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주가는 바닥을 찍었을까요? 주가바닥 이야기
| 주가바닥 주장
지금 월가에서는 주가 바닥 논쟁이 한창입니다.
미국 증시는 올해 상반기 1970년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특히 나스닥 지수는 지난 3월 전 고점 대비 20%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하락하던 나스닥 지수는 6월 중순 저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나오며 시장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지수가 반등한데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죠. 나스닥 지수는 최근 지난 6월 저점 대비 20.7% 올랐습니다.
주가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기술적 강세장을 뜻합니다. 다만, S&P500 지수는 6월 중순 대비 14.8% 올라 아직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월가에서 낙관 심리가 퍼지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견고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셋째 펀드 매니저들의 비관론이 최고조입니다. 이는 거꾸로 지금이 바닥이라는 뜻이지요.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추락하던 코스피가 최근 2,500대까지 회복하자 증권가에서 바닥 논쟁이 점화된 것이죠.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단기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진짜 바닥은 내년 상반기쯤 올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코스피가 이미 바닥을 통과해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친 후 상승 추세로 돌아서 코스피 3,000을 다시 넘볼 수도 있다는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이 주가 바닥일까요? 아니면 아직 바닥은커녕 지하실이 더 남았을까요?
최근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지난해 최고치 대비 8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래대금이 바닥인 것은 주가도 바닥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펀드 매니저는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악재들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말합니다.
다만 지수가 더 오르기보다는 횡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는 그동안 손실을 보던 투자자들의 '본전 심리'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계속 매물을 내놓아 전체적인 주가 수준이 올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바닥이 아니라는 주장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미국 증시가 아직 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분석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집단인 개인 투자자들이 아직 시장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증시가 폭락했던 세 차례의 시기에 매번 대규모 매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없고 따라서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려야 진정한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과거 주가 바닥을 정확히 예측해온 물가 상승률과 주가수익비율(P/E)을 합친 이른바 '20의 규칙'을 적용할 경우, 현재 수치는 28.5이며 이는 주가가 바닥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주장합니다.
골드만 삭스도 연초부터 성장 위축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속에 증시가 침체를 보였지만, 아직 심각한 경기 불황이 가격에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거나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긴축 압박이 완화됐다고 믿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지적합니다.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의 경기 침체의 확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추세에 반하는 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설사 경기 침체를 피한다 하더라도 이번 약세장이 끝났다고 믿지 않는다는 것이죠.
국내 전문가들도 경기 침체 현실화로 코스피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 상황을 기술적 반등, 즉 '베어 마켓 랠리'로 평가하며 주가는 3분기에 상승하다 다시 떨어질 것으로 분석합니다.
추세적 반등으로 가려고 해도 아직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 있어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하락 전환해 바닥을 더 낮출 것이며, 코스피 바닥을 2,200선으로 예상합니다.
| 개인 투자자의 대응은?
일부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들어 증시가 바닥권에 이르렀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이 거시적 경제지표를 분석해 기계적 반등을 예상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증시에 다양한 바닥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시장에서는 자사주 취득이나 대주주의 장내 매수가 많아지면 저가 매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기업 경영진과 대주주 등 기업의 전망을 잘 아는 사람이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사주 취득 시점이 항상 저점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주가에 반영되는 변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는 호재라고 생각하는 뉴스도 시장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면 시장 분위기를 좀 더 긍정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개인 투자자 움직임으로 증시 바닥을 포착하기도 합니다.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줄어든다면 주가 반등 기회가 많아져서 이를 주가 저점 신호로 보는 것이죠. 지난 6월 이래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전체 기업에서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공개 철회 사례가 최고치에 이르렀다면 투자 심리가 더 나빠질 수 없을 만큼 증시가 바닥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러시아 전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등이 확산하며 IPO 예정 기업들이 줄줄이 IPO를 철회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저점과 함께 추세 전환 징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험해서 알고 있듯, 증시 바닥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기준점으로 잡을 시기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합니다. 낙관론자라면 너무 빠르게 바닥이라는 신호를 감지할 것이고, 비관론자는 바닥의 신호를 간과하기 마련이죠.
따라서 개인 투자자가 주가 바닥을 판단하고 투자에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도 어려운데 상승장이 시작된다고 해도 모든 종목의 주가가 다 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언제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특히 바닥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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