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대란 ‘냉동 김밥’ 해외서 높은 인기...건강 비건식으로 떠올라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인 김밥 /픽사베이 |
국내에서 김밥은 비교적 흔히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어딜 가도 김밥을 바로 말아서 판매하는 분식점이 존재하고, 유명한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우리의 익숙한 소울 푸드인 김밥이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팔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독특한 것은 김밥의 형태다. 바로 말아서 판매하는 김밥이 아닌 냉동 김밥이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냉동 김밥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현지서 유행 중인 K-푸드 ‘냉동 김밥’
미국 식료품 체인점인 ‘트레이더 조스’에서 지난 달 초에 출시한 냉동 김밥이 입소문을 타고 전 매장에서 빠르게 품절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트레이더 조스’는 미국의 대형 식품점으로 미국 전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체인점이다. 현재 전 매장에서 품절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현지에서 냉동 김밥의 인기가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냉동 김밥의 인기는 한 틱톡 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한인 틱톡커가 냉동 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현지인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영상을 올린 것은 한국 음식 블로거 세라 안 씨. 그는 2018년부터 한식을 소개하는 블로그 ‘아니스트 키친(Ahnest Kitchen)’을 운영해 왔으며, 냉동 김밥 영상 이전에도 개인 SNS에 다양한 한식과 레시피를 소개한 바 있다.
다양한 한식을 소개하는 세라 안 씨의 틱톡 채널 /세라 안 씨의 틱톡 채널 '아니스트 키친(Ahnest Kitchen)' 갈무리 |
어머니와 함께 냉동 김밥을 데워 먹는 해당 틱톡 영상은 현재 1,1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상태다. 또 이를 보고 냉동 김밥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현지인들의 후기 영상 또한 다수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영상에서 냉동 김밥에 대해 만족한다고 평하고 있으며, 냉동 김밥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메뉴로는 라면, 떡볶이 등을 언급하며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세라 안 씨의 냉동 김밥 틱톡 영상 중 한 장면. /세라 안 씨의 틱톡 채널 '아니스트 키친(Ahnest Kitchen)' 갈무리 |
세라 안 씨의 냉동 김밥 틱톡 영상 중 한 장면. /세라 안 씨의 틱톡 채널 '아니스트 키친(Ahnest Kitchen)' 갈무리 |
냉동 김밥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면서 외신에서도 이에 주목했다. 미국 NBC뉴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트레이더 조스의 김밥이 틱톡 입소문 덕분에 매진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이에 국내 언론은 물론 소비자들도 냉동 김밥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다.
‘냉동 김밥’ 인기 요인
현재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냉동 김밥 제품은 국내에서도 전부 품절이라 구할 수 없다. 트레이더 조스에 입점한 해당 김밥은 경북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 ‘올곧’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미국 현지에서는 ‘Kimbap’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바바김밥’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올곧 홈페이지에 게재된 안내에 따르면 바바 김밥은 모두 판매 완료되어 11월 말에서 12월 중순 경에나 구매 가능하다고 한다. 냉동 김밥에 열광하는 해외 반응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이를 구매하며 모든 제품이 품절 된 것이다.
현재는 품절 상황으로 바바김밥을 구할 수 없다 /올곧 '바바김밥' 홈페이지 안내문 갈무리 |
이 냉동 김밥이 큰 인기를 끈 배경에는 SNS의 역할이 있었지만, 업계에서는 제품이 가진 경쟁력에 대해서 언급한다. 냉동실에서 바로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즉석 김밥 같은 맛을 낸다고 하는데, 올곧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를 위해 급속 냉동 기술을 사용했다는 설명이 발견된다. 실제로 얼마나 즉석 김밥과 비슷한 맛을 내는 지 궁금함을 가진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했고, 다수의 후기에 따르면 즉석 김밥의 맛을 꽤 비슷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가성비적 측면이다. 미국에서 김밥 한 줄은 보통 7~10달러 이상의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고 한다. 김밥이 한식이라는 특성 상 미국 현지에서 쉽게 구해서 먹을 수 없는 메뉴일 뿐만 아니라, 현지의 대부분의 식당이 음식 값의 20%를 서비스 이용료로 내고 있기 때문에 김밥의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냉동 김밥은 3.99달러로 일반 즉석 김밥보다 저렴한 가격인 것은 물론, 실제 현지의 한끼 외식 물가를 기준으로 볼 때에도 가성비가 높은 메뉴에 속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영양가가 높은 메뉴라는 점도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어낸 요소다. 일반적으로 김밥은 밥과 함께 다양한 채소가 재료로 사용된다. 소고기, 닭고기, 유부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재료도 들어간다.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가면서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인 셈인데, 이 부분이 가성비 높은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김밥. 영양 균형이 훌륭한 메뉴다 /픽사베이 |
이렇게 기존의 김밥이라는 메뉴 자체도 영양가 높은 건강식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특히 미국 시장은 육류 수출 제한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육류가 사용되면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불고기 등이 들어가 있는 메뉴는 공급하지 않았으며 대신 유부나 우엉 등의 재료가 들어간 제품만 수출하게 되면서 현지에서는 한국에서 온 냉동 김밥을 비건식으로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서도 ‘냉동 김밥’ 열풍
냉동 김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나라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CJ 제일제당이 지난 3월 런칭한 비비고 냉동 김밥도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냉동김밥은 현지에서 첫 출시 이후 한 달에 20만 개 이상의 제품이 팔렸다고 하며, 지난 7월말까지는 60만 개 가까운 제품이 판매됐다고 한다.
비비고의 냉동김밥 라인업은 ▲야채 ▲불고기 ▲김치치즈 등이었으며, 이번에 출시한 ‘참치마요’까지 더하면 총 4종이다. 특히 참치마요 냉동김밥은 한국 편의점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스테디셀러 참치마요 김밥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 일본 현지 소비자들의 해당 제품을 통해 한국 여행의 기분을 느끼는 등 한국의 미식 문화를 간편하게 경험할 수 있다.
비비고의 냉동김밥 '참치마요' / 비비고 일본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bibigo.jp) |
앞서 미국에서 냉동 김밥 열풍이 분 사례와 일본에서의 흥행은 조금 다른 점이 존재한다. 사실 일본은 김밥과 비슷한 형태의 메뉴가 현지에도 존재할 뿐만 아니라 김밥의 주요 재료인 김 역시 다양한 주먹밥 요리에 다수 활용하고 있어, 김밥이 익숙한 메뉴로 느껴질 법하다. 특히 일본은 비교적 간편식 문화가 발달해 있는 나라인 만큼 냉동 김밥이 가진 경쟁력을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냉동 김밥의 흥행이 성공한 요인은 일본의 현지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여행놀이’를 즐기는 일본의 젊은 세대 트렌드를 겨냥해 한국 편의점 등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김밥을 냉동 식품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출시했으며, 이번 신제품 참치마요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또 김밥이 건강식이라는 인식도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한국 여행 놀이를 즐기는 일본 MZ 세대 트렌드에 따라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사진은 한국 여행의 필수 코스인 한복 입고 고궁 체험하기. /픽사베이 |
CJ 제일제당 관계자는 본지에 “팬데믹 이후에 여행 수요가 확대되면서 기존 한류에 관심을 가진 일본 젊은 세대가 여행을 위해 한국을 다수 방문하는 추세다”라며 “한국 방문 경험과 이와 관련된 한국 미식 문화에 대한 인기도 증가하고 있는데, 한식을 먹어본 현지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 하에 냉동 김밥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밥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메뉴로 건강 면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브랜드의 냉동김밥들
이미 해외에서 먼저 돌풍을 일으키며 유명해진 냉동 김밥 브랜드들이 존재하지만 이외에도 냉동 김밥을 출시한 브랜드들이 또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복만사 냉동 김밥’으로 이름을 알린 ‘복을 만드는 사람들’의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첫 개발된 냉동 김밥으로 유명하다. 복만사의 냉동 김밥은 영국 시장에 수출되고 있는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비교적 구매하기가 쉽다.
국내에서 유명한 '복만사(복을 만드는 사람들)' 냉동김밥 / '11시 45분' 홈페이지 갈무리 |
▲우엉유부 ▲일품잡채 ▲폿신 톳두부 ▲아삭 포두부 ▲고추장 비빔밥 ▲땡초 ▲묵은지 계란 등 맛의 종류만 해도 10가지로 구분되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묵은지 계란을 제외하면 비건식으로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메뉴라 인기가 높다.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건강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김밥의 특성을 잘 살린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한우물은 식품제조전문회사로 다양한 냉동밥 제품을 국내외 출시하고 있는 브랜드다. 누구나 간편하고 빠르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이나 주먹밥 등의 간편 냉동식을 주력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우물의 냉동김밥은 ‘맛있는 한끼 야채김밥’이다. 쿠팡 등의 온라인 쇼핑몰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당 제품은 한 줄 씩 개별 포장 되어서 4개입으로 묶어 판매되고 있다. 맛의 구성이 다양하진 않지만, 역시 야채김밥이라 건강하게 먹기 좋은 메뉴이고, 가격대가 저렴한 편에 속해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다.
‘잇츠온’에서 출시한 냉동 김밥도 있다. 잇츠온은 hy(옛 ‘한국야쿠르트’)에서 선보이는 신선 간편식 브랜드로 건강한 먹거리를 통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잇츠온은 비건 냉동 김밥을 2종으로 선보인다. ▲고추장비빔 ▲유부우엉으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구매가 가능하다.
K-푸드 염분 높다는 편견도 있지만…해외서 ‘건강식’으로 인기
건강식으로 인기가 높은 김밥에 이어 비빔밥 등의 다양한 한식 밥상 역시 균형 잡힌 영양 식단으로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밥과 국 그리고 각종 반찬으로 구성되는 한식 밥상의 경우 영양소가 균형 있고, 기름지지 않은 반찬이 많아 이를 건강한 한 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해외서 건강식으로 인기인 한식 비빔밥 /픽사베이 |
물론 국내에서는 국과 찌개, 그리고 대표 반찬 중 하나인 김치 등에 대해 염분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건강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일각의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2월 공개된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국민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이 평균 3038mg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는 2012년 조사 당시 4549.4mg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10년 새 약 33%가 줄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높은 염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최근 나트륨 저감을 위한 활동이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픽사베이 |
물론 아직까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인 일 2000mg 보다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 나트륨 저감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대대적으로 나트륨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섭취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다른 의견은 실제 해외 여행 시 먹었던 현지 음식을 떠올리면 한식이 건강식으로 인식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30대 중반 여성 이 씨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의 경우, 한국에서 오랜 기간 지내다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먹은 음식들이 너무 짜서 초반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홍 씨는 “일본 여행 갔을 때 음식을 먹고 참 맛있다고도 느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짠맛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50대 후반 여성 이 씨 역시 일본 음식의 염도가 높았다고 한다. 그는 “일본 음식은 보통 짜거나 달거나인데, 라멘 등이 짜게 느껴져서 물을 살짝 더 넣어 먹었던 기억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스위스에 다녀온 20대 초반 여성 하 씨 역시 여행 중 만났던 음식이 상당히 짠 편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메뉴 중 신선한 채소 섭취 비율이 높은 점은 만족이었으나 브리또의 짠맛은 꽤 기억에 남는다”라며 “샐러드에 들어가 있는 닭가슴살도 너무 짜서 드레싱 없이 먹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확실히 한식보다 외국의 음식들이 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한식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짠 정도였다는 전언이다. 염도가 해외 여러 음식들과 비슷한 정도이기 때문에 기름지지 않고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힌 한식의 경우 충분히 건강식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품안전정보원이 지난 5월 발간한 WHO ‘세계 나트륨 섭취 저감 보고서’ 번역본에서는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나트륨 일일 섭취량은 하루 4854mg이라고 한다. 물론 WHO의 권고치 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하지만, 세계 나트륨 일일 섭취량이 4310mg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보다 조금 더 웃도는 수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류 등 K-문화에 대한 해외 현지의 관심이 매우 높은 만큼 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는 한식 문화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