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참사] 침몰 순간에도 끝까지 손녀 놓지 않은 할머니
헝가리 “수사는 우리가” 어렵사리 성사된 선체 정밀 수색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 허블레아니호 인양현장에서 허블레아니호의 선미 쪽 창문에 시신유실 방지용바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
헝가리의 비극이 된 허블레아니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여섯 살 소녀는 할머니의 품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현지에 파견된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등에 따르면 인양된 허블레아니호에서 발견된 한국인 탑승객 시신 3구 중 6세 김모양과 50대 한국인 여성은 친인척 관계로 확인됐다.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12일 “전날 인양 당시 김양과 김양의 어머니가 함께 발견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김양과 함께 수습된 시신은 김양의 할머니로 최종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김양과 함께 승선한 외할머니로 보이는 50대 여성은 김양을 끌어 안고 있는 자세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초. 대형 유람선이 선체 좌측 후미를 받고 지나가 아수라장이 된 상태에서 할머니는 손녀를 꼭 끌어안고 놓지 않은 것이다.
정부 대응팀과 헝가리 당국이 12일 이틀째 인양된 허블레아니호에 대한 합동 수색을 실시했다. 당초 헝가리 당국은 ‘공동 수사는 불가하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지만 수사가 아닌 실종자 수색이 목표라는 우리 측 요청이 거듭되자 한발 물러서면서 합동 수색이 가능했다. 양국 구조팀은 전날 선체 인양과정에서 한 차례 선내 수색을 통해 한국인 실종자 3명을 포함해 모두 4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이날은 오전까지 특별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양국의 합동 수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초 우리 대응팀은 “허블레아니가 인양되면 양국 구조대원들이 1차로 수색을 한 후 시신이 모두 발견되지 않으면 선박 전문가 등을 대동하고 선내를 수차례 정밀 수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헝가리 당국은 인양한 허블레아니호를 사고현장에서 15km가량 떨어진 다뉴브강 하류의 체펠섬으로 옮긴 뒤에도 우리 대원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양국 공조가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허블레아니호 인양이 실시된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갈 크리스토프 헝가리 경찰청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헝가리 정부는 수사 과정에 개입하거나 허블레아니호 선장 측 변호인이 법률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수색팀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선내 수색을 위해 오전 10시 체펠섬에 도착한 신속대응팀 대원들은 오후 3시 현재 5시간째 대기 중이다. 앞서는 허블레아니 인양 종료 시점부터 경찰 수사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 헝가리 당국이 우리 측의 수색 활동을 수사의 일환으로 오판해 선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갈 크리스토프 헝가리 경찰청 대변인은 11일 오후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사고 과정에서 선박이 입은 손상뿐 아니라, 수색 및 인양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손상 등도 살펴봐야 한다”며 “체펠섬으로 옮긴 후 해양 전문가 및 기술자들과 함께 정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 요청을 의식한 듯 “잘 알고 있듯 조사는 헝가리 경찰이 수행한다”고 못을 박았다.
신속대응팀은 당초 허블레아니호 진입이 ‘수사가 아닌 수색’이라는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헝가리 당국이 선체 진입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헝가리 당국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진입을 막고 있다.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허블레아니 선장 변호인단에서 선체 보존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서 헝가리 검찰 측이 법리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헝가리 경찰 측에서 수색견을 허블레아니 선내로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아, 실종자 수색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다뉴브강 하류 지역에 대한 공중 및 수상 수색에는 헝가리 측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 정밀 수색을 둘러싼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