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자세한 ‘태양 표면’ 사진 나왔다
하와이 이노우에망원경, 30km 해상도 구현
요동치는 플라스마 모습이 세포 집합 연상
4회 태양주기 동안 자기장 활동 관측 예정
지상 최대의 태양관측 망원경에서 촬영한 태양 표면. 밝은 부분은 고온의 플라스마가 치솟는 것을, 어두운 부분은 열이 식어서 다시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미국 NSF 제공 |
최근 시험가동을 시작한 지상 최대의 태양 관측 망원경이 역대 가장 상세한 태양 표면 사진을 보내왔다. 미 국립과학재단은 29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섬의 해발 3000미터 휴화산 할레아칼라 정상에 설치한 이노우에 망원경(DKIST=Daniel K. Inouye Solar Telescope)이 12월10일 처음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반사경 지름 4미터의 이 망원경이 포착한 장면은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가 끓어오르는 모습이다. 가뭄 끝에 갈라진 땅이나 촘촘히 얽혀 있는 세포(셀) 집합을 보는 듯하다. 각 셀의 크기는 대략 미국 텍사스주(한반도 세배 면적) 만하다고 재단은 밝혔다. 태양 내부의 뜨거운 열이 표면으로 분출해 올라오는 장면의 스틸 사진인 셈이다. 각 셀에서 중앙의 밝은 부위는 플라스마가 치솟는 현상을, 주변의 어두운 색은 열이 식어서 플라스마가 내려가는 현상을 뜻한다. 일종의 대류 현상이다. 이노우에망원경은 30km 크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해상도를 갖췄다. 이는 이전 태양관측 망원경(Richard B. Dunn Solar Telescope)보다 5배나 강력한 것이라고 재단은 밝혔다.
셀 하나의 크기는 텍사스주 만하다. 텍사스주는 한반도의 세배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서 |
태양은 1초에 약 500만톤의 수소를 연료로 쓰는 거대한 핵융합로다. 여기서 발생하는 플라스마의 영향으로 태양의 자기장이 뒤엉키고, 태양폭풍이 발생해 지구 통신과 전력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를 우주기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노우에 망원경은 우주기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태양 자기장 활동을 상세하게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2017년 미국에서 허리케인 이마가 발생했을 당시 태양의 우주기상으로 인해 8시간 동안 무선통신과 항공, 선박 통신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재단은 이노우에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자기장의 변화 예측 시점을 지금의 48분에서 48시간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노우에망원경의 가동에 이어 2월엔 유럽우주국 태양관측 위성 ‘솔라 오비터’가 발사된다. 이렇게 되면 2018년 발사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파커 솔라 태양탐사선과 함께 태양 관측의 3각 편대가 형성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천문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데이비드 보볼츠는 "앞으로 6개월 동안 보조장비를 추가하면서 이노우에망원경을 계속 테스트할 예정"이라며 "이 망원경은 갈릴레오가 1612년 망원경으로 태양을 처음 관측한 이래 수집된 모든 태양 관측 데이터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앞으로 5년 안에 수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우에망원경의 정식 가동은 7월부터다. 이노우에란 명칭은 하와이 출신 상원의원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국립과학재단은 이노우에망원경의 운영 기간을 태양주기 4회로 잡고 있다. 1회 태양주기가 11년이므로 햇수로 따지면 약 45년 안팎이다.
해발 3천미터 할레아칼라 화산 정상에 설치한 이노우에망원경(왼쪽). 위키미디어 코먼스 |
정작 하와이 주민들은 그동안 망원경 설치에 반발해 왔다. 하와이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할레아칼라산을 망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마우이대학에 2천만달러를 지원하고, 관측시간의 2%를 하와이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하는 등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