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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스티프닝의 역사적인 교훈 - 미국금리와 미국증시에 미치는 영향

2023년 6월 이후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 즉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베어 스티프닝이란 간단하게 말해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미국 장단기금리차(10년물 - 2년물 국채금리) 추이

통상적으로, 베어 스티프닝은 경제사이클의 확장국면에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경제사이클의 후반부라고 여겨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 채권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어 스티프닝이 경제사이클의 확장국면에서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금리인상 사이클의 막바지에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2007년, 2000년이 있습니다.

당시에 베어 스티프닝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면 지금의 베어 스티프닝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향후 연준 통화정책, 미국경제, 자산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베어 스티프닝, 불 스티프닝이란?

베어 스티프닝이란 단기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서서히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베어 스티프닝은 경제사이클의 확장국면에서 나타납니다.

중앙은행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기준금리와 연동되는 단기금리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낮은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지속한다면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성장과 물가를 반영하는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결국, 장단기금리차는 확대(베어 스티프닝)되고 이는 경제사이클의 확장국면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최근 사례를 생각해 보면 2020년~2021년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연준은 제로금리를 시행하였고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파란색 선(좌)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 빨간색 선(좌) : 미국 2년물 국채금리 / 연두색 선(우) : 장단기금리차(10년물 - 2년물 국채금리)

그렇다면, 또 다른 장단기금리차 확대 현상인 불 스티프닝은 무엇일까요? 불 스티프닝이란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인하가 임박했다고 강하게 예상될 때 불 스티프닝이 나타납니다.

아래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불 스티프닝은 경기침체 임박의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파란색 선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 빨간색 선 : 미국 2년물 국채금리 / 연두색 선 : 장단기금리차(10년물 - 2년물 국채금리) / 회색음영은 NBER이 정의한 미국 경기침체 구간

즉, 역설적이게도 연준의 기준금리인하가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강하게 예상(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국채금리보다 큰 폭으로 하락)될 때가 경기침체의 강력한 신호였던 것입니다.

(물론, 아래 글에서 불 스티프닝이 발생해도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말씀드렸습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 장단기금리차 역전 이후 골디락스와 경기침체 시나리오 구분 방법

 

한편, 베어 스티프닝이 경제사이클의 확장국면에서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존재했습니다.

특히,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의 막바지에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2007년, 2000년이 있습니다.

이 사례들을 살펴보시면,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금융시장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 2018년 사례

2018년의 베어 스티프닝은 8월부터 11월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했습니다.

파란색 선(좌)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 빨간색 선(좌) : 미국 2년물 국채금리 / 연두색 선(우) : 장단기금리차(10년물 - 2년물 국채금리)

 

당시 국제유가(WTI) 상승세가 지속되었습니다. 더불어, 연준이 긴축정책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음에도 미국 성장이 재가속 징후를 보였습니다.

국제유가(WTI) 추이

 


애틀란타 연준의 GDPNOW가 추정한 2018년 미국 실질GDP 전기대비 연율 증가율

다만, 헤드라인 CPI(소비자물가지수)는 2% 초중반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2% 초반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파란색 선 : 미국 헤드라인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 빨간색 선 : 미국 근원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10월에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까지 한참 멀었다'라는 발언을 하며 금융시장의 금리동결 및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의 최종금리(terminal rate, 중앙은행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마지막이 되는 금리)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베어 스티프닝이 발생했습니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미국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위기가 고조되자, 파월 의장은 11월 말에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에 있다'며 한 달 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이 당시에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월에 '인내심'을 강조하며 결국 금리인상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불 스티프닝이 나타났고, 미국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이어서 연준은 신흥국발 경제위기 우려를 이유로 제시하며 2019년 8월, 9월, 10월에 '보험적 금리인하(insurance cut)'를 시행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서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연준이 유연하게 정책전환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요약]

 

1. 2018년 8월 ~ 2018년 11월에 베어 스티프닝 발생.

2.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었고 미국 성장이 재가속 징후를 보임.

3. 2018년 10월에 파월 의장은 '중립금리까지 한참 멀었다'고 말하면서 금융시장의 금리동결 및 금리인하 기대를 묵살함. 채권시장의 최종금리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

4. 2019년 1월에 인내심을 강조하며 금리인상을 중단. 불 스티프닝 발생. 크게 하락했던 미국 증시가 저점을 찍고 가파르게 상승.

5. 이어서 연준은 신흥국발 경제위기 우려를 이유로 제시하며 2019년 8월, 9월, 10월에 '보험적 금리인하'를 시행. 인플레이션에서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유연하게 정책전환을 할 수 있었음.

|3. 2007년 사례

2007년의 베어 스티프닝은 3월부터 7월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했습니다.

 

파란색 선(좌)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 빨간색 선(좌) : 미국 2년물 국채금리 / 연두색 선(우) : 장단기금리차(10년물 - 2년물 국채금리)

국제유가(WTI)는 2007년 1월에 바닥을 찍고 지속해서 상승했습니다. 이를 반영하여 헤드라인 CPI도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근원 CPI는 2% 중반대를 유지).

국제유가(WTI) 추이

파란색 선 : 미국 헤드라인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 빨간색 선 : 미국 근원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더불어, 연준의 긴축사이클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음에도 2007년 미국 성장률은 2% 중반대(전기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하며 견조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2007년 미국 실질GDP 전기대비 연율 증가율 추이

이에 따라, 연준은 2007년 8월까지 최종금리를 유지했습니다(연준은 2006년 6월에 마지막 금리인상을 시행했습니다).

즉,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종금리를 유지했는데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역사상 3번째로 긴 최종금리 유지기간이었습니다(역사적으로 연준의 최종금리 평균 유지 기간은 5~6개월이었습니다). 이러한 연준의 긴축 기조는 베어 스티프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베어 스티프닝 종료의 결정적인 이벤트는 BNP파리바 펀드 환매중단 사태였습니다. 2007년 8월 9일 BNP파리바는 투자자산의 우량도나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미국시장에 투자한 자산의 유동화가 불가능해 자산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하며 환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 사태 이후 위기가 고조되자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불 스티프닝이 본격적으 나타났습니다.

실업률은 상승 전환했고 2007년 12월에 5.0%를 기록했습니다(2007년 5월 4.4%(최저점) → 2007년 12월 5.0%). 그리고 미국경제는 경기침체에 진입했습니다.

미국 실업률 추이, 회색음영은 NBER이 정의한 미국 경기침체 구간

 

[요약]

1. 2007년 1월 ~ 2007년 7월에 베어 스티프닝 발생

2. 국제유가와 미국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했음. 미국 성장률도 분기마다 2% 중반대(전기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하며 견조한 모습을 유지했음.

3. 연준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종금리를 유지하며 과잉긴축을 유발.

4. BNP파리바 펀드 환매중단 사태 발생이 연준은 기준금리인하를 시행. 불 스티프닝이 본격적으로 나타남..

5. 2007년 12월에 실업률이 5.0%에 도달하며 경기침체 시작(실업률 상승 전환)

|4. 2000년 사례

2000년의 베어 스티프닝은 4월과 5월에 짧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짧게 나타난 베어 스티프닝이 닷컴 버블 붕괴에 기여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파란색 선(좌)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 빨간색 선(좌) : 미국 2년물 국채금리 / 연두색 선(우) : 장단기금리차(10년물 - 2년물 국채금리)

4월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지속되었고, 헤드라인 CPI는 연준의 목표를 넘어서는 3% 중후반대의 수준(전년동월비 기준)을 유지했습니다(근원 CPI는 2% 중후반대를 유지).

국제유가(WTI) 추이

파란색 선 : 미국 헤드라인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 빨간색 선 : 미국 근원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더불어, 2000년 2분기 미국 실질 GDP는 7.5%(전기대비 연율 기준)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미국 실질GDP 전기대비 연율 증가율 추이

이에 따라, 미국증시가 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었음에도 연준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빅스텝) 인상했습니다. 이러한 연준의 긴축 기조는 베어 스티프닝의 결정적으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연준은 최종금리를 8개월 동안 유지하면서 닷컴버블 붕괴를 유발했습니다.

 

결국, 2001년 3월에 실업률이 4.3%(최저점 3.8%)로 상승하면서 미국경제는 경기침체에 진입했습니다. 다만,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증시는 이미 상당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실업률 추이, 회색음영은 NBER이 정의한 미국 경기침체 구간

 

[요약]

1. 2000년 4월 ~ 2000년 5월에 베어 스티프닝 발생.

2. 4월 이후 국제유가는 상승세가 지속되었고,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를 넘어서는 3% 중후반대의 수준을 유지. 2000년 2분기에는 미국 성장률이 서프라이즈를 기록.

3. 당시 미국증시(특히 나스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연준은 5월에 금리인상을 단행.

4. 2001년 3월에 실업률이 4.3%에 도달하며 경기침체 시작(실업률 상승 전환).

|5. 시사점

지금의 베어 스티프닝 현상은 과거 사례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막바지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 미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점, 그리고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긴축 기조를 더 강화하고(higher for longer 강조)있다는 점입니다(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실제로, 베어 스티프닝 현상은 지난 6월 말 이후 본격화되었습니다. 국제유가도 6월 말에 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파란색 선(좌) : 미국 장단기금리차 / 빨간색 선(우) : 국제유가(WTI)

미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이자 연준은 6월과 9월 FOMC 경제전망에서 미국 성장률을 상향하고 점도표를 인상하면서 긴축 기조를 강화했습니다(고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higher for longer를 강조). 

 

[참고하면 좋은 글]

▶ 6월 FOMC 리뷰 - 연준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금리인상 및 인하 조건

▶ ​9월 FOMC 리뷰 - 연준의 경제전망은 맞을 것인가

 

(물론, 지금의 장기금리 상승의 상당 부분은 미국 정부부채 문제와 재정적자 문제가 기여하고 있습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장기금리) 상승 요인과 향후 전망

▶ [Q&A]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해석과 전망

 

2018년 사례의 경우,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준이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전환(금리인상 중단, 곧이어 기준금리인하)하면서 과잉긴축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2018년 말에 미국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어서 2020년 초에 코로나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다만, 2000년과 2007년 사례의 경우, 연준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시행할 여력이 없었고 결국 과잉긴축으로 이어지며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를 유발했습니다.

물론, 과거에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위기의 전조였기 때문에 향후에도 과거와 똑같은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과거 수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연준과 정책 당국의 대응 능력이 크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가령, 지난 2023년 3월에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나타나자 연준은 BTFP 등의 획기적인 대출 프로그램을 빠르게 시행하면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그러나 베어 스티프닝 현상이 금리인상 사이클 막바지에 연준이 통제하지 못하는 국제유가가 상승했을 때, 미국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가 연준의 의도대로 둔화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과잉긴축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나타났다는 것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 국제유가와 미국경제가 연준의 의도대로 둔화하지 않는다면 과잉긴축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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