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실험무대가 된 엘살바도르
Summary
-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그러나 국민의 지지 부족과 기술적 결함으로 위기 봉착
- 엘살바도르의 실험은 여전히 불안하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높은 나라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도
- 향후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수수료 문제 및 이에 대한 대안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안착 여부에 달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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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그 논란의 서막 필자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논란의 시작은 잘못된 용어 정리였다고 생각한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으로 처음 알려지면서 우리는 “화폐”에 주목했다. 변동성 큰 비트코인이 어떻게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비난이 많이 나왔다.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면, 화폐의 역사를 공부해봤냐는 이야기는 계속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고, 화폐수량설과 같은 화폐의 기본을 모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가상 자산, 디지털 자산 등으로 많이 불리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일 뿐이다. 변동성이 커서 화폐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꼬리표는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 엘살바도르, 비트코인의 시험무대가 되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021년 9월, 마침내 비트코인은 정말로 화폐가 됐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제 엘살바도르에서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세금을 납부할 때 비트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법정통화 도입에 앞서 총 550개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엘살바도르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30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자국 국민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과 달러 변환을 쉽게 하기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고, 전 국민에게 비트코인 지갑인 치보(Chivo)에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무료로 나눠줬다. 국가 전역에 약 200여 대의 비트코인 ATM을 설치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엘살바도르의 가보지 않은 길 아쉽게도 법정화폐 채택 직후에는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처음에 사용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했고, 비트코인 지갑 치보(Chivo)에서 기술적인 결함도 발생했다. 결제 준비를 마치지 못한 가게도 많았다. 엘살바도르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센트럴 아메리칸 대학교(UCA)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 가까이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도입에 반대했다. 엘살바도르는 아직 문맹률이 높고, 스마트폰이 없는 국민들도 많아서 비트코인 이용도 어렵고 지갑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어렵다. 미국 달러 거래를 선호하는 비중도 높고,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을 때 이는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엘살바도르 국민들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사용을 망설이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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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살바도르는 왜 비트코인을 채택했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위기의 순간마다 미국이 막대한 양의 달러를 풀면서 엘살바도르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왔다.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엘살바도르는 인플레이션을 겪었으며 이는 엘살바도르 경제 안정을 저해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도 컸다.
송금의 비효율성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엘살바도르는 해외 이민자들이 보내는 송금액이 GDP의 20%를 넘어설 정도로 송금 의존도가 높다. 송금을 위해서는 글로벌 송금 업체인 웨스턴유니언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약 10%를 수수료로 지불한다.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면 연간 4억 달러 규모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비트코인의 실험무대가 된 엘살바도르의 관전 포인트
엘살바도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기대와 우려 속에 마침내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에서 화폐가 됐다. 비트코인 탄생 이후 가장 큰 테스트다. 엘살바도르의 실험은 많은 국가들에게 관심사가 될 것이다. 특히,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이나, 엘살바도르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높은 나라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남미와 동남아, 아프리카 국가들 일부는 아마도 엘살바도르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국가별 암호화폐 채택률
자료: Statista, SK증권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들 입장에서도 엘살바도르의 실험을 면밀하게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아직 높은 만큼,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엘살바도르 국민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자산 가격 하락→경제 불확실성 확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법자금과 관련된 리스크도 아직은 불안하다.
비트코인 실험 관점 포인트 어쨌든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시험무대가 됐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면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수료 문제다. 비트코인은 아직 수수료가 비싸다. 온 체인(On-chain) 수수료는 트랜잭션이 몰리면 10달러에 육박하기도 한다. 경제규모가 크지 않고, 1인당 국민소득이 높지 않은 엘살바도르 국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되어 온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ening Network)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의 느린 거래 속도와 높은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고, 실제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되는 비트코인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스트라이크(Strike)라는 업체가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에 대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료: Bitcoin Visuals, SK증권
엘살바도르는 가장 먼저 비트코인을 채택한 국가가 됐다. 엘살바도르의 성공 여부는 암호화폐의 법정화폐 채택을 고민하는 국가들에 관심사가 된 만큼 수수료와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엘살바도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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