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용어 정리 - 질적완화 "양적완화의 배다른 형제"
전 편에서는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에 대해서 다뤘다.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장기 채권을 위주로 매입해 장기 금리를 하락시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리고 정책의 목표는 크게 (1) 장기 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 유도 및 (2) 포트폴리오 효과다.
언론에서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의 정책을 QE로 퉁쳐서 부르지만 실제로는 양적완화가 중앙은행이 보유한 카드의 전부가 아니다. 이번 장에선 양적완화의 배 다른 형제라 볼 수 있는 질적완화(QE: Qualitative Easing)에 대해서 다뤄 보겠다. 이 둘을 합쳐 QQE(Quantitative and Qualitative Easing)이라 하며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의 중앙은행 완화 정책의 끝판왕으로 여겨졌다.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 "어떻게 작동하는가?"
양적완화는 달리 질적완화는 좀 더 직접적이다.
이게 어떤 의미냐 하면 양적완화는 단순히 국채를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데 끝난다. 그리고 낮아진 금리를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돈을 빌리는지 여부에 대해선 중앙은행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즉 금리를 낮추는 데서 끝나고 실질적인 Decision Making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질적완화는 보다 직접적으로 이뤄지는데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매입하는 자산의 범위를 국채 외로 확대한다. 대표적인 게 회사채(CP: Corporate Paper)다. 최초의 질적완화 정책으로 일본 중앙은행 BOJ는 2010년도 이후 질적완화의 범위에 ETF(일본의 대표적인 NIKKEI 지수와 TOPIX 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와 리츠를 포함시켰다.
즉 양적완화와 질적완화의 차이는 바로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자산의 종류에 있다.
양적완화는 국채 위주로 매입해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Balance Statement)를 확대시킨다.
반면 질적완화는 주어진 대차대조표 안에서 매입하는 자산의 비중을 기존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보다 위험자산인 주식형 ETF와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것이다.
| "매입 대상의 자산 폭이 넓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론은 양적완화 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원하는 충분한 수준의 경기 부양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않고 투자를 안 하고 소비를 옥죄면 경기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저금리 만으로는 사람들이 보다 미래에 긍정적인 희망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하기엔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고심해 실행한 것이 바로 질적완화다.
CP를 중앙은행이 왜 사는가? 기업들이 돈을 대출받기 위해선 마치 정부가 그러하든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린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국채라 하면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회사채라고 한다. 근데 안전자산인 국채와 달리 회사채에는 발행한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있다. 그리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저에선 이러한 리스크 테이킹을 투자자들은 회피한다. 이는 곧 기업들이 돈을 조달하고 싶어도 조달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즉 중앙은행이 CP를 매입한다는 것은 기존에 은행 등이 해야 할 자금 조달 역할을 중앙은행이 직접함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왜 NIKKEI 혹은 토픽스 ETF를 매입하는가? 주가 부양을 통해 리스크 센티멘트(리스크를 지고자 하는 위험 심리)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투자자와 기업 입장에선 "부의 증대"효과가 나타난다. 즉 간접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동시에 2016년도에 발생했던 브렉시트(Brexit)와 같은 악재 때마다 BOJ는 ETF 매입 규모를 늘렸다. Brexit 전 BOJ가 매입했던 ETF 규모는 3.3조 엔이었지만 이후 규모는 6.0조 엔으로 증가했다. 즉 악재로 인해 증시가 고꾸라져 시장의 리스크 센티멘트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 "정책은 성공적인가?"
이 질문은 마치 양적완화가 성공적이었나 와 동일하다. 즉 애매하다. 알 수 없다.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지 못했던 것처럼 질적완화 또한 실질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단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나 질적완화(Qualitative Easing) 혹은 이를 합친 양적&질적완화(Quantitative and Qualitative Easing) 모두 확실한 점은 하나 있다.
바로 지난 10년 동안 자산 가치만은 제대로 상승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은 앞으로 유지될 것이다. 단순히 유지되는 정도가 아니라 이번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더 공격적이고 자산 매입의 규모도 확대됐다. 즉 중앙은행의 존재감이 금융 시장에 점점 뿌리내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 "질적완화의 범위는 어디까지?"
최초 양적완화가 실행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우려와 비난이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된다는 논지다. 즉 중앙은행이 장기물 채권을 매입할수록 금융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지표인 장기 금리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채로는 충분치 않았다.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자산의 범위는 회사채와 ETF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는 심지어 신용 위험도가 낮은 회사채인 하이일드 채권(정크 본드)을 매입했다. FED가 직접 매입을 한 것은 아니고 BOJ가 그러했듯이 ETF를 통해 매입했다. 즉 High Yield ETF(HYG: Ishares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를 통해 정크본드 시장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FED가 이렇게 한 이면에는 코로나 직후 불거진 기업들의 연쇄 도산 위험 때문이다.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자금을 리파이낸싱해야 한다. 즉 채권 만기가 되면 돈을 되돌려 줘야 하는데 이때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기존의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근데 상환을 해야 하는 시점에 신규 대출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없기에 파산이다. 그리고 단일 기업의 파산은 해당 기업의 문제지만 연쇄 도산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문제가 된다. 즉 이를 막기 위해 연준은 정크본드 시장까지 개입해 시장을 안정화시킨 것이다.
한 마디로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범위는 기존의 채권에서 회사채, ETF 그리고 정크본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질적완화는 양적완화처럼 반드시 투자자가 알아야 하는 개념이다. 물론 질적완화는 쉬이 접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양적완화의 개념에 포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글을 읽은 투자자라면 이제 알 것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미국의 경우 주택담보증권인 MBS까지 포함) 외의 다른 자산을 매입한다면 엄밀히 말해 양적완화가 아니라 바로 질적완화인 것이다.
BOJ가 니케이 ETF를 산다? 이는 질적완화다.
BOJ가 일본 국채를 산다? 이는 양적완화다.
연준이 회사채를 산다? 이는 질적완화다.
연준이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한다? 이는 양적완화다.
* 질적완화에 대한 이해가 여러분의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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