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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버블이 터지고 경제위기가 올까?

Summary

-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

- 긴축 기조로 전환한 연준이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펼치지 못하는 이유

- 연준의 통화정책 및 장단기 금리차로 보는 증시 거품 여부

- 금리 인상기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방법

 

© iStock

 

|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시 오는가

지난 시간까지 코스톨라니 달걀을 통해 기축통화 달러의 기준금리 위치와 방향을 알아보았다. 연준(Fed)은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마무리하고 2022년 3월 첫 번째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연준이 테이퍼링(Tapering, Fed가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나가는 것)과 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과정을 복기해 보면, 테이퍼링만 해도 시작에서 종료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첫 번째 금리 인상 이후로 1년간 추가 금리 인상도 없었다. 경제 상황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해지면 연준도 통화정책을 다시 완화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2년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은 지난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더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

 

40년 전 떠오르는 묘한 기시감 연준의 행보가 빨라진 가장 큰 이유는 심상치 않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40년래 가장 높은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로 촉발된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량 급증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해 나타난 당연한 결과다. 화폐가치 하락은 결국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시장에는 40년간 이어진 저금리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끝나고 1970년대처럼 다시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주요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이어진 적이 있었다. 선진국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을 겪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시기에는 한국의 물가 상승률 또한 3.5%에서 24.8%까지 상승했다. 1978년 2차 석유파동 때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15%에 육박했다. 한국도 물가 상승률 28.7%, 회사채 수익률이 30%대에 이르는 등 전방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진행됐다.

 

CPI 지수의 연도별 그래프. 1970년도에는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동시에 물가도 크게 올랐다. 1973년 말 2%였던 CPI 지수는 2년 후인 1975년 6%까지 올랐고, 1980년에는 10%까지 올랐다. © fred.stlouisfed.org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1981년,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당선 후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로 민간 투자를 촉진했다. 당시 연준 의장으로 임명된 폴 볼커는 미국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며 인플레이션과 물가를 안정시켰다. 그 후 40년간 디플레이션(deflation, 전반적 물가 수준과 금리가 장기간 하락하는 것)의 시대가 열려 지금까지 이어왔다. 지금의 물가 상승 역시 1970년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인플레이션의 서막으로 볼 수 있을까?

 

양적 긴축, 하고 싶어도 못 한다 그 해답은 연준의 2021년 12월 FOMC에서 찾을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2022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그리고 2024년까지 총 여덟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는 2024년 기준금리 최대치가 2% 정도 밖에 못 미치는 것으로, 과거 20% 기준금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연준은 왜 과거처럼 적극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하지 않는 걸까? 바로 미국의 천문학적인 부채 때문이다.

​모두가 FOMC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12월 14일,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현행 28조 9,000억 달러에서 31조 4,000억 달러(약 3경 7,225조 원)로 2조 5,000억 달러가량 상향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이로써 미국 연방정부는 채무불이행 시한인 15일을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디폴트 사태를 피하게 됐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여기에 무분별한 양적완화로 달러의 총 통화량(M2)은 전년 대비 30%나 올랐다.​ 지금부터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같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인다 해도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M2의 연간 증가량이 5% 이하로 내려가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도 M2 증가율이 10%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코로나 위기도 아직 다 극복되지 않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된 현 상황에서 연준이 과감한 양적 긴축을 지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준의 총통화 M2(협의통화 M1에 저축성 예금을 합친 것) 그래프를 보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15,000 B에서 $20,000 B로 30% 이상 증가했다. © fred.stlouisfed.org

 

​미국의 대표적인 물가지수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의 고용 통계국에서 매월 발표하는 통계치로, 소비재 및 서비스 시장에 대해 도시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평균 변화율을 측정한 것이다. 연준은 이 CPI 지수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측정하고 통화정책에 반영한다.​ 하지만 CPI 지수는 화폐가치 하락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주로 소비재 위주로 구성된 품목의 물가만 측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산 가치는 CPI 지수보다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코로나 위기 전인 2020년 말과 비교했을 때 나스닥은 150%p, S&P 500은 100%p 상승했다. CPI 지수 상승률보다는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률이 통화량 증가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을 더 잘 보여준다.

 

금리 인상기용 자산이 따로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침체와 공급 차질로 2021년 하반기 소비자 물가가 크게 상승한 한편, 연준의 천문학적인 화폐 발행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같은 인플레이션 압박이지만 결이 다르다.

“물가가 상승 중이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예금금리가 오를 것이니 예적금 비중을 늘려야겠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화폐의 가치 절하를 통한 자산 가격 상승의 여파가 훨씬 크므로 이자 비용이 감당되는 선에서는 현금을 멀리하고 우량한 자산을 편입해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는 달러가 귀해지는 등 금리 인상기에 적합한 자산들이 따로 있으니, 그렇지 않은 자산은 적극적으로 편입하지 않도록 한다.

금리가 인상된다고 모든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계속해서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과거 나스닥 버블 때도 기준금리가 5%로 오르는 동안 나스닥 지수는 기록적인 버블을 만들었고, 버블이 터짐과 동시에 경제 위기로 인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막 금리 인상을 시작하려는 지금을 버블의 꼭대기로 볼 수 있을지 알아보자.

 

| 버블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코로나가 시작됐던 2020년 3월, 미국 주식시장과 전 세계 주식시장은 급락을 거듭했다. 한 달 내내 폭락이 지속되는 동안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락이 있었다.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1929년 대공황과 비교되기도 했다. 2020년 3월 저점부터 2021년 말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S&P 500 지수는 2배, 나스닥 지수는 2.2배 상승했고 가상 자산인 비트코인은 무려 10배 넘게 상승했다. 2021년 하반기 들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록적인 상승을 보이자 연방준비이사회(Fed)는 2021년 11월 양적완화를 거둬들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는 2022년 3월까지 테이퍼링을 마치고 금리 인상을 곧 시작할 것을 알렸다.

과도한 부채와 레버리지로 오를 대로 오른 자산 시장 가격을 보며 앞으로의 연방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비용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이어 자산 시장 버블이 곧 터지고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말 그럴까? 2022년 3월을 기준으로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만드는 경제 사이클에서 우리는 어느 시점에 와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버블이라고 하고 버블은 언제 끝이 나는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자산 버블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급망 위기와 구인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은 최고점을 경신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버블*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 버블(bubble)

투자 경제용어로 실물 경제의 조건이 따르지 않는데도 물가가 오르고 부동산 투기가 심해지고 증권시장이 가열되면서 돈의 흐름이 활발해지는 현상

 

작년 내내 미국 주식시장에는 투자금이 계속해서 몰렸다. 미국 주식시장 IPO(기업공개) 건수는 380건 이상으로 전년(221건)의 두 배에 가깝다. IPO 규모(수익금)도 1,361억 달러로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의 기록(970억 달러)을 돌파했다. IPO 건수와 규모가 크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고 증시에 자금이 몰린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버블의 끝에서 IPO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왔다. 미국 증시는 작년 내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다가 2021년 11월에 고점을 찍고 2022년 3월까지 고점 대비 20% 하락하였다.

2022년 새해를 맞으며 경제전문가와 투자의 대가들은 거시적 경제 전망을 예측하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고를 연이어 한 적이 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영화 ‘빅 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현재 주식시장이 1929년 경제 대공황 직전이나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때보다 버블이 더 많이 끼어 있다고 경고했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의 사업 상대인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작년 말 “최근 자본시장의 법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때보다 심하게 미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미국 기업이 수익 대비 35배 정도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지 못했던 극단적인 가치 고평가라고 말했다.

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인 버핏 지수는 증시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데 가장 좋은 척도로 사용되는 지수다. 통상적으로 버핏 지수가 70~80%이면 저평가, 100% 이상이면 버블로 진단한다. 최근 버핏 지수는 204%로 닷컴 버블 시기였던 2000년 3월(141%)보다 훨씬 높아 미국 주식시장의 버블 수준이 상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의 버블이 터지며 갑작스러운 조정을 겪게 되면 세계 경제에도 큰 위기가 된다. 자산 가격의 버블이 터지는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경제 사이클을 예측하는 나침반 자산 시장은 시장 참여자의 탐욕과 공포의 심리로 변동성을 만들어내지만, 시장의 상승과 하락의 거시적인 추세는 정해진 순서에 맞게 진행된다. 자산 시장은 기축통화국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결과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시장의 잡음에 휘둘리기보다 천체를 관측하며 항해하는 것처럼 가장 핵심적인 기준점을 가지고 투자에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경제 위기와 경제 침체 사이클을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나침반은 바로 ‘연준의 통화정책 사이클’과 ‘장단기 금리차’다. 연방 기준금리와 장단기 금리차를 그래프로 살펴보면서 2022년 3월 현재의 경제 사이클의 위치를 알아보겠다.

연준의 기준금리 그래프(1955~2022). 파란색 선 그래프가 기준금리, 회색 음영이 경제 위기 구간이다. © fred.stlouisfed.org

 

인플레이션 사이클이었던 1955년부터 1980년대까지, 그리고 디플레이션 사이클이었던 1985년 이후 2022년 현재까지 모두 10번의 경제 위기가 있었다. 경제 위기(economical crisis, 공황)는 경기 순환의 한 국면으로, 버블이 터지며 경제 활동의 축소 과정이 급격하게 진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프를 보면 경기가 호황일 때 물가에 맞춰 기준금리가 인상되다가 기준금리가 고점을 형성하고 나서 경제 위기가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경제 위기의 전제 조건은 기준금리의 고점이다. 2022년 3월 기준금리는 제로(0~0.25%)이고 양적완화도 아직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장단기 금리차 그래프(1980~2022). 10년물 미국 국채(장기)와 2년물 미국 국채(단기)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를 말한다. 파란색 선 그래프는 장단기 금리차를 뜻하며 회색 음영은 경제 위기 구간을 표기한 것이다.
© fred.stlouisfed.org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에서 장기물의 금리는 단기물의 금리보다 높다. 단기물은 연준의 기준금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시장에서 미래에 경기가 둔화할 거라 예상하면 장기물 금리가 떨어지고 장기물의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된다. 즉, 현재보다 미래의 전망이 비관적이면 장단기 금리차가 떨어지게 된다. 장단기 금리차가 0 이하(마이너스)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 됐다고 한다. 1980년 이후로 5번의 경제 위기는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이후 6개월에서 24개월 안에 일어났다. 2022년 3월 현재 장단기 금리차가 0.5%에 가까워 아직 마이너스로 전환되기에 이른 시점이다.

종합해 보면 2022년 3월 현재는 버블의 마지막이라기보다는 버블의 한가운데 구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버블이 끝나려면 필연적으로 경제 호황과 금리 인상 사이클을 거친 후에 금리 고점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평생 한 번 만나는 투자의 기회 지난 나스닥 버블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4.75%에서 6.5%까지 1.75%p 인상하는 동안 나스닥 지수는 1997년 1,300p에서 2000년 3월 5,133p까지 3년 동안 4배나 상승했다. 버블의 구간에서 시장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더 큰 상승폭을 보이며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시장 참여자에게는 가장 큰 수익을 안겨 줄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투자에서 지나친 욕심은 큰 손실을 불러온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투자를 회피한다면 평생에 한두 번만 만날 수 있는 부의 증식 기회를 스스로 내치는 길일 수도 있다. 현명한 자산 배분으로 경제 위기를 대처하면서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생존한다면 성공적인 투자 성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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