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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 5%로 보는 한국 경제와 한국은행 딜레마

SUMMARY

-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 물가 여전히 높다는 연준의 긴축 기조는 계속될 것

- 달러 가치 상승중동 분쟁으로 수입 물가 상승과 국내 자본 유출 가능성 높아져

- 기대했던 중물가 중금리상황은 더 늦게 올 것으로 예상되며 한은이 금리 인상 단행할 수도

 

© istock

 

지난 19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을 뚫었습니다. 다음날 4%대로 돌아왔지만 25일 기준 4.8%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소 진정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 예측은 부정적입니다. 미 달러 자산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 쏠림'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자본 유출로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기마저 심상치가 않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하강 국면입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 선에서 꽉 잡고 있지만, 금리 인상의 시간이 금방 다가올 수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채권 금리는 왜 오를까 미 국채 10년물은 장기채와 중기채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장기금리와 중단기 금리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죠. 게다가 이 국채 금리는 장기 경제 전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금리가 그 시대의 사회상과 경제 상황을 대변해 준다고 했을 때, 미 국채 금리 10년물이 대표적인 지표로 쓰일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초 미 국채 금리가 급등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2020년 12월 0.9%였던 이 10년물 금리가 3월달에 1.7%까지 올라갑니다. 석 달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올라간 것입니다. 이를 두고 많은 해석이 있었습니다. 장기 경제전망이 좋아졌다거나 혹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됐다거나.

결론적으로 봤을 때 장기채 금리의 상승은 시장에서 이들 장기채 등 이들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에서의 매력도가 곧 가격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죠. '채권 가격 하락 = 채권 금리 상승'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알아봐야 할 것은 '왜 채권 가격이 떨어졌는가?'입니다. 이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의 양이 많아졌거나', 혹은 '채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적어졌거나.' 이 둘은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시장에 공급되는 채권의 양이 많아진 것도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발행량이 늘었거나', '매도량이 늘었거나'입니다. 발행량이 늘어난다는 얘기는 시장에 공급  되는 채권 물량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넘치는 공급은 필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매도량이 늘었다는 얘기는 '시장에 팔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채권 보유자들이 서둘러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되겠죠. 공급 증가라는 측면에서 ‘발행량이 늘었다’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미지 출처 : KDI경제정보센터

 

채권 매도세 증가는 보유 중인 채권의 매력도 하락과 관련 있습니다. 만약 시장 전체적으로 지금 보유 중인 채권의 매력도(보유하고 있다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 보유자는 팔려고 하고, 투자자는 사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채권 가격 하락이 더 가속화되는 것이죠.

이런 가격 하락은 금리(수익률) 상승으로 나타납니다. 가격이 더 싸질수록 금리는 상승합니다.

(이건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매력도가 낮은 자산일수록, 팔리려면 이것저것 많은 메리트(이점)를 붙여야 합니다. 반면 매력도가 높은 자산이라면 굳이 많은 메리트를 줄 필요가 없는 것이죠.)

 

최근 미 국채 금리의 향방은 왜? 최근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연준의 경기 전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줄곧 '물가가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고용 지표로 대변되는 미국 내 경기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경기 과열에 따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고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얘기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른다.' 물가가 오른다는 얘기는 바꿔 말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뜻이 됩니다. 물가 상승률이 5%라면 돈의 가치도 5%씩 빠진다는 뜻이 되죠. 같은 10달러라고 해도 지닌해 10달러와 올해 10달러의 가치가 다른 것입니다. 1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짓수가 10년 전과 오늘이 너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GjI25vb3Wrk

 

이런 물가 상승을 채권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합니다. 고정된 원금에서 고정된 기간 동안 고정된 이자를 받는데, 물가 상승률이 이자율보다 높다면 채권 투자자에게는 손해인 셈이죠. 채권 투자자는 더 높은 금리를 채권 발행자에게 요구하거나, '눈물의 손절매'를 해야 합니다. 채권 보유자라면 매도를 하는 것이고, 채권 매수 대기자라면 좀 더 기다릴 것입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20일 파월 연준 의장은 뉴욕 경제 클럽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하향 추세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원금 가치 하락 기간의 지속'을 의미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이후에 나오는 채권의 금리는 더 높아지게 되고 기존 채권의 매력도는 떨어지게 됩니다. 당연히 채권 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것을 팔아서 손해를 줄이려고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최근 금리 상승은 연준의 이 같은 인식과 맥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죠.

다음으로 수요자 측면에서 보겠습니다.

직접적인 금리 상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 인플레이션·금리 전망에서 비롯됐지만 간접적으로는 수요 감소 측면에 있습니다. 채권을 사려는 주체가 줄었거나 매수 규모를 축소한 것이죠.

우선은 가장 큰 매수자였던 연준이 더 이상 채권을 매수하지 않게 된 데 있습니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정부에서 발행하는 국채를 연준이 사주지 않는 것이죠. 이런 큰 손의 매수세가 사라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장에 미 국채가 쌓이게 되고 금리가 떨어집니다.

이는 양적완화의 반대적 상황으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양적완화는 연준과 같은 중앙은행이 채권 매수자를 자임하며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족족 사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시중에 쌓이는 국채가 적어지니 가격은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집니다.

연준을 빼면 중국과 일본처럼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이 주요 매수자입니다. 이들은 미국에 물건을 팔고 받은 달러를 다시 미 채권에 투자하는 식으로 자산을 불려 왔습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0년 1조 달러를 돌파한 후, 1조 달러를 기준으로 오르내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미 채권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가 보유한 미 국채 등 서방 자산이 동결됐고 이를 본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만 일본과 유럽 등 친미 국가들과 미국 내 채권 펀드는 미 국채 매수량을 조금 늘렸습니다.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 상승효과를 봤기 때문인데요. 올해 연말까지 1조 달러어치 넘게 미 국채 물량이 풀리지만 이들이 이를 다 흡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자산 블랙홀이 된 미국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자료를 인용해 올해 미정부의 국채 발행액이 1조 1,300억 원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당초 예상치 1조 3,000억 달러보다는 적으나 엄청난 수준입니다.

문제는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엄청난 자본 유출의 위험성에 노출됐다는 데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이나 주식과 같은 원화 자산보다 1조 달러어치 발행되는 미 국채 등의 달러 자산을 더 매수할 것이라는 얘기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한국 안에 있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한국으로 와야 할 돈이 미국으로 가는 셈입니다.

더욱이 한미 간 금리차는 2%포인트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일 때 미연방 기준금리가 5.5%인 것이죠. 1%의 수익률 차이에도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꽤 큰 차이입니다.

 

연준 기준금리 추이. 출처=인베스팅닷컴

 

이는 환율로 나타납니다. 25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50원에 이릅니다. 석 달 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80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많이 오른 것이죠.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원유와 곡물, 귀금속 등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에는 필히 수입 물가 상승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죠.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기준금리도 못 올리는 판국에 물가까지 오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가 상승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 연결됩니다. 지금껏 경기를 생각해 기준금리 올리는 데 주저했으나, 물가가 오른다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갈 수도 있습니다.

이 길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 코스피 2400선이 무너진 것도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나마 한국은 나은 편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9번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아르헨티나는 죽을 지경입니다. 미 달러 자산의 가격 상승과 맞물려 아르헨티나 통화 관리 정책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죠. 기준금리를 100%로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이곳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20%를 넘어섰습니다. 거의 매월 100% 이상의 전년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10번째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통화 가치와 물가 상승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들 어려운 시기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커지는 한국은행 딜레마 죽을 지경의 아르헨티나를 보면 위안이 될 수 있겠으나, 우리도 녹록지 않습니다. 우려로 그쳤던 자본유출이 주식 시장에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 2400선이 무너질 때 외국인이 1조 7,000억 원가량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 국채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입도 2분기 이후 현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중동 지역 불안은 유가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효과와 겹쳐 우리 물가를 더 뛰게 만드는 것입니다. 야당에서는 올해 3%대 물가 방어가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긴장감이 없어 보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GDP 1조 달러 이상 국가 중 최고'라면서 추켜세울 뿐입니다. 그야말로 견강부회가 되는 것이죠.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최근의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의 적기(채권 가격이 싸니까)'인 것을 뜻하는 동시에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더 지속되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대했던 중물가·중금리 상황은 내년 상반기에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죠. 기준금리를 꽉 붙잡고 있는 한국은행의 딜레마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말이면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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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