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우롱한 가짜 의병 5명…진짜 후손 황당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한 장면. |
보훈처 방치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
고용진 의원 국정감사 자료로 폭로
가짜 유공자 아직도 버젓이 국립묘지에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진성 선생의 아들인 김세걸씨는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포상 및 유공자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청을 하자, 이미 유공자가 돼 있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미 김진성이라는 가짜 유족이 독립유공자 자녀 행세를 하며 15년 간 보훈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세걸씨는 1995년 김진성의 서훈이 취소되었지만, 김진성의 사촌 동생인 김정수와 그의 3대에 걸친 가문이 수십 년 동안 독립유공자 행세를 해오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그로부터 그는 가짜 독립유공자들의 사진, 공훈록, 수형기록, 지문 기록 등을 확보해 무려 20여 년 동안 보훈처에 가짜 독립유공자 가문의 서훈 취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보훈처는 ‘검토 중’이라며,‘기다려달라’는 허망한 답변만 반복한 것이다.
보훈처는 주민등록 지문, 필적감정을 비롯한 각종 증빙자료 확인을 통해 올해 광복절에 이들 가짜 독립유공자 4인의 서훈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보훈처가 20여년 만에 서훈 취소라는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보훈 문제에 각별한 의지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고용진 의원은 10일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 국가가 가짜 독립운동가 5명에게 현재가치 수십업의 국민혈세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를 이어 의병 가문 행세를 했다. 가짜를 확인했지만 환수금액은 한푼도 없었다.
이 중 가장 많은 보훈급여를 받은 인물은 김정수의 유족으로 196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7년 동안 3억9357만원을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 지역의 대표적인 항일조직인 참의부에서 활동한 공로로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현 독립장, 3등급)을 받았다. 2018년 기준 1~3등급 독립유공자는 최고 등급으로, 본인은 월 785만원(보상금+특별예우금)의 보훈급여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생존한 독립유공자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본인이 사망하면 배우자(245만원)나 자녀(211만원)의 순서대로 보훈급여금을 지급 권한을 승계한다.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의 유족(딸)이 2015년 마지막 보훈급여를 받았을 당시, 매월 188만2000원을 받았다. 마지막 보훈급여액을 그동안 받은 수급기간을 고려해 다시 계산하면 지금까지 총 10억6000만 원 상당의 보훈급여를 받은 셈이다. 그동안 물가가 25배 이상 올라 1960년대 당시 월 보훈급여는 2천 원 정도로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들 중 김정수와 큰아버지 김병식의 유족들은 각각 2015년, 2017년 재심으로 연금이 중단되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보훈급여를 부정하게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는 아직도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버젓이 묻혀 있다.
고용진 의원은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 행세를 하며 받아간 수십억 원 상당의 보훈연금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면서 “과거 독립유공자 심사와 선정 과정에 많은 부정과 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많이 들었다”면서, “보훈처가 의지를 갖고 독립운동 공훈에 대해 재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