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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용어 정리 - 디플레이션(Deflation)

 

오늘은 디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디플레이션(Deflation)은 화폐 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과는 정 반대 개념이다. 정의는 단순하다. 즉 화폐 가치가 상승해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이것만 들었을 땐 디플레이션은 좋은 현상처럼 보인다. 보유하고 있는 화폐 가치가 상승하고 구매력이 증가하며 물가가 내려간다. 동일한 화폐로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다는 말은 달콤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다.

21세기 자본주의에서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해야 할 현상은 디플레이션이다. 지금부터 디플레에 대해 알아보자.

| "디플레이션은 바람 빠진 풍선"

경제를 풍선으로 비유하면 인플레이션은 풍선에 바람(화폐량의 증가)을 불어 넣는 행위다. 바람이 들어갈수록 풍선을 팽창하고 종국에는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터진다. 디플레이션은 풍선에 바람(화폐량의 증가)을 빼는 행위다. 바람이 줄어들수록 풍선을 쪼그라들고 종국에는 본모습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축소된다.

디플레이션이 위험한 이유는 경제라는 엔진의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해 촉발된 수요 감소는 물가를 하락시키는데(가령 경기 침체) 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기업은 생산을 멈춘다. 왜냐면 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오늘 제조한 제품의 가격이 내일 혹은 그 다음날 더 하락하기 때문이다. 투자도 보류할 확률이 높다. 왜냐면 투자를 하는 것보다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오늘 1,000원으로 공장 1개를 지을 수 있는데 내일이면 공장 1.5개를 지을 수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투자를 보류할 것이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가계도 마찬가지다. 삼겹살이 오늘 1,000원이지만 내일 900원이 될 것이라 기대되는 상황에선 높은 확률로 오늘보다는 내일 소비를 할 것이다. BMW가 오늘 100,000원이지만 한 달 후에 90,00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 대부분은 한 달을 참고 90,000원에 자동차를 구매할 것이다. 즉 물가가 하락하는 구간에선(혹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선) 소비가 딜레이 된다.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사람들이 생각해 소비를 뒤로 미루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전반으로 봤을 때 매우 좋지 않다. 가계가 소비를 딜레이 하면 기업의 이윤이 감소한다.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보류하면 일자리가 감소한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것은 실업자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실업자가 증가할 경우 이는 소비를 더욱 억누르고 다시금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인다. 즉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경기는 활기를 잃고 경제는 점진적으로 침체되어 간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말이다.

디플레이션으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활기를 잃은 대표적인 국가 바로 일본이다. 중앙은행의 여러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는 이미 20년을 넘어 3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 이어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수렁에 빠져들고 추세다.

 

0%에서 등락하는 일본의 GDP 연간 성장률

 

"디플레이션과 구조적인 요인들"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발하는 요소들의 다양성이다.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급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대체로 화폐적인 현상이다. 돈이 풀리면 인플레가 발생한다 - 경제학의 국룰이다. 하지만 디플레는 보다 복잡하다. 고령화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낮아지고 평균 연령은 증가하고 있다.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보편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화는 소비 감소 및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에 일조한다. 즉 고령화로 갈수록 구조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유발되게 된다.

고령화 외에 IT 중심의 기술 발전도 디플레이션을 야기하는 구조적인 요소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지므로 물건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IT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오프라인 세상의 불가결적인 저장 비용 등을 제거해 단가를 더욱 낮춘다. 이러한 현상을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라고 부르는데 아마존과 같은 대형 IT 기업의 등장으로 물가 상승률이 극히 제한되고 있는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세상이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IT 기술이 견인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은 심화될 예정이다.

 

"부채와 자산의 적, 디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은 화폐 가치의 상승을 뜻한다. 이는 비단 물가만을 하락시키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것은 화폐의 단위로 표시되므로 화폐 가치의 상승은 곧 자산 가치의 하락을 야기한다.

더 나아가 디플레이션은 부채의 무게를 더한다. 가령 100 USD를 차입하고 이자를 5%씩 매년 지급한다고 가정하자. 눈에 보이는 이자는 5 USD가 되지만 디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물가 상승률이 -5% 라면(+5% 디플레이션) 이자의 무게는 5%가 아니라 10%가 된다. 이자의 무게뿐만 아니라 부채도 무거워진다. 100 USD의 화폐 가치가 5%만큼 증가하므로 실질적인 채무는 105 USD가 되는 것이다.

금융 용어 정리 - 인플레이션에서 언급했듯이 최대 채무자인 정부는 부채를 감해주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 인플레이션 발생해야지 자연스럽게 채무를 마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오게 되면 상황은 정 반대가 된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채무가 늘어난다. 글로벌 부채의 크기가 늘면 늘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는 작금의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교과서에선 1차 대전 직후의 독일의 하이퍼인플레이션 혹은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 등이 언급돼 일반적인 인식에선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경제 상황으로 여겨진다. 물론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최악의 경제 상황이 맞다. 연간 20% 상승률로만 물가가 3년 오르면 73%가 된다. 1,000원짜리 라면 값이 3년 만에 1,780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로 제대로 된 통화정책을 펼치는 주요 국가들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선 높은 인플레이션이 주기적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말이다. 향후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가 우려해야 할 사항은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에 가까울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 상승률을 2%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좋지 않지만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좋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은 높고 낮든 좋지 않다.

물가는 점진적으로 지속해 올라야 한다.

그래야만 주식도 오르고 부동산도 오른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디플레이션은 오면 안된다.

 

* 디플레이션에 대한 이해가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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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자산운용사 상품팀 금융인. ETF와 지수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하겠습니다. “It started out as a product, and it became an industry” (일개 상품으로 시작한 ETF는 이내 그 자체로 산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