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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테마주의 대안은 무엇일까?

SUMMARY

- 이재명 민주당 대표 리더십에 대한 우려 커져 대체제 주목

- 가라앉는 이재명 테마주 대신 떠오르는 김동연·이낙연·한동훈 테마주   

- 정치인들 입지 및 반사이익 확인되는 테마주 움직임

 

© istock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시민의식이 높아진 이유도 있고 선진국 국민들과 달리 본인들만의 취미·레저 생활을 즐기는 문화가 덜 정착된 까닭이 큽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TV와 신문 등 매체에 나오는 정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곤 합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정치 주도 매체가 됐습니다. 각자 성향에 맞춰 골라주는 유튜브 속 정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치 주관을 가져가는 것이죠. 확증 편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에 대한 질시와 경멸도 커지게 됩니다. 유럽에 축구 훌리건에 있듯이 한국에는 정치 훌리건이 있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보니 투자 업계에도 정치인들의 이름이 곧잘 나타나곤 합니다. 이른바 테마주입니다. 예컨대 대선을 앞둔 경우라면 이재명 테마주, 윤석열 테마주 같은 것이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안랩처럼 직접적인 지분 관계로 얽힌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연·지연에 따른 '끼워 맞추기'입니다. 정치인 본인도 모르는 사이 테마주로 여러 기업이 엮이는 것이죠.

이는 한국 정치의 구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되면 그와 연결된 기업 등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할까요? 정경유착만큼은 유구한 전통을 갖고 있다 보니 기대하는 심리가 있는 것일까요? 선거철이면 불어오는 정치테마주를 한 번 보겠습니다.

 

가라앉는 이재명 테마주 대신 뜨는 테마주 특정 정치인과 특정 기업이 테마주로 묶이게 되면 그때부터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별개로 움직입니다.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해당 정치인의 위상 혹은 대선 가능성과 함께 주가가 움직이는 것이죠.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습니다. 회기 중 국회의원을 체포해 구속하려면 국회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이 대표의 체포를 찬성한 것입니다. 의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 대표가 감옥에 가도 좋다'라는 반란표가 최소 28표 이상 나왔기 때문이죠. 체포동의안이 통과됐을 때 '이재명 테마주'와 '이낙연 테마주'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이재명 테마주로는 '동신건설', '에이텍', '씨에스' 등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이재명 테마주로 묶인 것은 진짜 이 대표와 연관이 있기보다는 증시를 보는 호사가들이 가져다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 대표 고향인 경북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부각됐습니다. 사실 이 대표의 고향이 진짜 안동인지는 확실치가 않은데도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재명 테마주가 된 것이죠.

동신건설의 주가는 22일 하루에만 21.32% 하락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판사가 '구속'의 편을 들어준다면 더 떨어질 전망입니다. 이 기업의 주가는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8월 31일 이후로 크게 올랐습니다.

이재명 테마주로 묶였던 에이텍도 22일 하루 동안 14.99% 하락했습니다. CS의 하락 폭은 6.38%가 됩니다. 에이텍은 본사가 성남에 있다는 점에서, CS는 정흥식 회장이 중앙대를 나왔다는 점에서 이재명 테마주로 꼽혔습니다. 실제 이들 CEO가 이 대표와 어느 정도 친분을 가졌는지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나 할까요.

어찌 됐거나 시장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운명과 주가가 같이할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이 대표가 구속적부심에서 구속을 면하게 된다면 이들 기업의 주가는 크게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차기 대선주자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것이죠.

문제는 민주당이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내홍을 심하게 겪고 있다는 점이죠. 민주당 상황까지 연결되면서 이들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탈 전망입니다.

또 다른 민주당 내 차기 대선 주자로 몸을 풀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테마주는 남화토건입니다. 남화토건은 이 전 대표가 전남지사를 맡고 있을 때 전남 기업으로 알려졌습니다. 뭔가 인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영된 것이죠.

 

© 위키피디아

 

남화토건은 22일 4.07% 올랐습니다. 이재명 테마주의 낙폭과 비교하면 오름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주가에 순풍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고 민주당이 분열 사태에 이른다면 결국 구원투수는 이낙연 전 대표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의 잠재 대체제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있습니다. 테마주의 움직임만 보면 이낙연 테마주보다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로 그 또한 구슬픈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주경야독으로 공부를 해 우리나라 최고 경제 관료로까지 올랐습니다. 이 대표가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변호사가 되어 이후 지역 활동가로 일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면 김 지사는 차근차근 공무원의 길을 올라온 케이스가 됩니다. '순한 맛 이재명'이라고 할까요?

 

김동연 경기도지사,© 위키피디아

 

경기도는 또 대한민국의 축소판으로 일컬어집니다. 북쪽은 북한과 맞닿아 있고 서쪽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어촌, 제조업 공업단지가 고르게 있습니다. 인구도 서울보다 더 많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현재의 대선후보로 입지를 갖게 된 데에는 이런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는 게 큰 역할을 합니다. 실제 남경필, 김문수 등 경기도지사들은 유력 잠재 대선 후보군으로 꼽혔습니다.

김동연 테마주로 꼽히는 PN풍년은 22일 하루에만 29.89%가 올랐습니다. 이 회사 최상훈 감사가 김동연 지사의 덕수상고 및 국제대 동문이란 점에서 테마주로 묶인 것이죠. 이밖에 김 지사의 테마주로 꼽히는 씨씨에스가 17.41%, SG글로벌의 주가가 10.62% 상승했습니다. 자수성가형 인물인 데다 경제 관료로서 경제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이재명 대표와 달리 별다른 스캔들이나 범죄 혐의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김동연 지사에게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권, 한동훈 주가 후끈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 테마주가 오르는 모습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노을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105.89% 급등했습니다. 이때는 이재명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던 시점으로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던 때입니다. 노을은 22일 하루에만 6.11% 올랐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 출처 : 법무부

 

노을은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같은 청주 한씨라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됐습니다. 다소 황당한 이유인데,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끼워맞추려다 보니 '노을'이란 업체가 딱 보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노을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씨 성을 가진 사외이사는 없습니다. 이선지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정도입니다. 테마주 형성이 좀 엉성할 수 있다는 얘기죠.

 

김기현·안철수 테마주는 어떨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도 있습니다. 나무기술인데 22일 하루 동안 0.2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민주당이 내홍을 겪게 되면 반사 이익을 받는 게 국민의힘인데 시장은 김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가 봅니다. 나무기술은 사내 감사가 김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관련주로 꼽힙니다.

사실 김 대표의 입지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리 단단하지 못한 편입니다. 본인이야 대권을 노린다고 하지만 전국적인 인지도가 이재명 대표보다 못하고 당 대표와 리더로서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용산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는 점과 10월 있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패배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약간은 불안한 모습입니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10월 11일 열리는데, 전국의 딱 하나 이곳에서만 선거가 열립니다.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재·보궐 선거인지라 양당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선과 지선까지 3연패를 당한 민주당은 이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총선까지 가려고 합니다.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가 아무래도 민주당에 유리할 수 밖에 없어 김기현 대표는 되도록 정면 대결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선거가 열리게 된 귀책 사유가 국민의힘에 있고 이를 이유 삼아 공천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출처 : 국민의힘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의 무언의 압박에 따라 '싸우고 싶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됐습니다.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김 대표가 져야 할 책임은 지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 쪽 테마주는 죽 내려갈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대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권 주자로서 힘이 완전히 빠진 모습입니다. 22일 하루 안철수 의원의 대표적인 테마주인 안랩은 주가가 1.56% 오히려 빠졌습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통과 효과를 전혀 못 본 것이죠.

안 의원은 지난 2022년 3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또 철수'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 의원이 새 정부에서 책임총리로 일하고 잠재적인 대권주자로 다음 기회를 노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거대 정당의 한 사람으로 흡수된 이후로는 ‘유력 대선주자 안철수'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소수 정당에서 스타 정치인이라고 해도 거대 정당에 들어오면 그 색에 묻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 자체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당권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출처 : 위키피디아

 

재미로 보는 게 더 나은 테마주 테마주가 생기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안랩의 사례처럼 안철수 의원 지분이 직접 있다 보니 테마주로 묶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례처럼 감사나 사외이사와 동문이거나 혹은 대표가 동향 사람 등의 갖가지 이유가 붙습니다. 실제 보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어쩌면 작전주와 같은 의도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전에 들어가기 전 해당 종목에 대한 급등 이유를 만드는 것이죠. 그중 하나가 정치인 테마주입니다. 매우 쉽게 만들 수 있는 상승 재료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20대 대통령 선거 정치테마주 현상에 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는 급등락을 반복하다 결과와 무관하게 선거 직전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8대, 19대 대선 테마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거일 보름 전부터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얘기는 테마주 붐을 일으켜 이익을 본 이들은 다 빠져나가고,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만 상투를 잡게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진지하게 테마주 추종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해당 정치인의 위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활용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테마주 추종 투자는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투자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하락 전에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이죠. 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작정 없는 인연까지 만들어 놓은 테마주보다는 정책 테마주가 차라리 투자의 가이드라인을 잡는 데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한 예로 2008년 당시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른 건설주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재인 케어' 공약에 건강보험 보장 강화, 노인성 질환 관련 종목이 뜨기도 했습니다.

허나 이 같은 정책 테마주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공약이 철회되면 또 폭락을 맞게 되는 것이죠. MB 테마주로 분류됐던 건설주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철회하자 줄줄이 하락했고, '문재인케어'도 반짝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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