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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류열로 굽고 훈연향 입혀 극대화한 고기맛

서울·경기·충북 바비큐 맛집 소개, 특수 기구로 훈연한 다양한 고기 요리와 독특한 분위기.

한겨레

서울 용산구 매니멀스모크하우스의 바비큐 요리.

대학 시절, 오븐은 요즘처럼 흔한 주방 기구가 아니었고 가격도 꽤 비쌌다. 몇몇 친구들 사이에선 일명 ‘오븐계’를 하여 결혼할 때 주고받는 선물 품목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귀한 오븐으로는 거창하거나 생소한 요리를 해야 될 것만 같았다. 빵이나 쿠키를 굽고 로스트 치킨 등 덩어리 고기를 굽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나 역시 먹거리를 공부하던 터라 오븐으로는 무언가 색다른 요리를 창조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모험심이 생겼다. 그래서 정석적인 오븐 요리뿐 아니라 당시 다양한 테스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일반 도자기 그릇을 오븐 속에 넣는 바람에 장시간의 고열을 견디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졌던 경우도 있었다. 흥미로운 성과도 있었다. 오븐으로 밥을 지어 본 것인데 불린 쌀을 넣어 덮고 오븐에 익히니 상상 이상으로 맛이 좋은 것이 아닌가. 압력밥솥처럼 찰진 스타일은 아니지만 고슬고슬 잘 지은 냄비 밥을 충분히 흉내 낼 수 있었다. ‘이것이 오븐의 간접열 효과구나’라고 실감하게 되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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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 대디스바베큐에서 고기를 굽는 모습.

외식 분야에서 고기 장르가 빠진다면 정말 허전해질 것이다. 구워 먹는 고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적당한 두께로 썬 고기를 직접 숯불이나 팬에서 앞뒤로 구워 먹는 ‘직화구이’와 덩어리 고기를 특정 기구에 넣어 오래 익히는 ‘간접구이’. 후자는 장시간에 걸쳐 낮은 온도 조리법을 취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비큐다. 앞서 회상한 가정용 오븐 보급 시기에 수없이 테스트하며 겪었던 간접열 요리의 고기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직화구이의 매력이 즉석으로 굽는 고기에서 뚝뚝 떨어지는 지방의 고소한 맛이라고 한다면 간접구이는 덩어리 고기의 깊은 훈연향을 즐기는 것이 가장 큰 묘미다. 이 덩어리 고기를 익히고 훈연향을 입히기 위해서는 핏(Fit)이라고 불리는 훈연통이 달린 바비큐 화덕이나 그릴, 항아리 등 특수 기구가 필요하다. 폐쇄된 공간에서 순환하는 대류열의 효과와 참나무 등 연기의 향이 어우러진 고기의 맛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외식 영역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멕시칸 방식 또는 한국식 양념 등으로 요리사의 개성과 가게의 특색을 드러내 바비큐 장르의 다양성을 이끌어낸다. 고기 본연의 풍미는 물론 다채로운 매력의 바비큐 요리를 맛보며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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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카우보이그릴의 바비큐 요리.

매니멀스모크하우스


녹사평 언덕에서 참나무 장작더미를 보며 철제계단을 오르니 미국 텍사스의 바비큐 식당에 온 듯하다. 자체 개발품인 스모커(Smoker)에서 나오는 차돌양지의 촉촉한 브리스킷, 럼에 재웠다 훈연한 스페어립, 풀드포크 등 어떤 바비큐든 기본기가 탄탄하다. ‘흑백요리사’에 백팀 요리사로 출연한 최지형 셰프가 총괄한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길 47 2층 / Tel 0507-1412-6788 / 2 미트 플래터(Meat Platter) 47,900원, 3 미트 플래터 58,900원. 인스타그램 @manimalsmokehouse.

대디스바베큐


양평 산속의 가파른 오르막에 자리해 내려다보는 경관만으로 힐링할 수 있어 바비큐를 즐기기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 자체 개발한 황토 항아리 화덕이 바비큐의 핵심. 항아리 바비큐는 물론 토마호크, 랍스터라면 등 메뉴가 흥미진진하다. 전통 된장과 상추 등 우리식 양념과 곁들이니 누구에게나 편안하다.

경기 양평군 옥천면 옥천문화마을3길 15-24 / Tel 0507-1373-0890 / 커플세트(2인) 78,000원, 항아리바베큐(400g) 31,000원. 인스타그램@daddysbarbecue.

카우보이그릴


제천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다 보면 펼쳐지는 반전의 바비큐 테마파크, 카우보이 복장의 직원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스모키한 향기, 자연이 전해주는 편안함, 거기에 방점을 찍는 브리스킷, 자이언트비프립 등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대표가 직접 고안한 초대형 바비큐핏이 있는 전용 바비큐실도 볼거리다.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현소야로 415-22 / Tel 0507-1325-3510 / 존플래터 44,000원, 잭플레터 59,000원. 인스타그램 @cowboy_grill.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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