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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지팡이 짚고" 조병규 '울보 영웅'의 고민

OCN '경이로운 소문'에서 다리 불편한 고교생 소문 역 열연

중고차서 자고 반지하 생활한 청년 배우

'스토브리그' 등 3연속 흥행.. 카톡 프로필엔 '사즉생, 생즉사'

"용돈 5만원 올라"

한국일보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소시민 영웅인 소문 역을 맡아 인기를 누린 배우 조병규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기적이란 말을 여러 번 했다. 드라마 '스캐이슬'(2018) '스토브리브'(2020)를 거쳐 최근 종방한 '경이로운 소문'까지. 3연속 흥행 연타를 치며 주연 배우로 거듭난 현실이 채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조병규(25)는 지난 여름, 하루에 두 세시간씩 2주 동안 지팡이를 짚고 강남 일대를 걸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오른쪽 다리를 다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배역에 좀 더 다가가 불편한 걸음걸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당시 그는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주인공인 소문 역을 맡아 첫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26일 화상으로 만난 조병규는 "다리를 절뚝거리니 지나가던 할머니가 '어쩌다 다리가 저렇게 됐어' 하시더라"며 "'소문이가 이런 말을 매번 들으며 자랐겠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소문이가 어떤 아픔을 지녔을지 어렴풋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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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배우 조병규가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걷고 있다. 극에서 그는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다친 고등학생 소문 역을 맡았다. OCN 제공

이런 과정을 거쳐 조병규가 소문을 연기한 '경이로운 소문'은 한 많고 짠한 소시민 영웅들 이야기로 많은 관심(마지막회 시청률 11%·OCN 역대 최고 기록)을 받았다. 조병규는 극에서 '울보 영웅'이었다. '은따' 고교생인 소문은 사고로 죽은 부모를 만나기 위해 악귀 사냥꾼이 된다.


소박한 배우의 현실은 묘하게 소문과 닮아 시청자의 감정선을 더욱 건드렸다. 올해로 데뷔 6년 차인 조병규는 중고차와 옥탑방을 거쳐 지난해 '반지하 살이'를 간신히 끝냈다.


'스카이캐슬'(2018)·'스토브리그'(2020)·'경이로운 소문'까지 흥행 3연타를 친 조병규는 아직도 부모에 용돈을 타 쓴다. 조병규는 "일 시작한 뒤 번 돈을 모두 부모님께 드려 딱히 비자금도 없다"며 "매주 화요일, 15만원씩 받던 용돈이 최근 5만원 더 올랐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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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배우 조병규의 통장 잔고. 2년 전 방송 당시 조병규는 매주 15만원의 용돈을 어머니에게 타 썼다. 지난 26일 화상으로 인터뷰한 조병규는 방송 후 용돈이 5만원 올랐다며 내가 번 돈을 받는 건데 어머니께서 이상하게 의미를 부여하신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한 날은 마침 그의 용돈이 들어오는 날(화요일)이었다. 조병규는 어머니가 일을 하셔서 오후 5시쯤 돈이 들어올 것이라며 기대했다. MBC 방송 캡처

청춘스타로 떠오른 배우는 '나 혼자 산다' 등 예능 프로그램에 비친 모습과 달리 차분했다. 조병규는 인터뷰에서 펜을 들고 질문을 요약한 뒤 말을 골랐다.


그가 들려준 캐릭터 해석에도 진중함이 묻어났다.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에서 초능력보다 더 판타지스럽다 느낀 건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인 소문이 어떻게 학교 일진에 맞서고, 약자를 대변할 수 있을까였다"며 "그래서 조심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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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출연했던 배우 조병규 모습. JTBC 제공

2015년 드라마 '후아유'로 데뷔한 조병규는 그간 80여 작품에 쉼 없이 출연했다. 배고 파 본 영향이 컸다.


"늘 선택 받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불안해요. 데뷔해서 한 번도 제가 주인공을 할 거란 상상을 해 본 적 없어요. 그런 제게 찾아온 이 기적 같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더 이 악물고 사는 것 같아요." 그런 조병규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생즉사, 사즉생'이란 문구가 걸려 있다.


모든 것을 건 사즉생의 심정으로 매번 연기에 뛰어든다는 조병규는 내달 3일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으로 더 나아갈 힘을 얻었다"며 "정의가 필요할 때 작게라도 소리 낼 수 있는 사람이 돼보자란 다짐도 하게됐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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