이 파편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더리움 메인넷에 직접 연결된 서비스들 간에는 결합성이 있지만 레이어2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레이어2가 다르면 결합성을 지원하지 않는다. 아비트럼 기반 앱이 베이스 기반 앱 속성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더리움 메인넷과 연결된 롤업 기반 레이어2들이 중앙화돼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레이어2들은 탈중앙화를 궁극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전에서 구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평가도 많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성장했다가 이더리움에 한계를 느껴 떠나는 프로젝트들도 나오고 있다. 디파이 프로젝트인 dYdX는 코스모스 기반으로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했고 이더리움 최대 디파이로 꼽히는 메이커다오는 향후 자체 블록체인 구축과 관련해 기반 기술로 이더리움이 아닌 솔라나를 선택해 암호화폐 분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더리움의 대안을 표방하는 블록체인들이 계속 나오고 이런저런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더리움이 갖는 지위 자체가 약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ETF도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주인 없는 플랫폼임에도 강력한 커뮤니티 파워를 확보한 이더리움 생태계는 중장기 로드맵 아래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크립토판에서 얘깃거리도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더리움의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