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발행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이야기
|토큰 증권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로 전자화한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토큰 증권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정의했는데, 이는 실물증권·전자증권에 이은 새로운 형태의 증권입니다.
금융위는 그동안 국내에서 불가능했던 토큰 증권 발행을 허용하면서 '증권형 토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명칭도 '토큰 증권'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렇다면 토큰 증권이란 무엇일까요?
예를 들면, 암호화폐로 불리는 코인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증권형 코인과 비증권형 코인이지요. 증권형 코인이란, '가지고 있으면 돈이 됩니다'라고 알리며 발행한 코인을 말합니다. 또 비증권형 코인은 비트코인처럼 '이런 용도로 활용될 겁니다'라고 발행한 코인을 말하지요.
그런데 증권형 코인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에 따르면, 무엇이든 '이건 돈이 될 수 있으니 여기에 투자하세요'라고 상대방에게 권유하고 판매하려면 여러 가지 규제를 받아야 합니다. 즉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투자 권유를 하면서 팔 때는 감독 당국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여러 증권형 코인들은 이러한 절차 없이 코인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 중입니다. 음원이나 부동산 조각 투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원도 '어떤 노래가 히트하면 저작권 수입이 많아질 테니 이 저작권 조각에 투자하면 돈이 될 겁니다'라고 권유하면서 그 조각을 판매한다면, 그건 증권형이기 때문에 뮤직카우 같은 거래소에서 그냥 거래해서는 안 됩니다.
증권형 코인처럼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심사받아야 하는데, 이런 자산들은 혁신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거래되는 바람에 규제의 일관성도 없고 투자자 보호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이런 증권형 코인 또는 증권형 조각들을 별도로 토큰 증권이라는 이름으로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기로 한 것이지요.
|토큰 증권의 특징
이처럼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디지털화한 것입니다. 소유권이나 채무에 대한 권리 등 증권성을 지니며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상자산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증권을 의미합니다.
중앙화된 금융회사가 증권 발행 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닌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것이지요. 따라서 블록체인에 참여한 노드를 통해 검증과 저장이 이뤄지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아집니다.
자산을 조각으로 나누어 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며, 스마트 계약 기술을 이용해 배당이나 공시 같은 업무의 자동화도 쉬워집니다. 또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관리하지 않고 다수의 노드가 모여 네트워크를 유지·관리해 기록이 조작이나 변경, 탈취되더라도 데이터는 계속 남아있게 되지요.
그리고 비상장주식을 토큰 증권으로 발행하면 기준일의 주주만 파악이 가능하던 기존과 달리 주주 파악이 언제나 가능해 기업의 공시 및 적대적 인수 대응 등이 쉬워지며 거래도 편리합니다.
금융위는 증권 제도 측면에서 실물증권·전자증권에 이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새로운 발행 형태에서 착안해 토큰 증권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지분증권·채무증권·파생결합증권 등 기존의 정형적인 증권에서부터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 등 최근 등장한 비정형적인 증권까지 발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외에도 부동산과 미술품 같은 다양한 자산을 증권화하기 쉬워지며, 저작권·특허권 등의 무형자산을 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것이 가능해지지요. 결국 다양한 투자 형태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것입니다.
|토큰 증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
정부의 움직임과 함께 많은 증권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토큰 증권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토큰 증권 발행과 유통이 분리되면서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해 유동화하려는 사업자와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려는 사업자 등이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진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도 토큰 증권 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분석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조각 투자 업체는 증권사 주선을 배제하고 직접 토큰 증권 발행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입장에 따라 영위하려는 사업은 다르지만, 기존 전통 금융권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제공되고 이에 따라 창의적인 금융상품이 출현할 수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 BCG는 토큰 증권 시장이 2030년까지 16조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이는 현재 세계 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지요.
다만, 혁신적인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면서 거대한 투자시장이 조성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생각보다 시장 규모가 작을 가능성이 커 진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습니다. 국내보다 먼저 토큰 증권 시장에 관심을 보인 해외의 경우에도 시장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지요.
투자자 보호에 관심이 많은 금융당국 입장을 생각하면 상당히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따라서 초기 시장이라는 특성상 규제와 사업 변동성이 큰 만큼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실익을 얻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새로운 비즈니스에는 기회와 위기가 상존합니다. 토큰 증권 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기업이 어떤 금융 상품을 만들지 그리고 그 상품들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제공할지 냉철하게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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