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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른 금리, 다시 주목받는 안심전환대출

Summary

- 한국은행의 빅 스텝으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

- 정부는 2019년 시행됐던 안심전환대출을 올해 하반기 시행 계획

- 안심전환대출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시행할 이유 충분

- 2022년 안심전환대출은 수요 대비 공급은 부족할 것으로 예상

 

© pixabay

 

여러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기억하시나요? 말 그대로 서민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전환대출인데요. 그렇다면 전환대출은 무엇일까요? ‘갈아타는 대출’로 보시면 됩니다. 예컨대 연이율 10%의 대출에서 연이율 5%의 대출로 갈아타면, 대출자는 그만큼 이자 비용을 덜 수가 있습니다. 고금리 대출에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한다는 뜻이 됩니다.

정부 주도 안심전환대출은 지난 2019년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고금리로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 대출자에게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기회를 준 것입니다. 정부 주도 아래 시행됐고, 약 20조 원가량의 은행 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전환됐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20조 원)의 대출 자산이 빠져나갔으니 '악'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출 이자를 덜 받게 되니까요. 정부에게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안겨주지만,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게 안심전환대출입니다.

 

기준금리가 또 올랐습니다 7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습니다.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기준이 될 수 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25%가 된 것입니다.

금통위가 이른바 '빅 스텝'이라고 불리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간명합니다. 인플레이션 걱정 때문입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해서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습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가히 '무자비하다'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 이후 40년 만에 온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극약처방인 셈입니다.

 

 

조만간 1%포인트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 시장에 깔려있다보니 투자시장도 잔뜩 얼어붙었습니다. 주가는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 분위기가 짙습니다. 부동산 시장 붕괴에 따른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연준은 단호합니다. “경기가 둔화되어도 물가만은 잡겠다”라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죠. 달러값 하락은 미국 경제는 물론 미국인들의 민생 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서민들의 생활도 팍팍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기준금리 상승 시기가 물가 상승 추세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월급 생활자나 자영업자의 경제사정은 더 어려워집니다.

이럴 때 나서는 게 정부입니다.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서민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죠. 이 중 하나가 시중은행들의 ‘팔을 꺾어’ 만기를 연장하거나 혹은 지나친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식입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서민들에게 대출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정부가 출자한 기관이 정부 대신 나서 서민들의 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대부업 등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상품이 ‘햇살론’인데, 이 햇살론 대상자를 좀 더 넓히는 식입니다.

이런 정책 금융은 정부 입장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가져갈 수 있습니다. 고금리 시대에 ‘서민을 돕는다’라는 명분과 이자 수익 등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것입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사들은 싫어하겠지만, 상황적으로 봤을 때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동원해서 정책금융의 규모와 혜택 범위를 키울 것이라고 봅니다.

 

안심전환대출을 기억하시나요?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나온 상품입니다. 일반 회사원은 이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보통 직장인이라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상승이 더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예전에 3%에 받았다면 지금은 5%, 6%까지 오르는 것이죠.

 

2019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광고 이미지 © 금융위원회

 

만약 3% 혹은 4% 고정 금리로 정부 기관이 대출을 내준다면 어떨까요? 대출자는 은행에 6~7% 금리 대출을 갚고 3~4% 고정금리 대출을 받게 되니 이자 부담이 적어질 것입니다. 한숨 돌리게 되는 것이죠.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게 바로 안심전환대출입니다. 지난 6월 정부는 올해 하반기 20조 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는데요.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대략 4% 안팎일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2019년 안심전환대출 시행 당시 금리가 2%~2.35%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아 보이지만, 최근의 금리 상황을 보면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2019년 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됐던 시기는 2016년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렸던 때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이후 기준금리가 떨어지긴 했지만 2019년 내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과 2022년이 다른 이유는?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2019년 그 해를 놓고 보면 기준금리는 하향 안정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였습니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미 받았다면 2019년 이자 부담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혼란스러운 2022년보다 훨씬 여유 있어 보입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긴 합니다. 겉만 놓고 봤을 때는 당시 정부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가져가기 위한 데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고금리 대출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인 것이죠.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게 해주면서 동시에 국민적 지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많은 언론이 이 부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이 당시 정부의 호혜적인 정책금융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측면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2019년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2022년처럼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만...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가격 잡기’를 표방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시국에 따른 저금리 정책으로 사실상 손을 놓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30회에 가까운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좀 더 세밀하게 보자면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이었습니다. LTV나 DTI 등을 강화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단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긴 했습니다.

이는 채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주택저당증권) 발행 감소로 이어졌고, MBS의 감소는 채권시장의 공급 부족을 일부 야기했습니다.

MBS는 보통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 등을 유동화해 만듭니다.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면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가 감소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MBS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연기금이나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얘기고요.

다시 말하면,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으로 신규 MBS를 발행할 만한 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들에게 공급할 ‘먹이’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안심전환대출’이 되는 것입니다.

 

안심전환대출과 채권 시장의 연관성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에 있는 대출자산을 밖으로 끌어내 유동화(현금화) 하는 효과를 냅니다. 예컨대 은행에 4억 원 대출이 있는 A 씨가 안심전환대출을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로부터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A 씨는 주금공으로부터 4억 원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승인받고, 이 돈을 은행에 넣어 기존 대출을 갚게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은행에 있던 4억 원 대출 자산이 주금공으로 옮겨온 것이죠.

주금공은 이렇게 모인 대출 자산을 한 데 묶어 유동화(ABS)를 해 MBS를 만들죠. 그리고 채권시장에 팔면 됩니다.

주금공은 대출자산의 유동화 과정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대출자는 금리가 고정된 저금리 대출을 받게 돼 이자 부담을 덜게 됩니다. 정부는 새롭게 법안을 만들거나 정책금융상품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출자산을 (결과적으로) 빼앗긴 은행만 불만일 뿐입니다.

실제 안심전환대출이 시행됐던 2019년 4분기에는 MBS 발행액이 12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 5000억 원 급증했습니다. 2019년 3분기까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MBS 발행이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 주택금융공사

 

2022년의 안심전환대출은? 2019년 안심전환대출 규모는 20조 원 정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는 때였다고 해도 안심전환대출 2%대 금리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한 경쟁률도 높았습니다. 20조 원 한도보다 3배 많은 60조 원 규모의 대출자산(신청금액)이 몰렸습니다. 집값이 싼 대출자들이 우선 대상자가 되다 보니, ‘서민들을 위한 정책금융’이라는 취지에는 부합됐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일반 대출자들은 씁쓸하게 고개를 돌려야 했습니다.

문제는 2022년입니다. 정부는 이번에도 20조 원가량의 안심전환대출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2019년 대비 집값이 전체적으로 올랐다는 점과 대출 금리가 급박하게 올라 생활고가 심해진 대출자들이 수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를 수 있습니다. 이자 부담이 큰 서민들을 위한 금융 정책이 되려면, 한도를 더 늘려야 할지 모릅니다.

은행들의 실적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 있는 20조 원의 대출자산이 안심전환대출로 빠져나간다면 매해 수천억 원의 이익을 잃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라고만 쳐도 6000억 원가량 되겠네요. (물론 지난해와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2019년 때와 비교해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주금공의 MBS 발행 실적이 올해 들어 줄었다는 점입니다. 2022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이 자연스럽게 줄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올해 1분기 주금공의 MBS 발행 규모는 6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 8000억 원이 감소했습니다. MBS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주금공의 수수료 수익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먹이’가 줄어드는 것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까요? 요새 금리 상황을 보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지금은 저금리 시대다’라는 게 상식과 같았습니다. 10년 넘게 저금리가 이어져 왔고, 연준도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터라 경제 상황이 이렇게 바뀔지 몰랐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대출자들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당시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라는 것으로 귀결이 됩니다. 제아무리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 결과는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대출뿐만 아니라 주식과 코인 등도 그렇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안심전환대출의 도래는 이를 잘 보여주는 한 사례입니다. 지난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에 대해 손사래를 쳤습니다. 은행들의 반발이 컸고, 신청했다가 탈락한 대출자들의 불만 또한 컸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불과 3년 만에 우리는 안심전환대출이 절실해졌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대상에서 탈락하겠지만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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