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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염에 영하 4도...'영미~' 의성의 '더위 사냥' 명소

기차+렌터카 이용 경북 의성 여행


경북 의성은 아직까지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마늘 주산지이자 ‘영미~’ 신드롬을 일으킨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대표팀의 고향으로 조금 익숙한 정도다. 이름난 곳이라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한적한 편이다. 장마 끝에 찾아온 폭염, 조금이라도 더위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의성의 주요 관광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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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춘산면 빙계계곡. 바위틈으로 영하의 찬 공기가 술술 새나오는 피서 명소다. ⓒ박준규

서울 청량리역에서 의성역이나 탑리역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있지만, 현지에서 배차 간격이 긴 농어촌버스를 이용해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안동역에서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면 가장 편리하다. 청량리역~안동역 무궁화호는 하루 7회 운행한다. 3시간30분가량 소요되며 요금은 성인 1만5,400원이다.

고운사와 최치원문학관, 휴식 공간 사촌마을 가로숲

첫 일정은 신라 신문왕 원년(681)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 입구부터 일주문까지 이어진 천년 숲길을 걸으면 속세의 번잡함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고운 최치원이 유랑 생활을 할 시절 여지·여사 두 대사와 함께 지었다는 가운루와 우화루를 지나면 법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맑은 목탁소리에 몸과 마음이 한층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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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의 가운루 누각. ⓒ박준규

고운사 초입에는 최치원문학관이 있다. 통일 신라 말기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최치원(857~?)은 12세에 중국 당나라에 유학해 18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격문을 써서 이름을 높였다. “오직 세상 사람들만이 모두 너를 죽여 시체를 늘어놓으려고 생각한 것이 아니요, 땅 속의 귀신들까지도 이미 암암리에 너를 처단할 논의를 마쳤느니라(不唯天下之人 皆思顯戮 抑亦地中之鬼 已議陰誅)”라는 ‘토황소격문’을 읽고, 황소가 놀라 의자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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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로 들어가는 천년 숲길. ⓒ박준규

박물관에서 약 8km 떨어진 사촌가로숲으로 이동한다. 고려말 안동 김씨 입향조인 김자첨이 이사를 와서 마을 서쪽 평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만든 방풍림이라 전해진다. 사촌마을에서는 서림(西林)이라 부르는데, 300∼600년 정도 되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500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녹음 가득한 숲길을 걷고 사촌마을의 고택 만취당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면 신선이 된 듯 편안하다. 출출할 때 쯤 마을 안 디저트 맛집 ‘서림카페’에 들렀다. 직접 수확한 팥으로 만든 1,000원짜리 수제단팥빵에 요거트스무디의 조화가 찰떡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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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마을 서림카페의 수제단팥빵과 요거트스무디. ⓒ박준규

사진 찍기 좋은 곳 탑리마을과 조문국사적지

금성면 탑리마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듯 1970~8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좁은 골목 사이 단층 건물의 서울세탁소와 금성당 등은 옛 모습 그대로다. 금성터미널 대합실의 버스 시간표와 요금표는 칠판에 분필로 쓰여 있다.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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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되돌아 간 듯한 금성면 탑리마을 골목 풍경.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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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버스터미널 내부. 마치 교실처럼 버스 시간표와 요금표를 칠판에 적어 놓았다.ⓒ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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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리마을 인근에 조문국사적지가 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삼국사기 제2권 신라본기’ 에 벌휴이사금 2년(245) 2월 ‘파진찬 구도와 일길찬 구수혜를 좌우군주로 삼아 조문국(현재의 의성)을 치니'라는 언급이 있다. 박물관은 이를 토대로 익숙하지 않은 고대국가 조문국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40여기의 고대 무덤과 대리리 2호분을 재현한 고분전시관도 볼만하다. 올해는 물놀이장을 개장하지 않아 아쉽지만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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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면의 조문국박물관. 의성을 중심으로 한 고대국가 조문국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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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면 조문국유적지. 고분 주변을 공원처럼 꾸며 산책이나 소풍을 즐기기 좋다. ⓒ박준규

인근 산운마을의 소우당은 연못과 수목이 조화로운 고택이다. 정원과 별당의 경관이 수려해 최근 포토존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여름 속의 겨울, 빙계계곡 풍혈체험

무더위에 슬슬 지칠 무렵 춘산면 빙계계곡으로 향한다. 북두산, 비봉산, 늑두산이 감싸고 있는 쌍계천은 풍광이 뛰어나고 수심이 얕아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이다. 하천 주위로 늘어선 고목이 그늘을 드리워 더위를 식히기에도 그만이다. 세면대, 화장실 등 편의시설까지 갖춰 차박이나 캠핑 여행객이 즐겨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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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빙계계곡의 쌍계천. ⓒ박준규

그러나 쌍계천은 조연일 뿐이다. 계곡의 진짜 주인공은 빙혈과 풍혈이다. 바위 사이에 뚫린 구멍으로 찬바람이 끊임없이 새나오는 풍혈 주변은 에어컨처럼 시원하다. 그중에서도 빙혈은 영하 4도의 찬 공기를 내뿜는 곳이다. 뜻밖의 한여름 맹추위에 온몸이 오들거린다. 공기가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팽창할 때 온도가 내려가는 단열팽창현상, 물이 기체로 바뀌며 생긴 냉기가 얼음을 더욱 차게 하는 기화현상, 차가운 암석이 서서히 냉기를 내뿜는 대류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적 원리까지 어떻게 다 이해하겠는가, 이 여름에 시원하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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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술술 새나오는 빙계계곡 풍혈.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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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계곡 빙혈 입구. 내부는 한여름에도 영하 4도의 기온을 유지한다. ⓒ박준규

마지막으로 의성의 별미를 만날 차례. 마늘의 고장답게 의성의 식당 요리에는 웬만하면 마늘이 포함돼 있다. 마늘불고기전골도 있지만 특별한 음식으로 의성전통시장 먹거리골목의 마늘닭발을 추천한다. 마늘을 비롯해 다양한 채소로 양념한 닭발을 연탄불에서 석쇠를 돌려가며 구워낸다. 불맛과 매콤한 맛,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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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전통시장 '원조닭발'의 의성마늘닭발. 1만원. ⓒ박준규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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