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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된 구옥을 고쳐 지은 미소 넘치는 패브릭 공방 주택

전원에 산다 : 구미 소예당

골목길 대문을 열면 펼쳐지는 푸른 잔디 한옥 공방에는 옷감을 자르고 꿰매는 소리, 아이와 엄마의 웃음소리. 소중하고 예쁜 당신의 옷이 지어지는 소리로 가득하다.

만드는 재미가 이끈 패브릭 공방의 길

경북 구미 시내에서 차로 30분. 마을 골목에 들어서서 ‘이런 곳에 패브릭 공방이 있을까’ 의심이 들 때쯤 눈앞에 넓고 푸른 잔디 마당이 인상적인 단정한 한옥을 만나게 된다. 전소라 씨가 가꿔나가는 패브릭 공방 겸 주말주택인 ‘소예당’이다. 소라 씨와 가족이 주말에 머무르는 주거 공간과 패브릭 공방 겸 클래스를 위한 교육장이 한 지붕 아래 사이좋게 놓여있다. 잘 가꿔진 공간에 실력도 좋은 공방이지만, 소라 씨는 처음부터 패브릭 공예에 뜻을 두고 활동했던 것은 아니었다.

“첫 아이가 생기고, 하는 일을 그만두고는 한동안은 무기력했어요. 무언가 동기가 고갈되었다는 느낌이었죠.”

1_단정하게 정리된 마당과 소예당. 깔끔한 잔디 마당 관리의 비결로 소라 씨는 멀리서 찾아오는 수강생 분들에 대한 의무감이라고 답했다.2_수강생 작업대 앞으로는 폴딩창을 두었다. 수강생 눈에 힐링을, 보호자 눈엔 안심을 더한다.3_재봉틀을 미리 점검해두는 소라 씨. 수강생이 오기 전 원단을 미리 1차 가공해두는 등 클래스 전에도 준비할 것들이 많다.4_건축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아이 아빠가 1년 동안 고생해 지은 오두막.

그런 날이 이어지던 중 무언가를 하나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소라 씨는 그중 아이 옷과 인형 옷을 만들며 운명 같은 끌림을 느꼈다. 패브릭 공예는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점차 공부와 연습을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실력에 성취감을 더해갔다. 아이와 함께 디자인을 맞춘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고, ‘더소예’라는 이름으로 SNS를 통해 패브릭 공예에 대해 나누며 점차 전문적인 영역에 한 걸음씩 내디뎠다.

5_주택 서측은 오롯이 공방을 위해 할애했다. 출입문을 따로 둬 주거공간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했다.6_기초 클래스에서는 패브릭 지갑, 키친 클로스, 헤어밴드, 인형 꾸미기처럼 간단한 것을 만들어본다.7_인형 이불처럼 놀 수 있는 파우치도 클래스 인기 종목 중 하나다.8_아이는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패턴 트렌드도 트렌드지만, 소재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엄마의 직장, 아빠의 꿈, 아이의 놀이터

아파트 방 한쪽에 재봉틀을 두고 활동하던 소라 씨는 조금 더 꿈을 키워보고 싶었다. 일상과 작업의 구분이 어려운 집 대신, 여유로운 나만의 공방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해보고 싶었다.

리프레시도 중요한 이유였다. 가족이 함께 과감히 실행했던 두 번의 제주살이 끝에 소라 씨 부부는 일상에서도 아이들이 맘껏 뛰놀고 모두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오랫동안 집짓기 공부를 하고, 고칠만한 구옥을 찾아 나선 소라 씨는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마당에 잡초가 무성했던 지금의 집을 만났다. 1960-70년대에 지어졌다는 구옥은 공포영화에 나올 것처럼 스산했지만, 언뜻 사이 사이에 소예당이 그려지는 듯해 결정하게 되었다.

9_공방의 반대편에는 주거공간이 자리해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겨울에 추울 때는 수강생과도 함께하곤 한다.10_우드와 화이트로 디스플레이된 주방은 레트로하면서도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11_공방에서 안쪽 문을 열면 복도를 따라 거실과 이어진다.12_오롯이 가족만이 누릴 수 있는 침실.13_현관은 중문 등의 군더더기를 두기보다 가볍게 덜어내 깔끔하게 두었다.

리모델링의 어려움을 잘 알았던 그녀는 서울에서 전문 시공팀을 섭외하는 등 신중하게 집을 고쳐나갔다. 때론 돌발변수도 있었지만, 잘 이겨냈다. 마당 조경은 가족이 직접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꿨다. 평생 제대로 된 공구를 쥐어보지도 못했을 남편은 건축주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써야 겠다며 1년 넘는 기간동안 진득하게 오두막을 완성시켜냈다. 고생스러웠지만, 돌이켜보니 다 추억이었고, 나름 즐긴 것 같았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소라 씨와 가족은 공방과 휴식 공간을 함께 품은 소예당을 만날 수 있었다.

함께 나누고 싶어 마련한 패브릭 클래스

패브릭 공방이라고 하지만, 드넓은 잔디마당과 아기자기한 화단, 아이들 아지트로 제격인듯한 오두막의 존재로 인해 공방보다는 오히려 놀이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소라 씨는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었다고 이야기한다. 코로나로 갑갑한 마스크를 벗고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공간들이 무척 귀했을 때, 소예당의 넓은 마당은 그 자체로 클래스를 들으러 온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호응이 좋았다. 소라 씨도 수강생과 손님에게 잠깐이나마 갑갑함에서 벗어나 상쾌한 쉼을 주고 싶었기에 더 뿌듯했다.

소라 씨는 매달 클래스를 열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간단한 키친 클로스부터 원피스까지 대상과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때론 제로 플라스틱, 탄소 중립 같은 주제를 패브릭 공예를 접목하기도 한다. 아이와 진행할 때는 한 번에 두 명, 초등학생 이상부터는 세 명과 함께 패브릭 공예를 체험하는데, 인기가 좋아 다음 달 예약은 며칠 이내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의외로 대구나 부산 등 멀리서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소라 씨. “힘들게 오시는 만큼 알찬 과정이 되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14_소라 씨 가족이 처음 만나본 구옥 모습.15_남편이 1년간 씨름해 만든 오두막은 지금은 가족과 손님 모두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 되었다.16_패밀리룩을 즐겨 만들고 입는 소라 씨와 아이들.17_클래스를 수강한 아이들이 남긴 감사 쪽지.18_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늘 어른과 함께 작업하도록 원칙을 정했다.19_소예당 클래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라 씨.20,21_날씨가 쌀쌀해질 때 클래스 커리큘럼으로 올리곤 한다는 아이용 숄카라. 추위를 타기 쉬운 목과 어깨 부분을 따뜻하게 감싼다.​

클래스가 없는 날이나 오전 시간에는 그녀의 온라인숍이나 SNS로 들어오는 주문 등 개인 작업이 주로 이뤄진다. 지금은 주문품 제작이나 클래스가 주요 일과지만, 소예당이 어느 정도 정착된 만큼 앞으로는 지역 네트워크 교류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소예’의 뜻을 소라 씨는 “소중하고 예쁜”이라고 소개했다. 공방 벽 한쪽에 삐뚤빼뚤한 아이 글씨로,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아이들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 쪽지가 붙어있었다. 한두 개가 아닌 그 쪽지들의 존재에서 그녀가 “소중하고 예쁜” 존재들에게 어떤 마음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화단 너머로 본 소예당. 올해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내년에는 새로운 화단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취재협조_ 소예당·더소예 인스타그램 the_soye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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