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
SUMMARY
- 2011년 설립되어 한국 바이오산업의 발전 이끈 ‘삼성바이오로직스’
- 분식회계 핵심 쟁점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종속회사로 만들며 사업결합
- 대규모 이익 창출 가능한 CDMO(위탁생산개발)에 집중 중
- 재무제표상 매출액에서 큰 증가 보이며, 올해 매출액 3조 원 이상 예측
- 유수 인재와 국가적 지원이 모인 산업인 만큼 신약개발과 밝은 전망 기대
© unsplash
'바이오'하면 생각나는 이곳 어느 날 갑자기 ‘요즘 그 친구는 뭐 하나?’ 문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매일 기삿거리를 쏟아 내던 회사가 1~2년만 지나면 잠잠하고, 궁금해집니다. 저한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런 회사입니다. 먼저 최근 기사를 찾아봅니다. 인천 송도에 제5공장을 짓는다고 하네요. 투자금이 2조 원이고, 2025년 완공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 4,000리터의 세계 1위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됩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IR자료
삼성그룹은 신성장 동력으로 2011년 생물학적 의약품(바이오 제약) 제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합니다.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줄여서 삼바. 삼바는 우리나라 경제에 2가지 임팩트 있는 영향력을 남긴 회사입니다. 첫째는 바이오산업의 발전입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이후에 우리 경제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방향을 ‘바이오’로 잡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 한미약품의 라이선스 수출을 기점으로 신약 개발,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 등 제약에서 바이오산업으로 태동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바이오 쪽은 기본적으로 막대한 자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산업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오 스타트업이 성공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런데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이러면 다르지 않겠나’ 싶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복제약의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 생산 방식은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지원과 함께 사업진출이 이뤄졌습니다. ‘삼성이 하면 성공하겠지…’라는 남다른 지지를 한 몸에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말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더 유명하게 된 만든 건 아마 삼바의 성공이 아니라 반대인 분식회계 이슈입니다.
복잡한 이야기지만 짧게 설명을 드리면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IPO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 상태였는데 종속기업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픽스를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하면서 회계적 평가에 의한 흑자기업이 됩니다. 근거는 파트너사 Biogen의 잠재적 의결권입니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가만히 있던 감독당국이 2018년이 되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죠. 1심 판결 이후 아직도 진행 중인 사항입니다.
© DART 2015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
그런데 오래간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를 살펴보니까 분식회계 관련 쟁점의 핵심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이 완전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2022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를 2조 7,188억 원에 사서 사업결합을 합니다. 관계기업에서 다시 삼성바이오로직스 100% 종속회사가 됩니다.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으로 큰 변동 사항은 체크했으니 감안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재무 현황을 살펴볼 시간 재무제표 기수는 12기고요. 2022년 기준 자산총계는 약 16조입니다. 2021년에 비해서 2022년에 자산이 16조 5,82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납니다. 물론 연결 재무제표이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사업결합이 주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생긴 재무상태표의 변화를 살펴보면 현금성자산 8,908억 원으로 474억 원이던 현금 보유량이 많이 늘었네요. 이건 좋은 징조입니다.
단기금융상품도 4,500억 원에서 2.1조 원 정도 늘었고요. 1조 원이던 재고자산도 약 2.3조 원으로 늘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 성과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영업용 자산인 유형자산도 3.4조 원으로 1.2조 원가량이 증가했습니다. 제5공장 완공이면 이 수치도 변할 것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많은 우량 자산이 증가하는 걸로 보입니다. 좀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할 자산은 무형자산입니다. 무형자산 321억 원은 5.9조 원으로 엄청나게 늘었는데요. 그 의미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 재무제표 읽는 남자
자산이 왜 이렇게 늘었대? 이렇게 자산이 ‘는’ 거는 어디서 자금을 조달해서 샀겠죠? 부채는 2.9조 원이 7.5조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는데 사채 및 차입금이 유동에 1.1조 원이 있고, 비유동에 1조 원 정도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빚이 2.1조 원입니다. 부채이긴 하나 영업에 필요한 매입채무, 리스비채 등이 더 비중이 높네요. 실질적으로 부채비율이 84%로 증가는 했지만 차입금이 많이 늘었다기보다는 사업과 관련된 영업용 부채의 증가 탓으로 보입니다. 재무건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손익계산서를 보겠습니다. 손익계산서는 2021년 1.5조 원이었던 매출액이 2022년에 3조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도 5,373억 원에서 9,836억 원으로 83%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률을 보면 34%에서 32%로 살짝 줄긴 줄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산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30%가 넘는 높은 이익률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집중하고 있는 CDMO(위탁생산개발)은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으로 대량 생산을 말합니다. 원가와 약가를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2021~2022년 손익계산서 상의 매출원가율은 51~53%입니다. 매출이 늘면 늘수록 대규모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확보된 이익이 실제 현금으로 쌓이고 있는지 현금흐름표를 함께 체크해 봅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2년 9,530억 원으로 전년대비 두 배 이상 확 늘었습니다. 당기순이익과 비교를 해봐도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입니다. 투자 활동으로 3조 원을 투자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유형자산 취득 1조 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비투자가 점점 더 적극적입니다. 재무활동흐름으로 자금원은 단기차입금, 장기차입금, 유상증자 등이며 2022년 유상증자 3.2조 원을 포함해 약 4조 원의 자금이 투자를 위해 조달되었습니다. 사업이 잘 되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재무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으로 추측됩니다.
© DART 삼성바이오에피스 2018 감사보고서
100% 종속회사가 된 이유 사업에 대한 성공 확신이 있다면, 투자를 많이 받지 않습니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라는 확실한 뒷배가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생물학적 의약품, 바이오 제약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했습니다. 현재 기준 삼성물산 43.06%, 삼성전자 31.22%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기타 주주는 25%이며, 소액주주는 102,110명 20.69%(분기보고서 기준)입니다. 지배력은 확실히 갖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100%로 만들면서 완성체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의 지배력 아래 놓인 회사이나 100% 종속회사가 됨으로써 삼성바이오에픽스의 자산(2.8조 원), 매출액(6,637억 원), 당기순이익(1,682억 원)이 완벽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로 아주 튼튼하게 보강되었습니다.
<주석> 사항 등을 보면 바이오 CDMO(위탁생산개발) 산업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액을 10% 이상 되는 클라이언트 구분을 해둔 <영업부문> 주석에는 5개의 클라이언트가 약 1.4조 원의 매출액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삼성바이오로스 공시 <단일판매 공급계약 체결>은 주로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생산 계약’ 체결에 관련된 사항입니다. 최근 7월 10일 공시를 살펴보니 계약 금액 규모가 5,110억 원이며, 기간은 2020년~2028년입니다. 2023년에 맺은 계약만 봐도 2~7천억 원 규모로 단위가 다 높습니다. 장기계약으로 이 분야의 시장 지배력이 높으면 유리한 조건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종속회사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DART 삼성바이오로직스 2023 사업보고서
바이오 CDMO(위탁생산개발)가 수주산업은 아니지만 장기계약 사항이 있으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금액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사업보고서 <매출 및 수주상황>에 기재되어 있었는데 2023년 1분기 기준 최소 9,884백만 불 ~ 최대(고객사 제품 개발 성공시) 16,719백만 불입니다. 보수적으로 최소 기준으로 따지면 한화로 약 13조 원의 수주계약이며 현재는 7조 원 정도가 남은 상태입니다. 1년 매출액이 3조 원이라고 친다면 2년 치 매출액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회사가 계속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으로 수주를 더하고, 더 좋은 원가로 고정 클라이언트를 확보해야 합니다. CAPA(생산능력)을 1~5공장까지 숨 가쁘게 확대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결합을 의사결정한 최근 행보가 이해가 됩니다.
냉정히 따져 봐야 할 삼바의 미래 하지만 이런 광범위한 투자가 손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따져 봐야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대금에 관한 것부터 말입니다. 삼성이 글로벌 제약사인 Biogen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때는 Biogen의 지분이 10% 미만이었습니다. 회사를 점점 키우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경험과 매출처에 대한 네트워크, 기술력 등 Biogen이란 파트너로 두는데 이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다만 분식회계 문제까지 불거진 콜옵션 계약은 삼성 측에게 손실이 되는 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지분율이 작던 Biogen이 ‘50%-1’의 지분을 요구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지불한 대가는 7,486억 원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성장하는데 Biogen의 기여도를 감안한 콜옵션 권한이었지요. 그런데 이걸 삼성이 다시 사오는데 2.7조 원이 들었다는 걸 볼 때 Biogen은 2조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네요.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조 원의 비용이 한 방에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기사를 보니 Biogen이 상황이 안 좋은지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문을 삼성에 판다고 합니다. 그것도 1조 원이라고 합니다. 공동 출자로 회사를 키웠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삼성의 공로가 더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자꾸 돈을 쓰는 건 삼성입니다.
© DART 삼성바이오로직스 2023 1분기 보고서
그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설비와 개발비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주석 <유형자산>만 봐도 건물이 1.3조 원, 기계장치가 1.8조 원 게다가 매년 들어가는 개발비 쪽 투자금은 <무형자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누적된 개발비가 2.8조 원이고, 진행 중인 개발비가 1.5조 원입니다. 사업을 키우는데 쓰는 돈도 큰데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는 데만 2조 원. 장기적인 손익을 따질 때는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 DART 삼성바이오로직스 2023 1분기 보고서
빛을 발할 시기가 도래했나 하지만 역시나 미래가 밝고, 앞으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사업은 과감한 투자가 필수입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1분기 재무제표를 리뷰해 봅니다. <매출 및 수주상황>은 22년도와 비교해 매출처 비중이 바뀌었습니다. 바이오시밀러 쪽이 29.6%로 비중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매출 분포도 유럽 쪽 매출 비중이 2022년도 60% → 1분기에는 75.4%로 비중이 자꾸 늘고 있습니다. 유럽 제약사의 수주가 증가한 덕입니다. 실질적인 성과를 손익계산서 숫자로 확인해 볼까요? 2023년 1분기 매출액이 7,209억 원이고, 동기 대비는 증가 추세입니다. 영업이익 1,917억 원인데 이익은 2022년과 비슷합니다. 2분기까지의 영업실적 공시로 확인한 2023년 6월까지의 매출액은 1조 5,871억 원 그리고 영업이익이 4,451억 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이 살짝 줄었습니다. 28%로 2022년 30%가 넘었던 거에 비해서는 적습니다. 다른 숫자로 추정해 보니 판매관리비(인건비 등) 비용 상승이 원입니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2023년 역시 3조 원 이상의 매출액이 예측됩니다.
지금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근무하는 근무자는 4,296명이나 달합니다. 국내 바이오 관련 우수한 인재는 거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합니다. 이번에 짓는 인천 송도 공장은 인천시에서 무상임대 형식으로 제공했습니다. 바이오산업은 이 외에도 국가적 지원이 많았습니다. 인재가 모여 있고, 그간의 투자가 빛을 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 1위 국가로 자리매김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위탁 생산이 아니라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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