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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이 고백한 '안정환 부인'의 삶

일찍 결혼한 이유? "보수적 집안 분위기 영향"

유명인 남편 둬 '평범한 삶 어떨까' 생각도

유대인 교육법으로 강하게 키운 아이들

한국일보

전 축구 국가대표 안정환의 아내인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 소속사 제공

전 축구 국가대표에서 예능 대세로 변신한 안정환의 곁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아내 이혜원이 있다. 두 사람은 1999년 8월 15일 의류 브랜드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이혜원이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안정환은 첫눈에 이혜원에게 반했고, 적극적인 대시를 거쳐 연인으로 발전했다.


2년 뒤 이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때 이혜원의 나이는 고작 23세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둘은 지금까지 알콩달콩한 부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에겐 딸 리원 양과 아들 리환 군이 있다. 리원 양은 지난해 미국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뉴욕대학교에 합격해 화제가 됐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혜원은 20년이 넘게 남편과 잘 지내는 비결로 '애틋함'을 꼽았다. "어렸을 때 시집 장가를 가서 그런지 서로 애틋한 게 있어요. 나이 들어서 선보고 이것저것 재고 결혼한 게 아니라서 정말 가족 같은 느낌도 있고 전우애도 있고 그래요. 지금은 서로 일을 열심히 하는 시기고, 일하다 휴가 기간에는 함께 쉬죠. 확실히 어릴 때 결혼한 부부들이 잘 살거나 빨리 헤어지거나 두 부류인 거 같아요."


'테리우스'라 불리며 남다른 외모로도 인기를 끌었던 안정환은 결혼 당시 조용한 성격이었다. 이혜원과 처음 만났던 당시에도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반면 이혜원은 본인 왈 "깨방정에 명랑한 친구"였다. 서로 반대의 성격이기에 맞춰가는 노력도 필요했다.


"저는 MBTI가 ENFJ거든요. 가끔 E랑 I가 왔다 갔다 해요. 결혼하고 나서 성격이 바뀌었어요. 남편에게 해가 안 끼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굉장히 조심해서 살았어요. 어린 나이에 철이 빨리 들었죠. 혼전임신도 아니었는데 23살에 결혼했어요."


당시 이혜원은 결혼을 왜 그렇게 서둘렀던 걸까. "집이 보수적이었어요. 남편이 이탈리아에 있었고 보러 가야 하는데 집에서 안 보내주셨죠. 결혼하던지 아니면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남편이 프러포즈를 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남편이 지금은 그래요. '너는 나 아니면 안 됐다'고요. 하하."


21세 어린 나이에 미스코리아에 당선됐던 이혜원은 안정환과 결혼 전 청초한 미모로도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미스코리아인 걸 사람들이 알까. 나조차 까먹고 산다"면서 웃었다.


"다들 '안정환 부인'이라고 하지 않나요? 가끔은 조용히 평범하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사람들 시선 때문에 힘들 때가 있거든요. 제가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아웃고잉(outgoing)한 성향이긴 한데 관종까지는 또 아니거든요."


사실 그는 본인보다도 아빠가 유명인이라 자녀들이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한번은 큰 애가 울면서 '나는 안리원인데 사람들이 안정환 딸이라고 하는 게 속상하다. 나라는 사람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라고요. 못하면 못한다고 욕먹고 잘하면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한다고요. 아들의 경우는 축구를 하려다가 안 했어요. 비슷한 체구의 잘하는 애가 안정환 아들이라고 소문이 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애는 축구를 안 시켰어요. 공을 못 차면 사람들이 '안정환 아들인데 왜 축구 못해?'라고 하니까요. 그때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안정환 역시 아들이 축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운동선수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 때문이다. 본인은 열심히 노력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섰던 행운아지만 부각이 많이 안된다면 너무 힘든 생활을 해야 하기에 다른 전공을 할 것을 권유했다고.


이혜원은 자신도 '안정환 부인'이라는 꼬리표가 속상한 때가 있었으나 그로 인한 베네핏도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그 부분을 충분히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우리가 도움 받은 걸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달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는 애들을 잘 키우고 싶어서 연예 활동을 안 했어요. 남편이 원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좀 순종적이었어요. 결혼할 당시에 소속사가 있었는데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도 됐었어요. 그 기회를 날리고 결혼을 선택한 거죠."


이혜원은 육아에 충실하면서도 바쁜 엄마로 살기를 꿈꿨다. 이 같은 생각엔 성장과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저희 엄마가 육성회 회장이었는데 숙제와 준비물을 저보다 먼저 아셨어요. 그러다 보니 자립심이 없어졌죠. 4학년 때까지는 반장을 했는데 갑자기 하기 싫더라고요. 저희 오빠가 좀 유명해서 그땐 누구의 동생으로 불렸어요.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말이죠. '우리 엄마처럼 안 될 거야' 했는데도 애들한테 올인하는 모습이 있더라고요. 전 늘 바쁜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는 아이들에게 '오냐오냐' 하며 다 해주기보다 강하게 키우려 했다. "나도 20대 중반으로 어렸고 엄마도 처음이었다"고 회상한 이혜원은 유대인의 자녀 교육법이 담긴 책을 읽고 이를 실천했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첫째에게 그 방법을 강하게 적용했다. 홀로 유학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딸에게 성적을 강요하지도 않았다고.


"얼마 전에 성적표를 보여줬는데 전체 A+를 받은 거에요. '이렇게까지 안 하고 놀아도 돼'라고 말했지만 감동 받아서 울었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F도 받았거든요. 5월에 방학이라서 한국에 와도 되는데 딸이 계절학기를 듣고 온대요. 그러면 한 학기 빨리 졸업할 수 있다고요. '천천히 졸업해도 돼' 하니까 '엄마가 나한테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이 할 수 있을 때인 거 같다' 하더라고요. 제가 했던 잔소리가 남아있다는 게 고마웠죠."


이혜원이 밝힌 운동선수와 결혼해서 좋은 점은 아이들이 운동을 잘한다는 것이다. "제가 지구력이 없는 편인데 아이들은 확실히 지구력이 있어요. 저는 뭔가 우당탕하다가 휙 꺼지는 변덕쟁이라면 우리 애들은 깊게 파더라고요.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시간도 너무 칼이예요. 1시에 나간다고 하면 12시 55분에 신발장 앞에 서 있죠. 셋 다요. 심각하죠. 하하."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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