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100억톤’ 우유니 사막, 거침없이 달리다간…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지프차 한 대가 3월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달리고 있다. |
우유니 소금사막의 원조 소금호텔 한켠에 세계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우유니 소금사막은 천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한낮에는 지평선을 중심으로 소금사막과 하늘이 대칭되는 데칼코마니 자체였다. 해질 무렵 우유니는 핏빛 노을로 덮였고 새벽은 별천지였다. 이 풍경은 우기가 끝나가는 3월의 우유니였고, 건기의 우유니는 물기라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소금밭이다. 익히 알고 있는 우유니는 3월 대낮에 가깝지만 누구는 건기의 우유니를 추천한다. 지프차를 타고 소금사막의 중심부로 끝도 없이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니 가이드는 20대 초반의 현지인 조반니였다. 우유니 대학에 입학해서 외국어를 전공한 후 전천후 가이드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우유니에 한국인 가이드는 없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날아와야 하는데 항공료까지 물어줘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대신 영어와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반니가 나타난 것이다.
우유니 가이드 조반니가 여행사 사무실에서 소금사막과 기차무덤 등 투어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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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도심은 허허벌판 한가운데 세워진 서부개척시대 마을 같았다. 마을 입구 쪽에는 전세계 언어의 간판으로 여행객을 맞는 여행사 일색이었다. 한국인도 꽤나 가는지 우리말 간판도 군데군데 보였다. 가게에 들러 이틀 치 음료수와 주전부리를 닥치는 대로 사서 바구니에 담았다.
소금사막으로 가는 기념품 마을에는 소금공장이 있었다. 전통 방식으로 우유니의 소금을 정제해 비닐봉지에 넣어 팔고 있었다. 20g짜리 몇 봉지를 사온 것 같은데 어디서 사라졌는지 찾을 길이 없다.
우유니 소금창고 주인이 소금을 채취해 정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이곳에서 남미풍의 스웨터를 사서 걸쳐 입고는 소금사막으로 달렸다. 지프차를 타고 30, 40분 달린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소금사막이 눈앞에 펼쳐졌다. 소금물 속에 잠겨 있었으니 소금호수라고 하는 것이 어울리겠지만 깊이는 발목 정도인 20㎝ 안팎이어서 웅덩이가 더 어울리겠다. 지프차는 느린 속도로 정해진 코스로 달렸다. 갑자기 밑으로 푹 꺼지는 웅덩이도 있어 평소 확인된 길로만 다니는 것이었다. 히말라야에만 크레바스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프차는 인적이 드문 곳에 섰다. 워낙 여행객이 많다 보니 지프차마다 한적한 곳을 찾느라 경쟁을 하고 있었다. 수십 명 단체도 있었다. 우유니는 역시 사진 천국이었다. 하늘이 반사되어 비치는 소금웅덩이 위에서 인생샷을 무한대로 건질 수 있는 곳이었다. 원시인부터 현대인까지 인간의 변천과정을 담는 ‘진화’, 공룡 인형을 앞에 놓고 사람을 뒤에 적절히 배치해 공룡이 사람을 밟는 것 같은 ‘착시’, 의자를 놓고 일행들과 인간 띠를 만드는 ‘손에 손 잡고’ 등 사진 테마는 끝도 없었다. 마침내 지프차 위에 올라서는 무리들도 보였다.
우유니 원조 소금호텔이 소금사막 한가운데서 여행객을 반기고 있다. |
양껏 사진을 찍고 지프차는 원조 소금호텔로 달렸다. 우유니 소금사막이 처음 알려졌을 때 호텔로 쓰던 곳이다. 지프차들로 포위된 이곳은 더 깊숙한 소금사막에 있었다. 호텔 바깥 한쪽에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태극기가 없을 리가 없었다. 단층의 소금호텔은 이제 음식과 음료수를 파는 여행자 쉼터로 탈바꿈했다.
피사체가 끝도 없이 등장했지만 카메라는 잠시 접고 드론을 꺼내 들었다. 날개가 접혀 휴대하기 간편한 매빅프로를 소금사막 위로 날렸다. 우유니의 소금사막과 하늘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드론을 너무 멀리 날렸더니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소금호텔이 멀리 등대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면 자동귀환 버튼을 눌러야 할 지경이었다. 드론이야 돌아오겠지만 조종사 등급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옆에 보니 똑같은 드론을 들고 온 한국인 청년이 고민에 빠진 듯 서 있었다. 드론 조종기와 휴대폰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한다. 드론을 날리더라도 휴대폰 화면으로 볼 수 없으니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드론 위치도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나마 드론에 내장된 메모리카드에 영상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위안거리였다. 휴대폰 화면에 의존하지 않고 느낌으로만 날리고 영상을 찍어야 하는 고난도 비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에 아침 해가 올라오고 있다. |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이 지평선을 중심으로 데칼코마니를 연출하고 있다. |
날이 저물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온 지프차만 보일 뿐 다른 여행객 대부분은 숙소로 돌아가고 없었다.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으로 뒤덮였던 우유니는 점차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들다 마침내 핏빛으로 변해 버렸다. 더 이상 하늘과 땅의 대칭은 없었다. 둘로 갈라진 우유니는 어둠 속으로 묻히고 있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지각변동으로 솟아 올랐던 바다가 2만년 전 빙하기를 거쳐 녹으면서 만들어졌다. 비가 적고 건조한 기후로 물은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은 것이었다. 1만2,000㎢ 면적에 두께 1~120m로 쌓여 있는 소금은 100억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해가 지는 우유니 소금사막에 핏빛 노을이 물들고 있다. |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곳은 해발 3,650여m 고산지역이었다. 중국 티베트 라싸와 비슷한 높이다. 머리가 살짝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다. 숙소로 돌아와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고는 침대에 누웠다. 방이 온통 소금투성이였다. 조금 떼서 혀끝에 올려봤더니 역시 짜다.
다음날 새벽 4시 호텔을 나섰다. 간밤에 고산반응으로 끙끙대던 룸메이트는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출동준비를 마쳤고, 멀쩡했던 분들은 두통이 심하다며 아예 방문을 나서지도 않았다. 변수가 심한 곳이었다.
지프차는 어둠을 뚫고 우유니 소금사막 한 곳에 섰다. 하늘에는 별이 수도 없이 반짝였고 은하수도 뿌연 길을 만들고 있었다. 새벽의 우유니는 추웠다. 밖에 나왔다 차 안에 들어갔다를 반복했다. 삼각대를 세우고 우유니의 밤하늘을 휴먼 메모리가 넘칠 때까지 눈과 가슴에 담았다.
몽골 초원과 차마고도의 중도객잔, 마추픽추를 오가는 잉카레일, 히말라야 중국과 네팔의 국경마을, 아스완에서 룩소르로 가는 나일강 배위에서 보는 밤하늘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둠과 소금으로 모든 것이 정화된 우유니의 밤하늘이었다.
글ㆍ사진=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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