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마트폰들 차이를 모르겠다고요? 카메라를 보면 됩니다
아이폰12 프로 모델 카메라. 애플 제공 |
'그 놈이 그 놈 아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수준은 상향평준화됐다. 200만원짜리부터 20만~30만원대 '저렴이'까지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은 성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꾸준히 스마트폰 신작을 시장에 내놔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별점을 부각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이 찾은 해답은 '카메라'다. 마침 사진 기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사람들의 일상이 되고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을 찍고 편집해 바로 업로드할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사람들은 매일같이 자녀의 순간 순간을 기록하고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을 사진으로 남겨 기억하고 있다. '더 좋은 카메라'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아이폰12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에 탑재된 라이다 센서는 빛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자동 초점 기능을 높여준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
23일 국내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한 아이폰12는 한 시간 가량의 공개 행사에서부터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화소 수는 1,200만으로 아이폰6S부터 계속 같지만, 센서를 업그레이드하고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야간모드 성능을 대폭 높였다. 손떨림으로 인한 사진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센서 시프트' 기능도 들어갔다. 어두워도, 손이 떨려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고급 라인업인 아이폰12프로와 아이폰12프로맥스 모델의 경우 사진작가나 영상감독 등 카메라 관련 전문직종을 목표로 출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이다(LiDAR) 스캐너가 대표적인데, 이는 빛이 이동한 거리를 측정해 심도 정보를 파악하는 센서로 저조도 상황에서 자동 초점 기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동영상은 영화로 상영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질을 보장한다. 애플 측은 "아이폰12프로 모델들은 스마트폰 사상 최고 화질의 동영상을 제공한다"며 "돌비 비전 4K HDR로 촬영한 영상을 기본 앱으로 편집한 뒤 바로 TV에서 재생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한 촬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최초로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S20울트라.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
올해 3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는 카메라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최초로 1억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에 4,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까지 탑재돼 '100배 디지털 줌'이 가능했고, 8K 초고화질(U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했다. 비행시간측정(ToF) 센서를 이용한 뎁스 비전 심도 카메라는 라이다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갤럭시S20울트라에서는 동영상 라이브포커스 기능이 가능토록 했다. 동영상을 촬영할 때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다니며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셈이다. 동영상은 8K UHD 화질까지 촬영할 수 있고,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로 원거리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깨끗하게 담을 수 있어 "전문가용 기기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 나왔다.
특이한 폼팩터로 눈길을 끈 LG전자의 LG윙은 유튜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 액세서리 '짐벌' 기능을 휴대폰 속에 넣었다. 짐벌은 카메라가 흔들리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해 영상 흔들림이 적어지도록 만들어주는 기기인데, LG전자는 6개의 자이로 센서를 휴대폰 속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휴대폰의 흔들림을 잡았다. 휴대폰 카메라를 켠 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뛰어 다녀도 화면이 덜 흔들리도록 찍힌다는 뜻이다. 후면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를 동시에 찍어주는 '듀얼 레코딩' 기능도 유튜버들을 노린 기능이다.
LG윙에는 흔들림을 잡아주는 기기인 '짐벌' 역할을 하는 센서가 탑재돼 동영상 촬영이 편리하다. LG전자 홈페이지 캡처 |
다만 카메라 성능 경쟁이 격화되면서 필요 이상의 과도한 기능이 들어가는 경우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8월 갤럭시노트20을 내놓으면서 품질 논란이 일었던 '100배 줌' 기능은 물론 증강현실(AR) 콘텐츠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ToF 센서도 없앴다. 예상보다 활용도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대신 제조사들은 카메라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중저가 라인업을 탄탄히 채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 초 공개된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S20 FE' 모델로, 3,200만 화소에 달하는 전면 카메라와 30배줌까지 가능한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해 "저렴한 가격에 있을 건 다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내 출고가가 95만원으로 책정된 애플 아이폰12미니 모델의 경우 손떨림방지(OIS) 기능이 들어간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로 돌비 비전 4K HDR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성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