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생태계, 왜 이더리움 머지를 주목하는가?
Summary
- 오는 9월 이더리움은 PoW에서 PoS 합의 메커니즘 기반으로 전환할 전망
- 이더리움 진영은 PoS 전환을 통해 보안과 플랫폼 지속 가능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 PoS 전환 이후에는 샤딩 기술 적용 등 메인넷 확장성 강화를 위한 시도들이 본격화될 예정
- 하지만 PoS 전환으로 인해 이더리움이 오히려 지금보다 중앙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 iStock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9월로 예정된 ‘이더리움 머지 프로젝트(The Merge)’를 둘러싼 열기로 뜨겁다. 6월까지만 해도 가격 하락 속에 크게 위축된 분위기였지만, 7월 들어 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가격도 소폭 상승세로 전환했다. 구경꾼 입장에서 보자면 머지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 흥행파워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시가 총액 세계 2위에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만 놓고 보면 가장 큰 생태계를 갖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합의 메커니즘을 변경하는 것인 만큼 머지를 통해 순조로운 전환이 가능할지, 또 전환 이후 어떤 파장이 있을지 암호화폐 관계자들 관심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 머지가 올해 암호화폐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임은 분명하다.
머지가 뭐지? 머지는 이더리움 합의 메커니즘을 현재 작업 증명(proof-of-work: PoW)에서 지분 증명(proof-of-stake: PoS) 기반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에 따르면, 머지는 3S, 다시 말해 확장성(Scalability), 보안(Security),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강화를 목표로 진행하는 이더리움 2.0 전략의 첫 테이프를 끊는 프로젝트다.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머지는 3S 중 지속 가능성과 보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속 가능성은 에너지 효율성이 핵심이다. PoW 합의 메커니즘은 채굴자(Miner)들이 수학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고성능 장비로 경쟁하는 방식이다보니, 에너지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PoS 기반 이더리움은 채굴자가 아니라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는 검증인들(validators)에 의해 네트워크 합의 메커니즘이 운영된다. 스테이킹을 많이 할수록 보다 많은 이더리움을 보상 받는 방식이라, 검증인들은 PoW처럼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컴퓨팅 자원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디파이언트에 따르면 이더리움 합의 메커니즘이 PoW에서 PoS로 전환되면 네트워크 에너지 소비량은 99%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보안의 경우 PoS가 PoW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반론이 만만치 않지만 이더리움 진영은 그동안의 연구를 기반으로 PoS가 PoW보다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의 대니 라이언 연구원은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비츠가 운영하는 미디어 퓨처(Future)와 가진 최근 인터뷰에서 “공격 유형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연구원들은 PoW보다 PoS가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라이언 연구원에 따르면, 이더리움 생태계는 머지를 통해 PoW 기반일 때보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킹 관련 파생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PoS 기반 이더리움에서 검증인이 되려면 최소 32개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해야 한다. 일반인들 입장에선 32개 이더리움을 갖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리도(LIDO)와 같은 스테이킹 대행 서비스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를 확보한 상황이다.
머지 이후에도 프로젝트는 줄줄이 이더리움이 강조하는 3S 중 머지 프로젝트에서 빠져 있는 것은 확장성이다. 확장성 강화는 머지 이후 진행될 프로젝트들에서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더리움 커뮤니티 콘퍼런스에서 “머지가 이뤄지고 나면 이더리움은 55% 완성될 것”이라고 했는데,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45에서 많은 부분이 확장성에 대한 것이라고 보면 될듯싶다. 그에 따르면 머지 이후에도 이더리움은 서지(The Surge), 버지(The Verge), 퍼지(The Purge), 스펄지(The Splurge) 등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된다.
샤딩이 적용된 이더리움 구조 개요 © 비탈릭 부테린
서지는 샤딩(sharding)과 롤업(rollups)을 포함해 레이어 2 또는 컴패니언(companion) 제품 제작을 가능케 함으로써 이더리움을 보다 확장성 있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서지 단계에서 이더리움은 샤딩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샤딩은 확장성 강화를 위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샤드(shards)라고 하는 작은 조각들로 쪼개는 개념인데, 이를 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 중 일부만 거래를 검증하는데 참여할 수 있다. 기존 이더리움처럼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노드들이 거래를 검증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 처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샤딩은 PoW보단 PoS 메커니즘일 때 구현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지 이후 진행될 버지, 퍼지, 스펄지 모두 네트워크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젝트들이다. 부탈릭 부테린은 퍼지와 스펄지 단계를 모두 거치고 나면 이더리움은 초당 10만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이 초당 15건 정도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능 향상이 아닐 수 없다.
머지를 통해 이더리움 메인넷이 갖는 확장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더리움 확장성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인 건 아니다. 이더리움 메인넷과 연결되는 레이어 2 기술들을 통해 이더리움 확장성은 지금도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샤딩이 나올 때까지는 레이어 2 기술이 이더리움 확장성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니 라이언 이더리움 재단 연구원은 “레이어 2는 현재 이더리움 플랫폼에 어떤 변화도 주지 않고 10배에서 100배 확장성을 가져다 준다”며 “레이어 1 플랫폼 업그레이드에 기반한 미래 확장성 강화는 이것을 보완하고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머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하고 외신에서도 머지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머지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PoS로 전환하게 되면 이더리움이 지금보다 중앙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탄소 배출은 몰라도 탈중앙성 측면에서 보면 PoS가 PoW보다 불리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더리움 진영은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보안과 확장성,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더리움이 PoS로의 전환에 연착륙하고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확장성을 계속 강화해 나간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서비스, 이른바 웹 3.0 생태계는 양과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필자가 머지 이후 펼쳐질 시나리오를 대단히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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