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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없는 꽃 축제' 되면 어쩌나… 이상기후에 지역축제 올해도 '갈팡질팡'

순천 탐매축제 연기…기습 한파에 개화 '감감'

양산 원동매화축제는 '꽃 안 필까' 전전긍긍

진해군항제 '개화' 아닌 '만개' 시기로 일정 조정

미더덕·새조개 등 제철 먹거리 축제도 비상

"지역 특색·문화 살린 전천후 축제 개발해야"

한국일보

지난 21일 전남 순천시 매곡동의 홍매화나무에 이제야 꽃봉오리가 맺히고 있다. 순천시는 기습 한파로 홍매화 개화가 늦어지자 당초 이달 22일 매곡동에서 개막하기로 한 탐매축제를 3월 2일로 연기했다. 순천시 제공

"맞춘다고 맞췄는데 또 빗나갔어요."


로또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축제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이상기후로 개화 시기는 널뛰고, 특산물 작황은 부진해 계절성 축제마다 된서리를 맞고 있어서다. 꽃이나 특산물에 한정된 지역축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일 전남 순천시 등에 따르면 당초 전날 매곡동에서 개막 예정이었던 '탐매축제'가 다음 달 2일로 일주일가량 미뤄졌다. 일조량 부족에 기습 한파까지 닥치면서 홍매화가 제때 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는 개화율이 80%에 달했지만 올해는 여태 꽃봉오리뿐이다. 양효정 순천시 관광과장은 "예상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연기했다"며 "지금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추위가 풀리면 곧 꽃망울을 터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는 다음 달 1일부터 원동면 원리 일대에서 여는 '원동매화축제'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따듯한 겨울 탓에 이른 개화를 예상하고 평년보다 열흘가량 축제를 당겼는데, 막바지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꽃 없는 꽃 축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제때 꽃이 피지 않아 부랴부랴 축제 기간을 9일로 연장했었다. 양산시 관계자는 "매년 개화시기가 달라 축제 날짜를 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축제 기간에 만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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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봄꽃 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가 개막한 지난해 3월 23일 진해구 여좌천에 개화하지 않은 벚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창원=연합뉴스

지난해 역대 가장 빨리 벚꽃축제를 열었다가 흥행에 실패한 '진해군항제'는 올해 시기를 다시 늦춰 3월 28일 축제의 막을 올린다. 기상이변에 따른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아예 개화 예측일이 아닌 만개 예측일로 개최 기준도 바꿨다.


꽃뿐 아니라 제철 먹거리 축제도 비상에 걸렸다. 경남 창원시는 올해 '진동미더덕축제'를 취소했다. 통상 미더덕은 6월쯤 채묘(종묘를 양식장 내부 그물에 붙이는 일)해 이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확하는데, 지난해 여름 수온이 크게 오르면서 대부분의 미더덕 유생이 폐사한 탓이다. 2005년 축제가 시작된 이래 미더덕이 없어 행사를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축제를 주관하는 창원서부수협 관계자는 "어장에 미더덕 자체가 없다"며 "정확한 원인은 피해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여름철 고수온과 빈산소수괴(산소 없는 물 덩어리)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은 지난 7일 시작한 새조개 축제 명칭을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로 바꿔 개최 중이다. 고수온으로 새조개 생산량이 절반으로 감소하자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새조개 축제는 이전에도 생산량이 적어 '바다 송어와 함께하는 새조개 축제' 등으로 변경해 열린 바 있다.


대게 주산지인 경북 동해안도 지난달 어획량이 전년 동기(281톤) 대비 14% 적은 243톤에 그치는 등 해마다 어획량이 줄면서 이맘때 개최하는 대게 축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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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은 전국 미더덕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주산지인데, 올해는 20년 만에 '진동미더덕축제'를 취소할 정도로 미더덕이 자취를 감췄다. 창원시 제공

전문가들은 꽃이나 특산물에 중점을 둔 지역축제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현황에 따르면 전국 특산물 축제는 239개, 생태자연 축제는 209개에 이른다. 한국관광학회장인 고계성 경남대 관광학부 교수는 "기후에 의존하는 축제는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할뿐더러 대부분 비슷비슷한 콘텐츠로 정체성도 부족하다"며 "그 지역만이 가진 특색과 문화를 살린 전천후 축제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원·양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순천=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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