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털웃음 반전매력 철철 ‘대륙의 수지’
영화 ‘초연’ 들고 부산 온 바이바이허
두 여배우 신경전 담은 신작서
중성적 매력 지닌 열혈팬 연기
“한·중 합작영화 또 하고 싶어…
함께 하고픈 배우는 하정우”
“배우와 영화의 관계는 마치 ‘연애’와 같아요. 애타게 찾을 땐 다가오지 않다가 어느 날 우연인듯 필연인듯 시나리오가 찾아오죠. 그때 과감히 도전해야 해요.”
영화 <초연>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에 초청받아 부산을 찾은 배우 바이바이허(백백하·34)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저 “운명 같은 인연”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중합작영화 <이별계약>(2013·오기환 감독)에 출연해 ‘대륙의 수지’로 불리며 국내 팬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그를 지난 5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영화 <초연>은 왕년의 스타였던 여배우 위안시울링(새미 청)과 떠오르는 여배우 허위원(량융치)가 <두 자매>라는 연극에 함께 출연하게 되면서 초연까지 일주일 간의 리허설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경전과 무대 밖의 사연 등을 그린 작품이다. 바이바이허는 홍콩 갑부의 딸로 위안시울링을 동경하는 오랜 팬 ‘푸샤’ 역을 맡아 중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한국에서는 ‘청순한 첫사랑 이미지’로 각인됐지만, 사실 바이바이허는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성형일기>에서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추녀로, 웹툰 기반 작품 <꺼져버려 종양군>에서는 시한부 환자로 변신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어떤 소재든 어떤 캐릭터든 메시지가 분명하다면 꺼리지 않는 편이에요. 푸샤라는 역할은 제가 난생처음 도전하는 중성적 이미지의 캐릭터죠. 청순한 모습을 기대한 남성팬들에겐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하하하.”
8명의 여배우가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 작품엔 홍콩 연예계의 치열한 뒷모습도 비친다. 촬영하는 동안 여배우 사이에 묘한 경쟁심은 없었을까? “캐릭터로 만나는 사이라 그렇진 않았어요. 하지만 비단 연예계뿐 아니라 어디서나 여성들이 모이면 미묘한 경쟁심리가 있을 수 있죠. 그 과정에서 서로 배려하며 성장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잖아요.”
<이별계약> 이후 5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대륙의 수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바이바이허. “중국에서는 수지가 저보다 더 어리기 때문에 ‘수지는 바이바이허의 잃어버린 여동생?’이라는 식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나오기도 해요. 사실 저보다는 수지가 훨~씬 더 예쁘죠. 하하하.”
그는 평소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본다. “연기에 도움이 많이 돼요. 최근엔 드라마 <비밀의 숲>과 <부암동 복수자들>을 인상 깊게 봤어요.” 한한령 탓에 아직도 한-중 문화 실크로드가 얼어붙어 있지만, 양국 합작 작품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고도 했다. 함께 하고픈 배우를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하정우”라고 답한다. “2013년엔 원빈을 꼽더니 그새 마음이 변했냐”니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기자님, 나빠요. 왜 이렇게 집요하게 물으세요. 제가 원빈 얘기 왜 안 하는지 알면서…. 결혼했잖아요. 하하하.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이 아내인 이나영씨의 작품인데.”
짓궂은 질문이 계속되자 부연 설명을 곁들인다. “사실 하정우뿐 아니라 송강호, 유아인 영화도 빼놓지 않고 봤어요. 최근작으론 <버닝>이 꽤 인상적이더군요. 감독 중에는 봉준호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어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배두나·전지현도 좋아해요. 여배우 거론 안 하면 또 놀리실까 봐….”
한국엔 여러 번 왔지만, 부산은 처음이란다. “갈라 등 행사 때문에 관리하느라 먹고픈 음식을 못 먹어 괴롭다”며 “공식행사가 끝나면 맛집 순례를 다니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유명 맛집은 한국팬이 몰려들어 사생활 보장이 안 된다니 “메이크업 안 하면 아무도 몰라본다”는 농으로 받아친다. 이어 “내년엔 작품이 없어도 부산영화제를 다시 방문할 테니 그땐 하정우랑 더블 인터뷰를 꼭 잡아달라”며 끝까지 털털하고 유머러스한 ‘반전매력’을 뽐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바이바이허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