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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즙 터지는 떡갈비·깊은 육수 오리탕…올봄, 남도로 떠나 볼까

봄날 미식 여행 어디로 갈까? 육즙 가득 떡갈비, 향긋한 오리탕, 광주 대표 육전까지… 남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한 상이 기다립니다.

남도 미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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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명물 ‘오리탕’. 채지형 제공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1755~1826)이 쓴 책 ‘미식 예찬’에 나오는 문장이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 지역의 자연과 문화, 사람들의 영혼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미향’(味鄕)이라 불리는 광주광역시(이하 광주)는 풍성하고 혀끝을 사로잡는 음식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고장이다. 깊이를 품은 오리탕과 고소한 육전, 육즙이 살아있는 떡갈비를 비롯해 푸짐한 한정식, ‘무등산보리밥’, ‘광주주먹밥’ 등 광주를 생각하며 떠오르는 음식은 끝이 없다.


세상이 푸른 숨결로 깨어나고 나뭇가지마다 생명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날, ‘맛의 수도’ 광주로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국내에서 맛있는 지역을 꼽으라면, 전라도를 가장 먼저 꼽는 이가 많을 것이다. 좋은 재료와 정성스러운 조리법, 넉넉한 인심까지 어우러져 전라도 음식을 한 번이라도 접하고 나면 기억에 진하게 남게 된다. 광주는 전라도 맛의 성지, 미식의 수도다. 음식 한 그릇에 자연의 선물과 도시의 시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광주의 밥상이 잊히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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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떡갈비 거리’에서 맛 볼 수 있는 떡갈비. 채지형 제공

달콤한 육즙의 향연, 떡갈비

광주 미식 여행의 출발은 케이티엑스(KTX)가 정차하는 광주송정역이다. 역을 나서 길을 건너면 떡갈비의 향연이 펼쳐지는 광산구 ‘떡갈비 거리’가 여행자를 맞는다. 


거리에 발을 들이는 순간, 후각이 먼저 반응한다. 숯불 위에 춤추는 떡갈비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나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 떡갈비에는 부드러움과 풍부한 육즙이 공존한다. 돼지고기를 손으로 치대, 입안에서 느껴지는 쫀득함이 특별하다. 달콤함과 짭조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간장 양념이 스며있다. 떡갈비를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혀끝에서 터지고 숯불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진다.


떡갈비와 함께 나오는 국도 별미다. 맑고 담백한 국물 한 숟가락이 떡갈비의 풍미를 더욱 빛나게 한다. 떡갈비를 싱그러운 채소에 싸 먹으면 또 다른 맛의 세계를 경험한다. 


‘떡갈비 거리’ 인근에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노포와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 상점이 공존하는 ‘1913송정역시장’이 있다. ‘쑥 초코파이’와 달콤한 양갱, 바삭한 김부각 등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디저트가 여행의 달콤한 쉼표를 찍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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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떡갈비 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떡갈비.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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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떡갈비 거리’에 있는 표지판.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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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떡갈비 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뜨끈한 국. 채지형 제공

환대의 마음을 담은 육전

다음은 광주의 자존심, 육전의 세계로 들어갈 차례다. 육전은 말 그대로 고기전이다. 얇게 저민 한우 아롱사태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기름에 지진 요리다. 


다른 지역에서는 반찬에 불과하지만, 광주에서는 주인공의 위상을 차지한다. 귀한 손님이 방문하거나 특별한 날에 광주 사람들은 정성스레 육전을 부쳤다. 마음의 환대를 담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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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대표 먹거리인 ‘육전’ 재료.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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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대표 먹거리인 ‘육전’. 채지형 제공

‘음식 맛은 온도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듯, 육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 가장 맛있다. 광주의 육전 전문점 주인은 손님 앞에서 직접 전을 부쳐낸다. 


주문하면 달걀과 밀가루, 얇게 펼쳐진 아롱사태가 나온다. 주인은 뜨거운 팬에 기름을 살포시 두르고 밀가루와 달걀을 입힌 고기를 올린다. 눈앞에서 지글지글 익는 모습을 보면 군침이 절로 돈다. 촉촉하면서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은 완벽한 균형이다.


처음에는 육전 자체의 맛을 음미하다가 여러 곡물과 소금을 섞은 소스에 살짝 찍어 맛의 변화를 즐기길 추천한다. 가리비, 동태, 굴 등 바다의 선물을 담은 전도 골라 먹을 수 있다. 육전과는 또 다른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토하젓을 곁들이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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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대표 먹거리인 ‘육전’.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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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을 먹은 후 나오는 매생이떡국.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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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을 먹은 후 나오는 백합떡국.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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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다운 정성은 반찬에서도 빛난다. 갓김치를 비롯해 묵은김치, 배추김치 등 김치만으로도 풍성한 향연이 펼쳐진다. 일부 식당에서는 육전을 먹은 후 즐길 만한 음식으로 매생이떡국이나 백합떡국을 추천한다.

향긋한 미나리와 깊은 국물의 조화, 오리탕

진정한 국물의 깊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광주의 대표 보양식인 ‘오리탕’은 필수 코스다. 오리는 불포화지방산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재료다. 


오리탕에는 들깻가루와 미나리가 들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오리탕의 첫번째 매력은 단연 국물이다. 국물 한 숟가락을 입에 담는 순간, 들깨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을 감싼다. 오랜 시간 우러난 오리 육수의 깊은 맛이 혀끝을 적신다.


오리탕의 두번째 주인공은 미나리다. 향긋하고 아삭한 미나리가 듬뿍 올라가 있다. 미나리의 청량한 향과 오리탕 국물의 깊은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미나리가 가장 싱그러운 봄, 오리탕은 광주 미식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전라남도는 전국에서 오리 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오리를 활용한 음식 문화가 꽃피웠다. 지금도 북구 유동에는 오리탕 전문점이 밀집한 ‘오리음식거리’가 형성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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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유동에 형성된 ‘오리음식거리’.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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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유동에 형성된 ‘오리음식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오리탕’. 채지형 제공

단순하지만 완벽한 한끼, 무등산보리밥

떡갈비와 육전, 오리탕 외에도 남도의 풍요로움을 한 상에 담아낸 한정식, 소박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한끼를 선사하는 ‘무등산보리밥’, 나눔과 연대의 정신이 깃든 ‘광주주먹밥’ 등 광주의 맛 지도는 무궁무진하다. 


무등산보리밥은 무등산 증심사 주변에서 등산객을 위해 차려낸 한 상 차림이 입소문을 타면서 ‘무등산보리밥거리’라는 이름이 생길 만큼 명성이 높은 먹거리다. 겉보기에는 단출한 보리밥과 나물 반찬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고슬고슬하고 구수한 보리밥 위에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등 나물이 풍성하게 어우러진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 양념을 넣고 참기름을 한 바퀴 둘러 완성한다. 단순하지만 건강한, 완벽한 한 끼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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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선 다채로운 미식 학습이 가능하다.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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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선 다채로운 미식 학습이 가능하다. 채지형 제공

‘나만의 상차림’을 만드는 요술 숟가락 여행

미식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광주와 남도 각 지역의 맛과 숨결이 담긴 향토 음식의 역사와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무등산의 상징인 입석대를 형상화한 건물 외관과 떡판을 닮은 지붕은 그 자체로 광주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광주향토음식전시실과 남도향토음식전시실을 통해, 광주와 남도 지역의 특별한 음식 문화와 배경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요술 숟가락 여행’은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층에서 특수 칩이 내장된 종이 숟가락을 들고 전시실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요리를 선택하면, ‘나만의 상차림’을 보여주는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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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 전시된 남도 김치. 채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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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전시된 남도 음식. 채지형 제공

함께 여행할만한 곳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인 아시아문화전당(ACC)은 필수 코스다.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이 복합문화공간은 과거 전남도청 터에 자리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숨결을 간직한 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첨단 미디어아트와 아시아 각국의 창의적 작품이 전시돼 있다. 봄이면 연둣빛 생명력으로 물든 야외 공간에서 소풍을 즐기는 여유로움도 이곳의 매력이다. 


아시아문화전당 맞은편에는 광주 민주주의의 산증인, ‘전일빌딩245’가 서 있다. 이 빌딩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참사가 벌어진 곳으로, 들어가면 생생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광주 도심을 걷다 보면, 예술적 감성이 깃든 독특한 조형물과 공간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광주 폴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예술 작품들은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각각 다른 이야기와 의미를 담고 있다.


채지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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