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치주 혹은 가치투자는 성공 가능할까요?
|성장주와 가치주
주식의 형태를 나누는 스타일에서 대표적인 것이 성장주와 가치주입니다. 성장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치주를 찾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어떤 투자가 더 낫다는 결론은 없습니다. 자신의 선호와 투자 철학에 따라 투자하면 되겠지요.
성장주는 매출과 이익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입니다. 따라서 성장주는 대체로 현재 자산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향이 있지요. 성장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은 꿈을 먹고 사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성장주의 가치를 평가할 때 투자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과거의 높은 성장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거 높은 성장을 보였던 기업이나 국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07년까지 매우 놀라운 성장을 이룬 중국 경제의 경우, 2008년 이후에도 높은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논리의 근간은 과거에 높은 성장을 이루었던 그 기조가 충분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기업도 아닌 국가가 과거 10년 동안 달성했던 연 10%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을 계속해서 달성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성장이 대부분 설비투자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설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며 또 인구도 매년 10%씩 늘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국가와는 달리 성장주의 매력은 주가가 적정가를 넘어서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은 늘 성장주의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한편, 가치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현재 시장가치에 비해 높은 경우를 말합니다. 더 쉽게 말하면,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됨으로써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뜻하지요.
가치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는 인내심이 있어야 합니다. 또 지금 당장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본질가치에 근접하리라는 믿음도 필요합니다.
가치주도 약점은 있습니다. 미래에 현금흐름이 나빠진다면 이러한 가치의 하락을 주가가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지요. 또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시점에는 과거에 생각했던 자산 가치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많은 가치주 투자자들이 가치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성장주 투자보다는 확률이 높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활황일 때 대부분 가치주들은 성장주보다 낮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치주에 투자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치투자는 성공 가능한가?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투자 대상에 불변의 가치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주식 투자의 경우에는 투자하는 기업에 불변의 가치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
가치 투자자는 대세를 거스르는 역발상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하여 남들이 손절매를 고민하는 시기를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봅니다. 즉 남들이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는 시기가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치투자는 성공 가능한 방법일까요?
가치투자는,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경제 경제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1930년대 대공황으로 투자 손실을 겪고 나서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투자법은 과연 어떤 것이었나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를 담아 『현명한 투자자』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습니다.
이후 이 책에서 전하는 가치투자법은 워런 버핏이 꽃피웠고, 국내에서도 많은 투자자가 버핏을 존경하며 그의 투자법을 추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는 체질부터가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치투자는 투자 대상에 불변의 가치가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기업 가치 자체가 변한다면 가치투자는 불가능하겠지요.
세계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보호무역주의와 맞서 싸우고 자유무역과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 말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자국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로 성장률이 둔화하면 실업이 증가하고 사회가 불안해집니다. 따라서 각국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일자리를 유지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역사적으로 보면, 큰 경제위기는 예외 없이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과거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어떤 부작용을 초래했는지 세계 각국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보호무역은 강화되었습니다.
최근 CNBC는 유럽연합에 소속된 27개국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여 이와 유사한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하며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만약 유럽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은 급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 수출 시장의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 있어서 불변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치투자는 미국 경제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고, 미국은 수출 의존도가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이 지금의 부유한 경제를 이룩한 것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과 함께 자유무역 그리고 기술혁신이 뒷받침된 국내 산업이나 해외에서의 활발한 투자활동, 고도의 금융시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체제 등에 의한 것입니다. 물론 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도 빠질 수 없습니다.
미국 경제는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세계 최대의 상품 수입국이며, 이것은 역으로 미국은 수입 정책에 따라 세계 각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보호무역주의나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가치투자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내수기업은 어떨까요?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국내 독과점 대기업들이 누려오던 초과 이윤도 앞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수입 원자재 상승 같은 외적인 요인 외에도 정유업체나 식품업체의 담합 같은 관행은 계속될 수 없기 때문이죠.
갈수록 독과점 이윤이 정상 이윤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내수기업 역시 기업 가치의 불변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투자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내수 기업 역시 가치가 자주 변하므로 가치투자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가치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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