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에 설탕 팍팍? 달아도 너무 달다, 요즘 ‘한식’
한식 레시피에 설탕 사용 갈수록 늘어
“전통 한식은 재료 본연의 맛 즐기는 것”
간식·음료로 당섭취 높은 한국인 ‘악영향’
설탕이 들어가는 된장찌개 레시피. [tvN 캡처] |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만들 때 설탕을 꼭 넣어요. 그래야 더 맛있어지거든요.” 직장인 최영권(38) 씨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찌개 레시피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한식 요리에 “설탕이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최 씨의 말처럼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소개되는 한식 레시피의 모든 재료에는 설탕이 포함된다. ‘여기에도 넣는다고?’ 의문이 들 정도다. 나물무침부터 잡채에도 설탕은 빠지지 않는다.
특히 매콤한 음식에는 설탕이 더 많이 들어간다. 매운맛에 가려져 설탕이 많아도 단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닭도리탕과 김치찜을 비롯해 제육볶음, 오징어볶음 등 다양하다. 새콤달콤하게 무친 비빔국수나 골뱅이무침도 마찬가지다.
달콤짭조름한 조리에도 설탕은 단골손님이다. 갈비찜, 불고기 같은 고기 양념과 생선조림 등이다. 이렇게 요즘 한식 밥상은 ‘맵단(맵고 단)’ 또는 ‘단짠(달고 짠)’이 지배한다.
임상영양전문가인 김형미 연세대학교 임상대학원 객원교수는 “한식이 다양한 요리에 접목되면서 설탕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서 영양학적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경계했다.
일각에선 ‘슈가보이’로 불렸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영향력을 지목하기도 한다. 그는 과거 방송에서 된장찌개에 필요한 재료로 설탕을 꼽으며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면 텁텁한 맛이 잡히면서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말했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던 전통 한식과 달리 최근 레시피에는 설탕 사용량이 늘고 있다. [123RF] |
요식업계에서 백종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한국인은 달콤한 한식에 익숙해진 상태다. 식당도 단맛에 빠졌다.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도 알고 보면 ‘숨겨진 단맛’이 비장의 무기가 됐다. 오히려 설탕이 빠진 한식엔 ‘밋밋하다’, ‘맛이 없다’는 평이 따른다. 시중에 판매되는 각종 간편식이나 양념들도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면 당류 함량이 생각보다 높다.
문제는 전보다 달디단 한식의 맛이 ‘천연당’보다 ‘첨가당’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당류는 자연식품에 들어있는 천연당과 단맛을 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첨가당으로 구분된다. 설탕을 비롯해 매실청, 물엿, 잼, 시럽 등이 대표적이다. 매실청은 상대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모든 수제청은 설탕 함량이 높다.
임경숙 이사장은 “전통 한식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단맛이 강해진 것은 설탕이 대중화된 이유도 있다”고 짚었다. 전과 달리 설탕 가격이 저렴해지고, 쉽게 접하게 되면서 사용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식사를 제외하더라도 일상에서 간식과 음료로 많은 첨가당을 섭취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형미 교수는 “요리에 과도하게 들어가는 설탕도 문제인데, 식사 후 단 음료와 디저트까지 먹는 습관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첨가당의 과잉 섭취는 혈당을 빠르게 올리며, 에너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 지방으로 전환돼 비만과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는 ‘당류 줄인 밥상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캡처] |
원래 한식은 이처럼 달게 만들지 않았다. 임경숙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전통 한식은 조림보다 무침을 즐겨 먹어 식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리법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나물이다. 임경숙 이사장은 “나물 본연의 향을 살리도록 간장, 참기름을 살짝 넣고 무치는 등 우리 조상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겼다”고 했다. 이어 “단맛이 필요할 때는 조청을 활용해 은은한 단맛만 살렸다”고 덧붙였다.
고기 조리법도 달지 않았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단맛이 강한 지금의 고기 양념과 달리 너비아니, 설하멱적과 같은 우리의 옛날 고기구이는 꿀이나 조청을 아주 소량만 넣었다.
전문가들은 한식의 설탕 사용을 덜기 위해 가급적 양념을 줄여 조리하라고 권한다.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로 단맛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김형미 교수는 “양파, 무, 단호박, 과일 등 천연재료로 단맛을 대체하고 버섯류로 풍미를 높이면 당류를 줄이면서 요리 품격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저당’ 한식 레시피의 보급도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당류 줄인 밥상 조리법’을 제공하고 있다. 임경숙 이사장은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전통 한식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레시피가 다양하게 개발·보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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