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가 남긴 투자 교훈 (2)
SUMMARY
서남뿐만 아니라 코스피·코스닥에서 총 10여 개 기업이 초전도체 관련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초전도체 재료인 구리를 다루거나 관련 특허가 있는 곳,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한 연구소의 지분을 가진 투자사와 연관이 있는 기업 등 이유도 천차만별이지요. 이 기업들은 7월 말부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초전도체 '테마주'로 엮인 이 종목들. 재무제표 상황은 괜찮을까요?
© istock
재무제표 시리즈
????[2편] 초전도체가 남긴 투자 교훈 #2
진짜 괜찮은 기업인 건 맞아? 서남뿐만 아니라 코스피, 코스닥 총 10여 개 기업이 초전도체 관련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유도 천차만별입니다. LS전선아시아는 초전도체 재료인 구리를 다루고, 비츠로테크는 전자계기 전문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덕성은 초전도체 관련 특허가 있다고 하며,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이번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한 연구소의 지분을 가진 투자사와 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더 초전도체와 밀접하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인데 7월 말부터 주가가 급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 DART 덕성 2023.8.14 조회공시
서남과 마찬가지로 ㈜덕성은 7월 27일 이후 주가가 상승하며 5번의 상한가를 기록합니다. 현저한 주가 변동에 대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이유를 묻는) 요구를 받습니다. 덕성의 공식적인 답변은 “향후 1개월 내에 베트남 법인에 대한 출자 계획이 있으나, 초전도 기술 등과 무관한 합성피혁 제조∙판매 목적이다”입니다. 회사가 솔직하게 “우리 초전도체 기업이 아니에요”라고 답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묻기 전까지 먼저 나서서 말하진 않았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덕성은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1966년 11월 10일에 합성피혁의 제조, 판매 등을 영업 목적으로 설립해 1987년 9월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었습니다. 수원에 본사를 두고, 인천, 오산, 평택, 부산에 합성 피혁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어떻게 찾았는지 한 가지 사실에 ‘초집중’합니다.
© DART 덕성 반기보고서
바로 덕성의 2004년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균일 중력제어 장치에 대한 특허 출원 사실입니다. 덕성의 2022년 매출액은 1,332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52억 원입니다. 초전도체가 아니더라도 합성피혁으로 61.8%의 판매고를 올리는 회사입니다. 합성피혁은 신발, IT악세사리, 장갑, 가구 등에 사용됩니다. 평균 근속 14.6년의 임직원 156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 분들은 오히려 당황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초전도체 관련해 덕성이 화제가 될수록 신기하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덕성의 주주는 다릅니다. 덕성 주주 구성을 보면 소액주주가 28,145명(2022년 말 기준)이고 67.75%의 높은 분포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초전도체 관련해 덕성의 소액주주는 분명 기분은 좋았을 것입니다. 2022년 평균 5~6천 원에 달했던 주가가 2배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덕성 © 네이버금융(2023.8.16)
하루 거래대금이 1,726억 원이 넘습니다. 덕성 외에 초전도체 관련 회사는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신성델타테크는 거래대금 1.4조 원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신성델타테크㈜)는 가정용 전자부품, PLASTIC성형품 및 Notebook 용 TFT-LCD부품을 제조합니다. 2022년 기준 자산총계 6,278억 원에 매출액 7,934억 원을 내며 LG전자, 쿠쿠전자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반면 핵융합, 가속기 등 기초과학 관련 용역을 제공하는 ㈜모비스는 196억 원의 매출액, 자산 772억 원, 결손금 -110억 원을 기록 중인 36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작은 기업입니다. 모비스가 개발 중인 기술이 초전도체와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모비스 역시 한 달 사이 상한가 3번에 주가가 1,840원에서 4,800원으로 급등합니다. 15,459명의 기존 소액주주는 모비스에 투자할 때 초전도체는 아마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DART 비츠로테크 2022 사업보고서
종목 발굴의 기회일수도 초전도체 테마가 형성되기 전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화두는 2차전지였습니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나니, "다음은 어딜까?"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의 레이더망이 포착된 게 마침 초전도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2차전지의 대장주라고 불리던 에코프로 역시 4~5년 전만 해도 2차전지 관련 강소 기업이었지만 주가는 1만 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초전도체 관련 기업이 앞으로 제2의 에코프로가 되지 않으란 법은 없습니다만 기술력이 아예 검증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중에 탄탄한 경력을 가진 회사가 바로 ㈜비츠로테크입니다.
주식회사 비츠로테크는 1968년에 설립되어, 주력 분야가 전력계통 사업인데 전력 공급 기계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쪽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비츠로테크는 굉장히 오래된 회사입니다. 1968년 설립이니 만나이로 따져도 55년차입니다. 재무상태표부터 살펴보면 2022년 기준 자산총계가 5,141억 원입니다. 부채가 1,804억 원 그리고 자본이 3,337억 원으로 역사가 깊은 만큼 꽤 큰 회사입니다. 보통 이런 급등하는 테마에 엮여서 주가의 변동성이 높으면 작은 코스닥 회사를 떠올리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네요. 매출액도 2022년에 3,476억 원이었고 영업이익 32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튼튼한 회사입니다. 주요한 자산을 보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이 972억 원, <단기금융상품>이 295억 원, <매출채권>이 907억 원, <유형자산>이 1,518억 원인 회사입니다. 재무상태표의 자산 구성만 봐도 “재무적으로는 좋은 회사다” 느낌이 옵니다. 주석 <종속기업>을 보니까 비츠로테크가 초전도체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 DART 비츠로테크 2022 사업보고서
종속기업으로 비츠로셀, 비츠로넥스텍, 비츠로밀텍 등 미국에도 자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주로 한 영업 활동이 축전지 및 2차전지, 우주항공부품 제조, 산업용 열전지, 충전기 제조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업보고서> 자료를 뒤져 혹시 ‘초전도체’라는 테마 이슈에 연결 지어 최근 연구가 있는지 <연구개발활동>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주석 <관계기업>을 보면 리튬 2차전지 소재 개발을 위해서 메이크센스라는 캐나다에 있는 회사 지분을 46% 갖고 있고요. 매년 경상연구개발비가 120억 원 이상 사용되고 있다는 걸 <판매관리비> 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2022년 사이 R&D 부서에서 연구 중인 주제는 ‘차세대 2차전지 핵심 소재’ 쪽이었습니다. 비츠로테크는 이후 초전도체 개발이 불확실하다는 언론 기사가 나자 곧바로 관련 주가 하락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츠로테크 주가 역시 영향을 받습니다. 그와는 상관없이 재무제표로 본 바로는 비츠로테크는 좋은 기업입니다.
투자자가 테마주를 대하는 자세 테마주란 특정한 이슈나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나 전기차 수요 증가 등이 테마주의 예시입니다. 테마주는 높은 수익률을 가져줄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높습니다. 테마주의 주가는 실적과 관련이 적고, 시장의 기대나 추측에 의해 크게 변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테마주 투자를 할 때는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건전성과 성장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전도체 관련 종목 © 재무제표 읽는 남자
사실 위의 말은 일반론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급등하는 테마주의 주가 그래프를 보면 자금을 태우고 싶은 ‘투자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와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게 얼마나 무의미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가 나타내는 숫자를 한 번은 봐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휩쓸리기 쉬운 투자심리를 제어하기 위해서입니다.
8.17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LK-99, 초전도체 아냐… 과학계 퍼즐 풀었다”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7.22 한국의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논문을 공개한 후 아직까지 전 세계 연구진 중에 한 곳도 복제를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과학적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반대로 최초 발표한 곳에서도 입증자료를 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래정지가 된 곳 외에는 주가는 곧바로 곤두박질합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닐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살펴본 초전도체 테마와 관련되어서 몇 가지 시사점을 챙길 수 있습니다.
- 첫째, 테마와 관련성의 경중은 주가와 비례적이지 않다.
- 둘째,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경우 테마에 더 영향을 받는다.
- 셋째, 자산과 매출액, 영업이익의 흑자·적자 여부와는 테마주 주가는 상관이 적다.
- 넷째, 테마와 엮인 기업은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는다.
- 다섯째, 누구도 ‘나’ 보다 먼저 팔 수 있다.(대주주도 예외는 아니다)
INSIGHT 과학적 발견 또는 발명은 검토, 회의, 비판, 재현의 과정으로 좀 더 명확해지고 검증이 이뤄집니다. 과학자들도 사람인지라 ‘실수’가 있게 마련이고 특히 실험의 경우 자신이 한 실험도 스스로 믿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과학이 한 걸음 더 나아간다고 하죠. 이번 초전도체 관련 논문 역시 ‘프리프린트’ 라고 하여 아직 완결되지 않았던 걸 사전에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놀라운 발견을 미리 공개해 검증의 시간과 공개적으로 반론을 받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좀 다른 절차를 밟았습니다. “믿으려고 믿고”, “파란불과 빨간불” 진실을 가르고 있습니다. 주식은 아무래도 자연과학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만…. 이번 초전도체 관련 테마주 판단에 재무제표를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재미있지만 위험한 테마주 투자에 여러분은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