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빈혈·설사…대장암 증상이라는데…
암 발생 위치따라 체중감소 등 다양한 변화…육류 즐기고 운동 부족해도 고위험군
육류 섭취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
#서울에 사는 김모(53)씨 가족은 육류를 즐기는 편이다. 식탁에는 항상 고기 반찬이 올라오고 외식을 하면 주로 고깃집을 간다. 그러다보니 김씨뿐만 아니라 아내와 고등학생인 두 아들 모두 비만에 가까운 상태이다. 그런데 얼마 전 변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대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아직 수술까지 해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외식 등을 통해 육류를 많이 섭취할수록 대장암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육류 등 단백질 섭취는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일정정도는 섭취해야하지만 지나친 육류사랑은 대장암의 원인이 된다. 육류 섭취와 함꼐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대장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국내 암 사망원인 3위, 발병률 세계 1위 불명예
대장은 소장 끝부터 항문까지 연결되며 배를 물음표 모양으로 돌아 내려가는 소화기관이다. 대장은 충수, 맹장, 결장, 직장, 항문관으로 나뉘며, 결장은 다시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에스상(S狀)결장으로 구분한다. 대장암이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이라고 한다.
대장암은 국내에서 갑상선암과 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자 국내 암 사망원인 3위다. 남성에서는 위암 다음으로, 여성에게는 갑상선암과 유방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특히 한국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란 불명예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 당 45명꼴로 대장암이 발병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암 위치 따라 변비·혈변 등 증상 달라
대장암은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대장은 다른 장기에 비해 탄력성과 확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백광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소화기센터장은 “나중에 항문 출혈이 발견되거나 배변습관의 변화가 올 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설사, 빈혈, 변비 등의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면 이미 대장암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암의 위치에 따라 증상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좌측 대장암의 경우 변비, 점액변, 장폐색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우측 대장암이면 설사, 체중 감소, 변비 등이 나타난다. 직장암일 경우에는 혈변이나 점액변이 대표 증상이다.
대장암은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그 중 가족력이 높은 원인 중 하나다. 부모 중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 자손의 대장암 발생률은 2~3배 증가한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장은 “약 5 %의 대장암 환자는 선천적인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암이 발생하는 유전성 대장암”이라며 “이런 경우 그 직계 가족의 약 50%에서 대장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과거력도 하나의 원인이다. 한 번 대장암이 발생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대장점막은 암 발생의 소지가 정상인보다 높은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을 걸린 후 10~20년이 경과하면 대장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대장암 역시 50대 이후부터 발병률이 높아진다.
특히 대장암에서 ‘선종’이라고 불리는 용종이 중요하다. 용종은 점막의 일부가 주위 점막 표면보다 튀어나와 혹처럼 형성된 것을 말한다. 백광호 센터장은 “대장암은 80% 이상이 이 선종에서 시작된다”며 “선종은 향후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육류 섭취 많고 운동 부족한 사람 고위험군
이런 선천성 원인 외에 생활습관에 의해서도 대장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가장 주요한 원인은 식습관이다. 육류 섭취가 많고 섬유질 섭취가 적은 사람, 비만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우용 센터장은 “대장암은 영양 상태가 과도하게 좋은 사람들에서 많이 생긴다”며 “특히 육류 섭취가 많은데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집안에서 누워 지내기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장암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다만 대장암에 걸렸다고 무조건 고기를 끊을 필요는 없다. 이우용 센터장은 “육류 섭취가 많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이 대장암의 발생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절한 양의 단백질 (체중 kg당 1~2g)을 섭취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육류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기름진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암환자라고 해도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