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아니다? 치어리딩, 올림픽 노린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2013년 열린 치어리딩 세계선수권대회 모습. 밴쿠버/신화 연합뉴스

“미안하지만, 치어리딩은 스포츠가 아니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 스포츠 기자 얼리사 로에니크는 2018년 이렇게 썼다. 그는 자신도 대학 시절 치어리더였고, 치어리딩이 신체적으로 많은 활동을 동반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치어리딩에는 경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는 다른 사람과 하는 경쟁이지, 다른 사람을 응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치어리딩’ 하면 주로 야구장 응원을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약 250개 이상 대학이 치어리딩팀을 갖고 있을 정도로 독자적 규모가 크다. 역사도 길다. 첫 치어리딩팀은 1880년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생겼다. 무려 143년 전이다. 세간 인식과 달리 당시에는 주로 남성이 치어리딩을 했고, 첫 팀도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여성이 본격적으로 참여한 건 남자들이 전쟁터로 떠난 1940년대 들어서였다.

긴 역사만큼, 치어리딩을 스포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도 치열했다. 과거에는 대체로 치어리딩을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를 바라보는 철학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5년 전 로에니크는 경쟁 요소가 부족해 스포츠가 될 수 없는 예로 ‘클라이밍’을 꼽았다. 하지만 클라이밍은 2020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경쟁보다는 협력·자기 극복을 중시하는 관점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치어리딩도 이런 흐름에 따라 점차 스포츠로 인정 받는 분위기다.

서채현이 2021년 8월6일 일본 아오미 어번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볼더링 경기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김명진 기자

치어리딩을 올림픽에서 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2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치어리딩이 정단체 종목으로 승격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곧 치어리딩이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치어리딩과 비슷한 브레이크댄스가 2024 파리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점도 호재다. 세계치어리딩경기연맹(ICU)은 종주국 미국에서 열리는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을 노리고 있다.

우려도 있다. 치어리딩이 선정적이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한다는 비판이다. 반대로 그런 시각이 오히려 성차별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영화 등 대중매체가 치어리딩을 선정적으로 다뤘을 뿐, 종목 본래 매력은 운동성과 기술, 팀원들 간 협력 등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또 치어리딩이 독자적인 종목으로 인정받으면, 더 많은 여성이 올림픽 출전 등 스포츠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치어리딩경기연맹은 전세계 치어리딩 선수 85%가 여성이라고 보고 있다.

2019년 한국 치어리딩 국가대표 선수들. 대한치어리딩협회 제공

한편 한국에서도 국제 규모 치어리딩 대회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23 세계치어리딩연맹 월드컵 치어리딩선수권대회가 오는 10월6일∼9일 나흘 동안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치어리딩 월드컵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한치어리딩협회는 세계 30여개 나라 국가대표팀과 클럽팀 등 약 3천명 이상 선수 참가를 예상한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