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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방의 인문학적 접근과 부동산 트렌드의 변화

Summary

- 최근 '집방'의 트렌드는 ‘가격 가치’보다는 ‘주거 가치’를 반영

- 집이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집방에 인문학적 접근은 필수

- 예능을 넘어서는 사회적 트렌드의 변화로서 빈집, 지방소멸 등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바라봐야 함

 

© iStock

 

먹방→쿡방→집방→홈방 TV 프로그램를 통한 각종 방송은 ‘사회적 트렌드’를 소개해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떤 것이 먼저라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가 TV프로그램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집방’은 방송 프로그램 성격으로 보면 ‘먹방(먹는 방송)→쿡방(요리하는 방송)→집방→홈방(집방이되 인테리어 또는 리모델링 소재 방송)’으로 계보를 잇고 있다. ‘먹방’은 지금도 ‘맛있는 녀석들(iHQ)’이나 ‘토요일은 밥이 좋아(E채널)’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경향성으로 볼 때 집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보다는 장르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 서정렬(2022.03.31.). “트렌드로 읽는 MZ세대의 부동산 이슈 인사이트”,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 교안 중 일부

 

최근 ‘집과 관련된 방송’ 또는 ‘집을 소재(주제)로 한 방송’으로서의 집방 프로그램이 많고 다양해졌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집방과 관련된 일련의 트렌드는 사회상을 반영하듯 보다 디테일하게 변하고 있다. 집방 프로그램은 다양한 제작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

 

© mbc ‘구해줘 홈즈’홈페이지.

 

© '바꿔줘 홈즈’ 홈페이지.

 

집값이 오르면서 집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가 반영된 프로그램이 ‘구해줘 홈즈’였다. 갖고 있는 자산 규모와 살고 싶은 주택 유형, 직장과의 거리 등 집을 필요로 하는 의뢰인의 상황에 맞춰 방송 출연진들이 집을 찾아주는 컨셉이었다. 집을 필요로 하거나 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집과 관련된 방송’으로서의 집방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졌다. ‘신박한 정리(tv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tvN은 집에 있는 물품들과 가구로 인해 집안 정리가 문제였던 많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집콕' 길어지고, '집방' 떴다…주거 예능, 시대 흐름 맞춰 新트렌드로 © 스포츠TV(2020.12.29.).

 

© 나의 판타집’홈페이지.

 

 

집에 대한 다양한 관심은 여러 집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방송 출연진들이 자신이 거주하거나 살고 싶은 주택에 며칠 동안 거주하면서 소비자들을 대신해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욕구를 대리만족하는 ‘나의 판타집(SBS)’, 땅만 빌려 내가 살고 싶은 형태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 거주해 보는 ‘땅만 빌리지(KBS)’ 등으로 집방 프로그램이 확장됐다. 집은 거주공간이긴 하지만 구매하게 되면 어쩌면 가장 큰 금액으로서의 ‘자산’이 들어가니 자칫 딱딱할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 집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은 예능 성격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교육방송을 지향하는 EBS는 집과 관련해 예능이 아닌 다큐 성격의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제작·방송하고 있다. 바로 ‘건축탐구 집(ebs)’이다. 이 프로그램은 ‘집과 사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집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며, 애청자로서 그런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외에도 집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서 집을 고치는 리모델링과 관련한 ‘하우스대역전(SBS)'과 도심 또는 지방 한적한 곳의 빈집을 리모델링 하는 ’빈집 살래1, 2(mbc)‘ 등의 프로그램 역시 집방의 일환으로 방영된 프로그램들이다.

집방과 관련된 이들 프로그램 대부분이 단순히 거주하고 싶거나 살고 싶은 집(주택)의 가격 정보나 인테리어, 리모델링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살고 싶은 주택 유형’, ‘진짜 거주하고 싶은 주택 구조나 인테리어’, ‘고치고 싶은 평면 구조’, ‘도심이나 지방 등에서 거주하고 싶은 욕구’ 등 주거문화와 관련된 부분까지 프로그램에 반영된다. 단순한 예능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인문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집’이란 것 자체가 ‘가격 가치’라기보다는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집방이 간과하거나 놓쳐서는 안 될 인문학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 시청자들도 인문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작자들 역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 듯하다.

 

‘가격 가치’보다는 ‘주거 가치’가 트렌드 최근 부동산시장은 고물가, 고금리로 인해 하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 여파로 실제 거래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조정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집방은 여전히 방송되고 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집방 관련 트렌드를 살펴보고 트렌드의 경향성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구해줘 홈즈’ 형태의 거주하거나 살고 싶은 주택에 대한 니즈는 여전히 반영되어 방송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시작된 집방이 하나 더 있다. 세컨하우스(KBS)’다. 제목이 ‘세컨드하우스’가 아니다. 세컨드하우스(second house)는 사전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주로 생활하는 집 이외에 보유한 주택. 여가나 휴식을 즐기기 위한 별장, 장거리 출퇴근자나 주말부부를 위한 주택, 임대를 위한 주택’을 일컫는다. 이런 이유로 방송 제목을 ‘세컨드하우스’가 아닌 ‘세컨하우스’로 정한 것은 아닌지 싶다. 방송 프로그램의 성격을 확인해 본 결과, 제작 의도 자체가 ‘시골에 방치된 빈집을 출연자들이 직접 리모델링해 자급자족하며 살아보는 빈집 소생, 힐링 리얼리티’다. 지난 11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 또는 떨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세컨하우스’는 시골집, 거주하고 있는 집 이외에 생활하거나 임대를 위한 집이 아니라 ‘서울이나 도심 아닌 시골의 빈집을 출연자들의 선호에 맞게 고쳐 자급자족하며 생활해 보는 집’이라는 생각이다. 서울과 같은 도시가 싫어 시골의 한적한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힐링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일 수 있겠다. 도시 생활에 메말라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싶은 많은 도시 생활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을 듯싶다. 여기에 더해 우리 사회에서 곧 은퇴를 앞둔 시골 출신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 자체가 이 세대를 타깃으로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직 방송 초기라 출연진들이 선택한 시골 빈집 리모델링 공사의 ‘목적이나 목표’, ‘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거나 전개되지 않았다. 리모델링 후 거주하면서 겪는 에피소드 역시 확인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도심 아닌 시골 빈집을 고쳐 일시적으로 거주하고 싶다는 의도’ 이외에 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프로그램 자체가 그러한 사회적인 변화 즉, 베이비부머들의 또 다른 선택으로서 ‘시골집에서 살아보기’나 ‘은퇴 후 자기 고향 시골집으로 돌아가기’ 등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이 방송이 그러한 지향점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지방의 경우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해 ‘지방소멸’을 맞고 있으며 조만간 지방소멸의 사회적 문제점이 극명하게 나타나 우리 사회 전반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ebs 건축탐구 집 홈페이지.

 

© tvN 바뀌달린집4 홈페이지.

 

© KBS 세컨하우스 홈페이지.

 

빈집, 시골 농가 폐가 등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골집 등 빈집을 ‘100엔’에 팔고 있다. 그 누구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데 소유권으로 인해 각종 세금을 내고 있으니 이에 대한 출구전략(Exit Strategy)로서의 대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려는 사람들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최근 집방의 트렌드는 ‘가격 가치’보다는 ‘주거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예능을 넘어서는 집의 사회적 문제 그리고 이번 기회에 도심 아닌 시골집 문제에 대해 다양한 사회적 함의나 공감대를 위한 문제 제기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골집에 일시 거주하면서 느끼는 삶의 힐링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남아 있는 지방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와 결부된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만 올라 여전히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사회적 현상이 지속될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와도 관련 깊다.

우리 자녀 세대가 ‘인간관계 포기’와 ‘집 사는 것 포기’를 동격으로 놓고 있다. 집을 포기하는 ‘5포, 7포, N포 문제'는 자녀 세대에 대한 ‘어른 세대’의 사회적 관심의 시작점임과 동시에 국가의 정책적 과제로써 ‘청년세대 주거사다리 복원’과도 맥이 연결될 수 있는 주제다. 우리 사회에 있어 ‘집’은 단순히 집을 살 수 없는 무주택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과 국가가 나서야 할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집방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이나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트렌드의 변화로서 ‘집의 문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문제’, 빈집 또는 공가가 되고 있는 ‘시골집’에 대한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심이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문제점들을 다음 세대에게 ‘잘못된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집’ 문제는 예능을 넘어선다. 방송 역시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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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렬
소개글
現) 영산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現) 부산시·울산시 주거정책심의위원 現) 행정안전부 중앙보행안전편의증진위원회 자문위원 現) 도시·부동산 칼럼니스트 前) 주택산업연구원 근무 부동산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만을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부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