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효율성 vs 효용성
Summary
- 대내외적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부동산시장의 지각변동이 빨라짐
-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동조화되고 하락장은 장기화될 전망
-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부모와 자식 간 시선 차이 ‘효율성 vs 효용성’
- 향후 부동산시장의 주 고객이 될 'MZ세대'의 시선을 이해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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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판이 바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고금리, 고물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12일 기준금리를 3.00%까지 올렸다. 지난해 말(1.00%)보다 세 배 오른 수치다. 여기에 더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를 3.50% 이상으로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변하며 복합불황 우려와 불확실성 증대 등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부동산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주택 가격은 하방 압력이 가해지며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인지 일부 집값 하락론자들에 더해 몇몇 사람들이 또다시 ‘부동산 폭락장’을 예언했고 언론을 타는 중이다. 이는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 탓일 수도, 하락장에 맞게 적당히 자극적이고 팬시(fancy)한 탓일 수도 있다.
집값 상승론 또는 하락론 진영 중 한쪽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각자의 성향이 있는 부동산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은 자기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각자의 ‘가설’과 ‘주장’이 옳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판’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달라진 일련의 대외적 경제여건이 그 변화의 속도를 보다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 자체는 분명한 사실(fact)이다.
"내년 수도권·비수도권 부동산 가격 떨어진다" © ZDNET Korea(2022.10.18)
2023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수도권이란 서울을 비롯한 인천, 경기지역을 일컫는다. 비수도권은 서울과 인천, 경기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 사실상 우리나라 전역에 해당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2022.10.18)‘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경기 하락 가능성을 예측했다. 관련 보고서는 금리 급등으로 인해 부채 상환 부담이 증대되면서 부동산시장에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coupl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부동산 가격 하락 역시 동조화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고평가 부담'으로서 피로감이 지배적인 가운데 가격 하락 기대감이 보태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값 하락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상가 임대의 경우 수도권은 보합세 유지가 전망되나 지방은 수요 위축 등으로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지방에서 임대 수요 회복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공실률 수준이 높아 지방 상가 임대료의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전국 13.1%, 서울 9.5%이지만 5대 광역시 평균은 16.1%인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집값, 금융위기급 하락…잠실 리센츠, 반년 만에 7억↓ © 이데일리(202210.19)
최근 부동산시장은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매수 우위 시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 결과 ‘거래 절벽’을 넘어 ‘빙하기’라는 언급이 나온 지도 꽤 됐다. 중요한 것은 하락폭과 하락 기간이 지역 시장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하락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비수도권 모두 예외는 없으나 수도권의 하락폭이 조금 더 컸다. 한국부동산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49%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1월(-0.55%)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8월 조사(0.29%)와 비교하면 낙폭이 0.20%p 커졌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 가격만 0.10% 올랐을 뿐 아파트와 연립주택 가격은 각각 0.78%, 0.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비수도권(-0.35%)보다 수도권(-0.64%)에서 주택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0.47%)의 경우 25개 자치구에서 일제히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노원구(-1.17%)와 도봉구(-0.83%), 송파구(-0.69%) 순으로 낙폭이 컸다. 경기·인천 지역의 주택 가격은 각각 0.71%, 0.86% 내렸다. 수원시 영통구(-1.94%)와 인천 연수구(-1.36%), 광명시(-1.30%), 양주시(-1.30%) 등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모든 시·도에서도 집값이 떨어졌다. 특히 세종(-1.37%)과 대전(-0.88%), 대구(-0.74%) 등이 하락세를 견인했다. 특히 세종은 올 들어서만 집값이 9.76% 빠져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부모·자식 간 부동산 동상이몽 변화무쌍한 최근 부동산시장은 시장 자체의 변화는 물론 세대 간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형성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서 ‘세대 간’이란 부모세대인 ‘베이비붐세대’와 자녀세대인 ‘에코세대’. 즉, 2030세대인 ‘MZ세대’를 말한다.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은 효율적인 것을 선호한다. ‘효율성(efficiency)’의 사전적 의미는 최소한의 투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산출을 얻는 것이다. 생산성이라고 할 수도 있고 경제성과도 연관이 있다. 자동차 연비 효율성을 따지는 것도, 이왕이면 ‘똘똘한 한 채’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도 효율성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은 수십 년 동안 부동산시장을 겪어오면서 ‘부동산은 사두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놀라운 ‘경험치’를 갖게 됐다. ‘부동산 불패 신화’, ‘10년 주기설’(부동산이 10년 주기마다 상승) 등은 모두 베이비부머에 의해, 베이비부머들이 만든 ‘부동산 신화(myth)’인 셈이다.
반면 베이비부머세대의 자녀세대인 ‘MZ세대’는 ‘효용성(utility)’을 선호한다. 효용성의 사전적 의미는 ‘개개인의 주관적인 선호도 또는 쓸모나 보람 있는 가치’다. 효용성은 바꿔 말하면 ‘실용성’이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소비한다. ‘가성비’를 따지고 가성비 개념보다 더 확대된 ‘가심비’를 중요시한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개인의 취향이든 정치든 상관없이 사회적 신념에 대해 스스로 선언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을 추구하며, 또 그래서 ‘승차감’도 중요하지만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오너가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유독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대한민국의 문화 속에서 생겨난 말)’에 더 무게를 두기도 한다. 집을 사기로 했다면 비싼 아파트값을 감당하지 못해 구매를 포기하진 않는 편이다. 아파트를 원하더라도 자신의 재정에 맞춰 ‘직주근접’하면서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의 다가구나 빌라 등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물론 세대와 상관없는 개인적 선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보편적인 세대의 특질로 보면 위와 같은 구분도 가능하다. 향후 부동산시장의 주요 고객은 장년 세대인 베이비부머들보다는 MZ세대가 될 것이다. 때문에 MZ세대의 특성을 파악해야 향후 ‘소비자 니즈(needs)’에 부합하는 ‘팔릴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세대 간 차이로서 각기 다른 시선을 언급하는 것은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MZ세대를 읽어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일정한 방향’으로서 ‘트렌드(trends)’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면 그것은 ‘가격(price)’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으로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오르는 가격’으로서 아파트가 어떤 것(지역, 브랜드, 평형)인지가 다였지 않나 싶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유행으로서의 디자인 아파트보다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뻔한 ‘똘똘한 한 채’ 아파트가 무조건 선호되는 기현상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제 바뀌고 있다. 주된 소비자 계층이 베이비붐세대에서 MZ세대로 이행되는 과정이기도 하거니와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다르지 않고 무조건 많이 팔리는 ‘소품종 다량생산의 시대’에서 조금씩 많이 다르면서 소량으로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빠르게 이행 중이다. 그 중심에 ‘MZ세대’가 있다.
모두가 MZ를 말할 때, 연구자는 다음 세대를 바라본다 © 인터비즈(2022.10.19.)
이미 정치권은 시대적 가치로서 MZ세대의 효용성을 간파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극우, 극좌로서의 지지기반이 아니라 ‘자기 편’이 되어줄 MZ세대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정치뿐만이 아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세대가 바로 ‘MZ세대’다. 비록 세계적인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부모세대인 베이비붐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 사는 첫 세대’라는 ‘꼬리표(tag)’를 달고 있지만 염연히 부동산시장의 주 소비계층이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시장의 새로운 상품 개발은 MZ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무쌍한 이들의 선호 스펙트럼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느냐는 부동산업계가 MZ세대를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달렸다.
지금 부동산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MZ세대의 다양한 선택들은 이들의 성향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의 선택과 선호를 ‘부동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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