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세상의 삼위일체- I #2
Summary
-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크게 세 곳(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이 있음.
- 블랙록의 운용 자금은 1경 원 규모로, 세 자산운용사 중 가장 많음.
- 뱅가드의 창업자 잭 보글은 ETF의 모태인 패시브 전략을 투자 주류로 만든 인물.
-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미국에서 최초의 ETF인 SPDR ETF를 상장시킴.
| "ETF의 제왕들"
흥미롭게도 ETF의 생태계가 삼위일체로 이뤄진 것과 같이 글로벌 기준에서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크게 셋이다. 글로벌 ETF를 지배하는 운용사들은 다음과 같으며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이들은 미묘하게 서로 엮여 있다.
ETF 세상의 3대장 – ① 블랙록 블랙록(Blackrock)의 경우 운용하는 자금은 ETF를 포함 2020년 12월 기준 8.7 Trillion USD를 기록했다. 원화로 환산할 경우 해당 자금의 규모는 1경 원이다. 한국의 GDP가 2천 조 정도이니 한국을 5번 살 수 있는 규모다. 500조의 삼성 전자의 경우 20번을 살 수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블랙록의 창업자 래리 핑크(Larry Pink)가 최초 사명을 만들 시 BlackRock과 BlackPebble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점이다. 이를 직역하면 검은 돌과 검은 자갈인데 1경 원의 자산을 감안하면 검은 자갈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ETF 세상의 3대장 – ② 뱅가드 뱅가드는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2020년 12월 말 기준 7.2 trillion USD로 블랙록 다음으로 크다. 원화로 환산할 경우 8,300조 원이다. 뱅가드의 창업자 잭 보글(Jack Bogle)은 ETF의 모태가 되는 패시브 전략을 투자 세계의 주류에 등극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잭 보글이 1975년 뱅가드를 창립할 당시 세상은 패시브 스타일에 무지했다. 심지어 패시브 펀드는 공산주의보다 나쁘다(Passive Fund is worse than Communism) 혹은 미국 답지 못하고 평범함으로 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Un-American and Sure Path to Mediocrity)란 비난이 있었을 정도로 사람들은 BM을 그대로 추종하는 전략에 적대적이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전체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얻겠다는 패시브 전략은 최소한의 노력과 의지(Un-American)로 지극히 평범한 결과(Sure Path to Mediocrity)만을 내겠다는 표현으로 들릴 수 있다. 이는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로 삶을 개척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미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 Mind)에 어긋나 보일 수도 있다.
ETF와 인덱스 투자와 관련한 비난은 지금도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다. 反 - ETF 연맹의 대표주자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빅 숏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 박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했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폴 싱어도 대표적인 ETF 혐오론자다. 이들의 주된 비판은 ETF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자본시장의 효율적 자본 배분 기능을 망가트린 다는 점이다.
다만 역사는 보글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패시브 투자는 투자의 주류로 등극했으며 해당 전략으로 만들어진 ETF는 금융 세계의 최고의 발명품이 됐다. 향후 글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인생은 이것저것 하며 경험을 쌓아야 시야가 넓어지고 성장한다고 배웠으나 투자는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고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장기 투자할 때 가장 성공적이다.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면 우량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장기투자다. 보글이 창조한 인덱스 펀드를 보면 볼수록 인생의 성공 방식과 투자의 성공 공식이 조금 상이함을 알 수 있다.
ETF 세상의 3대장 – ③ 스테이트 스트리트 마지막으로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ETF 3 대장 중 3위로 20년 말 기준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는 3.6 trillion USD(4,100 조원)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미국에서 최초의 ETF인 SPDR ETF(Spider)를 상장시킨 운용사다. 해당 ETF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며 최초의 ETF 답게 미국에서 현재 가장 사이즈가 크다(383 billion USD ~ 440조 원).
미국 최초의 ETF SPIDER가 상장한 날. 출처: Wall Street Journals
SPDR 상장을 주도했던 인물 네이트 모스트(Nathan Nate Most)는 블랙록의 래리 핑크나 뱅가드의 잭 보글과 같은 전통 금융인이 아닌 음향 엔지니어였다. 그는 2차 대전 때 태평양에서 일본의 잠수함을 찾아내는 역할을 했으며 종전 이후 아시아 지역을 돌며 음향 장비로 사업을 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원자재 거래를 시작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ETF라는 희대의 상품을 만들어 냈다.
모스트는 잭 보글과도 인연이 있는데 모스트는 원래 뱅가드의 보글을 찾아가 S&P 500 인덱스 펀드를 기반으로 최초 ETF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보글은 이 제안을 거절했고 모스트는 뱅가드가 위치한 펜실베니아에서 뉴욕으로 돌아왔는데 이때 찾아간 운용사가 바로 State street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3년 1월 22일 그는 최초의 ETF인 SPIDER를 상장시켰다. 당시 모스트의 나이는 79세였다.
모스트는 ETF의 창시자로서 상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았다. 실제로 ETF는 그 기초가 됐던 패시브 전략을 넘어 최근에는 액티브 전략으로도 확장하는 중이다. 전략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들 또한 주식과 채권 및 금과 같은 원자재도 포괄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모스트는 SPDR를 상장시킨 이후 ISHARES라고 불리는 ETF 상품들을 주력으로 삼은 Barclays Global Investors의 이사진에 합류했는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Barclays는 재정 악화로 ISHARES 상품 라인을 분리해 블랙록에게 매각했다. 그리고 당시 채권 전문 운용사였던 블랙록은 이를 계기로 보글의 뱅가드를 제치고 글로벌 최고의 자산운용사로 진화하게 됐다.
| ETF를 가장 잘 설명하는 한 문장
이번 글에선 ETF 생태계의 1좌인 자산운용사를 다뤘다. 자산운용사의 핵심이 되는 벤치마크와 액티브 전략의 대칭인 패시브 전략을 설명했다. 그리고 패시브 전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ETF의 장점을 커버했다. 다음 편에서는 생태계의 다른 축을 지탱하는 지수 제공업자들과 AP들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TF에 대해선 정말 쓸 수 있는 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아래의 문구가 ETF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이는 네이트 모스트와 함께 ETF 상장을 지휘했던 Steven Bloom이란 인물이 했던 말이다.
It started out as a product, and it became an industry
(일개 상품으로 시작한 ETF는 이내 그 자체로 산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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