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미국 은행 위기 | 다가올 금융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다"
SUMMARY
- 금융위기의 불안을 키운 은행의 파산 과정
- 영업이익이 흑자였던 실리콘밸리은행이 뱅크런 뉴스 보도 하루 만에 파산
- 뱅크런으로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매도하며 미실현 손실이 확정된 탓
- 특히 손실은 대부분 미국채였으며, 이는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관계 깊음
- 미국채 편입을 높인 다른 은행들도 위험
© istock
|3월 8일 이후 2주간 일어난 미국과 유럽 은행의 파산
- 3월 8일 실버게이트은행의 파산
- 3월 9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과 미국 은행주의 연쇄 폭락
-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결정
- 3월 12일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결정
- 3월 13일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보험기금(DIF)를 통하여 파산 절차에 들어간 은행의 예금을 한도 없이 모두 보호해 주기로 결정, 연준 개입, 미국 대통령 긴급 기자회견
하루가 멀다 하고 문 닫는 은행들 단 1주일만에 세 곳의 미국 은행이 파산하게 되었다. 은행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인해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소진됐다. 복구를 위해 보유 자산을 매도했는데 손실이 나게 되었고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손실 금액의 규모가 컸다. 이 소식이 뉴스로 보도 되고서 뱅크런은 더 가속화되었다. 결국 더 큰 자산매각과 손실을 실현하게 되어 마침내 자본잠식에 이르러 파산하게 된 것이다.
암호화폐 친화은행 실버게이트의 파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2022년 3AC 파산, 루나 사태, FTX 거래소 파산 등 많은 악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3년에도 디지털커런시그룹(DCG) 산하 암호화폐 투자 회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 파산하였다. 크립토 업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굵직한 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나온 실버게이트은행의 파산위험 소식은 암호화폐 업계에 국한된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쉬웠다.
그런데 실버게이트의 파산 이후 하루 만에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의 뱅크런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 금융 당국은 이미 이런 연쇄적인 파산을 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신속하게 은행들을 파산 처리하고 예금자의 예금을 보호했다. 미국 재무부와 대통령 마침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까지 나서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같이 뱅크런 우려가 있는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사태를 진화했다. 이에 미국 은행 위기의 고비를 넘기는 듯싶었다. 그런데 하루를 못 버티고 그동안 약한 고리였던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CSGN)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다.
- 3월 14일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2022년 연례 재무 보고서에 중대한 약점 발견하며 제출 연기
- 3월 15일 크레디트스위스 유럽 주식시장에서 24% 하락 및 거래 중단
- 3월 16일 크레디트스위스 스위스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발표
- 3월 19일 UBS,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결정, 스위스 중앙은행 유동성 지원
미국 은행의 위기는 유럽 은행으로 번져나갔다.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2021년부터 연이은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22년 실적도 좋지 않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지난해 연간 기준 순손실 규모는 72억 9천만 스위스프랑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잇따른 투자 실패와 영업이익 적자로 인해 작년 4분기 고객 자금 유출 규모가 1100억 스위스프랑(약 157조 원) 이상으로 증가하여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SVB 파산 사태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것이다. 고객들의 자금 인출이 심해지고 BNP 파리바가 크레디트스위스의 거래 상대방인 경우 파생상품 계약 인수 요청을 더 이상 수락하지 않기로 발표하는 등 파트너 관계였던 유럽은행에게도 거부당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3월 15일에는 작년 10월 유상증자로 크레디트스위스 지분 10%를 보유하여 1대 주주가 된 사우디국립은행(SNB)이 더 이상의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대주주마저 구원에 등을 돌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30% 하락하며 거래가 정지 되었다.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크레디트스위스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스위스 1위 은행 UBS와 협상으로 3월 19일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합병 하기로 발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유동성은 최대 1천억 스위스프랑에 이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과 유럽의 은행들이 파산하고, 중앙은행까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연 지금 사태를 정상적인 금융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매일매일 새로운 소식이 전해지며 금융위기의 불안을 키우고 있는 이번 은행 위기가 일어나게 된 과정과 중앙은행의 대응 방식에 따른 결과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연속해서 가져보겠다.
|은행이 파산하는데 걸린 시간
1) ‘실버게이트’ (암호화폐 특화은행_연준 회원은행)
3월 2일 실버게이트은행은 회계감사 보고서 제출 연기.
(주가 폭락)
3월 8일 실버게이트은행 '자발적' 파산 선언.
→ 뱅크런 뉴스 보도 후 1주일 만에 파산하게 되었다.
2) ‘실리콘밸리은행’ (VC & 스타트업 특화은행)
3월 9일 SVB 뱅크런으로 인해 손실을 보았으며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뉴스가 발표된다.
(주가 폭락)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매각 중개 협상 없이 당국이 직권 파산시킨다.
→ 뱅크런 뉴스 보도 후 만 하루 만에 파산하게 된다.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를 취급했던 실버게이트은행이 1주일 만에 자발적 파산을 발표했을 때 신속하게 진행되는 파산 과정이 놀라웠지만, 작년 암호화폐 시장의 침체와 FTX 거래소 파산으로 큰 손해를 본 실버게이트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악재이기도 했다. 반면, 실리콘밸리은행은 실버게이트와 다르게 2022년 영업이익도 순이익을 잘 거두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은행(티거명 SVIB)의 주가그래프. 2023년 3월 8일까지 정상 거래되다가 2일 후 상장폐지되었다. © investing.com
2023년 3월 8일에 정상 거래 되었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은행 주식이 3월 9일 뉴스 이후 하루에 -60% (시간 외 -20%)로 하락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는 미국 당국이 직권 상장 폐지를 시켜서 거래가 정지되었다. SVB파산 사태가 과연 정상적인 금융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아니면 미국 당국은 어떤 이유에 의해서 빠르게 SVB를 파산 처리해야만 했었어야 하는 걸까?
|실리콘밸리은행(SVB)
흑자 도산이 벌어졌다 실리콘밸리은행은 하이테크 기업, 벤처캐피털(VC)와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예금과 대출, 투자 업무를 하는 특수은행이다. 198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벤처 금융 전문은행으로 에어비앤비, 우버, 트위터 등 수많은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이 SVB을 고객으로 하고 있었다. 미국 IPO 시장의 43%가 이용할 만큼 대중적인 은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 은행 중 자산 규모 16위에 해당되는 큰 규모의 은행이다.
이번 SVB 파산은 미국 역사상 파산 은행 중 규모 2위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다음날 폐쇄 결정된 시그니처은행(파산 규모 3위)까지 합산하면,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도중에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 은행 규모와 맞먹는다.
뱅크런 이슈가 뉴스화 되고 주가가 폭락하자 하루 만에 매각 절차도 생략하고 파산 결정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후 미국 재무부와 연준, 대통령까지 개입하여 서둘러 뱅크런의 확산을 진화했던 것을 보면, 미국 은행들이 편입한 자산의 미실현손익으로 인한 뱅크런 위기에 대한 경계를 이미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리콘밸리은행(SVIB)의 손익계산서 © investing.com
2022년 12월 31일(22년도 4분기) 최신 데이터로도 총매출 $2.25B에 영업이익 $0.32B으로 준수한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1년 추정 영업이익률 39.65%, 순이익률 28.86%에 이른다. 2023년 Forbes지 선정 미국 최고은행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재무제표 상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거두고 있었다. '흑자 도산'이 일어난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IB)의 대차대조표 © investing.com
대차대조표를 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총자산 $211.79B, 총부채 $195.49B, 총자본 $16.29B으로 자기자본율 7.69%이다. 자기자본율이 10% 이하라 낮은 감이 있고 '당좌비율'로 보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이 흑자였던 미국 16위 권 은행이 하루아침에 파산하게 되었다.
SVB 파산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보유 자산의 하락 때문이다. 그리고 SVB의 보유 자산은 대부분 미국채 였던 것이다. 이번 실버게이트와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금융위기'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은행의 뱅크런 & 파산 과정
1) 시중에 유동성이 감소되면
2) 은행에서 예금 인출이 증가한다.
3) 은행은 지급준비금 내에서 예금주에게 예금을 지급하게 된다.
4) 지금준비금이 부족하면 투자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
5) 투자 자산이 손실 중 인데 매각하면 손실이 확정되게 된다.
6) 은행 자기자본이 투자 손실로 잠식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자본 잠식으로 은행은 파산한다. 뱅크런은 이런 과정을 매우 빠른 속도로 무한히 반복하게 한다. 특히 SVB의 뱅크런은 ‘폰뱅크런’으로 불릴 정도로 인터넷 폰뱅킹을 통해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예금이 인출되었다.
이번 미국은행 뱅크런과 파산 위기의 핵심은 1) 유동성 감소로 인한 '예금인출 증가'와 2) 은행이 보유한 자산이 매도하는데 과정 중에 손실이 확정되는 경우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으로 2022년에는 60년 만에 M2 통화량이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으며,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채권은 역사상 최악의 손실을 보게 된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채도 예외는 아니였다.
|수면 위로 드러난 다음 '금융위기'의 실체
위험에 노출된 미국 민간은행들 ‘BIS’ 나 ‘연준’의 권고 대로 ‘미국채’ 편입 비중을 높인 곳도 위험하다. 이번 SVB 은행이 가진 대부분의 자산은 ‘미국채’ 였기 때문이다. 미국 민간은행이 보유한 미국채는 53% 증가한 4조 5800억 달러나 된다. 그리고 2022년 12월 31일 기준 미국 민간은행이 보유한 매각 가능한 자산(주식&채권)의 평가 손실은 6,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에 SVB가 파산하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뉴스는 SVB가 매도가능증권(AFS)를 매도하고 확정한 손실인 18억 달러에 불과하다.
FDIC에서 발표한 은행들의 투자자산 미실현 손익
2022년 주식과 채권이 모두 하락하고 특히 채권의 대학살이 일어나면서 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있는 은행들의 투자 자산에 큰 미실현 손실이 나게 되었다. 다만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을 실현하지 않지만, 뱅크런으로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매도해야 할 경우에 손실을 확정하게 된 것이다.
| 은행 파산의 공포 전염
SVB는 시작에 불과, 다음 약한 고리는? 시장에서는 SVB와 같이 미실현 증권 손실을 보유한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SVB는 고객들의 자금 인출로 인해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보유 채권을 매각해 대규모 손실이 났는데, 이 손실은 대부분 미국채였다. 이는 연준의 긴축과 관계 깊다.
은행들의 증권 투자는 매도가능증권(AFS)과 만기보유증권(HTM)으로 나뉜다. AFS는 대부분 채권으로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으며, 매 분기 회계 상 시가로 평가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상 손익이 기록되며 누적 손익은 총 자기자본에서 가산되거나 차감된다. HTM은 만기까지 보유하는 채권으로 액면가로 만기에 상환된다. 회계상 초기 매입가로 책정되며 시장가로 책정되지 않는다.
3월 13일 미국 주식시장 개장 전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 회견이 있었지만 SVB 이후 다음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은행들의 주가 하락은 막을 수 없었다.
3월 13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의 일봉 주가그래프
부동산 및 건설 분야에 특화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First Republic Bank, 티커명 FRC)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1985년에 창립되어, 2010년에 NASDAQ에 상장되었다. SVB 사태 이후로 70% 이상 하락했다.
3월 13일. 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 (WAL)의 일봉 주가그래프
'웨스트 얼라이언스 뱅코프'(Western Alliance Bancorporation, 티커명 WAL)는 중소기업 및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 특화된 은행으로 1994년에 설립되었다. 미국 NYSE(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고 S&P 500 지수 구성 종목 중 하나다. SVB 파산 이후 70% 가까이 폭락했다.
1) 암호화폐 - 실버게이트, 시그니처은행
2) VC, 벤처 - 실리콘밸리은행
3) 유럽 투자은행 - 크레디트스위스
다음 약한 고리는 언제일까? 미국 연준과 재무부의 도움이 없이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할 경우 약 200여개의 미국 은행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는 SVB 파산 여파가 간단히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연준과 각국의 중앙은행은 신속하게 공조하여 위기가 닥친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연쇄적인 뱅크런과 은행파산을 막고 있다. 앞으로 연준은 물가와 금융위기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다음 시간에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가져올 이번 위기의 진화 과정과 그에 파생되는 새로운 위협에 대해 다뤄보겠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