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부부를 위한 맞춤형 단층주택
한적한 전원생활 실현한 양평 매월리주택
집짓기 트렌드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은퇴 주택 수요보다 젊은 부부가 아이들 어릴 때 마당 있는 집을 가지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그런데 오랜만에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원하는 분들의 집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담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지붕선과 정갈한 정원이 잘 어우러진다. |
통상 집의 배치와 형태를 설정할 때 건축주가 생각하는 집의 규모를 살피게 된다. 건축주 부부는 공무원으로 은퇴를 앞둔 시점에 퇴직 후 살게 될 25평 이내의 소형 주택을 원했다. 상담을 진행하며 건축주가 부부가 희망하는 구들방이나 툇마루 서재, 썬룸 공간들을 반영하다 보니 40평이 넘어섰다. 면적의 절대 숫자가 공사비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절충이 필요했으나, 은퇴하는 분들의 로망을 실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대부분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본의 소형 단독주택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간감은 일본보다는 미국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당장 공간적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 하물며 풍광 좋은 입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넓은 인간관계를 즐기는 건축주는 지인들이 많기에 그들이 놀러 올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넉넉한 집이 필요했다.
널찍한 데크는 다양한 외부활동에 유용하게 쓰인다. 일부는 처마를 길게 빼 여름에는 여유로운 그늘을 만든다. |
위에서 내려다 본 주택의 모습. |
은퇴 주택을 디자인할 때 초기에 고민하는 게 2층의 존재 여부이다. 만약 2층을 배제하는 대신 다락이라도 넣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우리 건축사무소의 입장은 한결같다. 30~40평 가량은 복층으로 구성하기에 애매한 면적으로 자칫 1층이 답답하고 2층도 답답해지는 결과가 나오기 쉽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2층 공간이 생기면 단순히 몇 평이 커진다 정도로 여기지만, 사실은 집의 키도 커지는 등 늘어난 볼륨 대비 공사비도 늘어난다. 또한 2층에 방이 하나 더 생기면 화장실도 곁에 두고 싶고, 주방도 작게라도 있기를 바라게 되면서 점점 2층 공간이 커지기 마련이다.
도로에 맞닿는 후면에는 창을 절제하고 높지 않은 담으로 적절히 시선을 걸러줬다. |
폴딩도어로 개방감을 살린 썬룸. |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매월리대지면적 : 919㎡(약278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건축면적 : 129.46㎡(39.16평) | 연면적 : 129.03㎡(39.03평)건폐율 : 14.09% | 용적률 : 14.04%주차대수 : 자주식 1대 최고높이 : 5.2m구조 : 경량목구조단열재 : 벽 - T140 그라스울단열재(가급) + T50 비드법 1종3호단열재 / 기초 - T60+T100 비드법 2종1호 단열재(가급) / 지붕 - T235 연질수성폼(가급)외부마감재 : 외단열 위 콘크리트 타일, 합성목사이딩지붕재 : POS-MAC 내부식성 강판창호재 : 디크닉 | 에너지원 : LPG조경 : (주)플로시스인허가 : TOTO건축사사무소시공 : JCON건축/인테리어 디자인 : 홈스타일토토 02-720-6959 www.homestyletoto.com
이 대목에서 정리가 필요하다. 과연 은퇴한 부부에게 2층이 꼭 있어야 할까? 주로 은퇴 후 찾아올 자식들이나 손님을 고려해 방 한둘을 더 만들려는 경향이 많다. 이때 잠시 생각을 달리해보자. 만약 은퇴 후 지낼 아파트를 알아볼 때도 자식들이나 지인들을 고려해서 큰 아파트로 옮기려 할까? 집짓기 자체가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매월리주택은 그런 견지에서 찾아오게 될 지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솔직담백한 단층주택’으로 디자인을 접근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작 건축주 부부를 주인공으로 두고 전체적인 계획을 풀어가면 내부공간의 배치나 마당 구성 등 실질적인 설계가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진행된다.
거실에서 바라본 마당의 모습. TV가 걸려있는 벽 뒤편으로는 단을 살짝 높여준 툇마루 서재가 엿보인다. |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동네 고양이. |
침실은 필요한 만큼만 면적을 할애했다. |
매월리주택은 마당과 앞산을 높은데서 바라보기보다는 시야를 부챗살처럼 넓히는 게 좋다고 판단해 일자형 단층주택 디자인으로 정했다. 처마 없는 모던한 스타일보다는 남쪽으로 깊은 처마를 내 여름엔 강한 태양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충분히 볕을 받을 수 있다. 덤으로 비 오는 날 창 앞에 나가 주변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집의 규모에 비해 데크를 크게 배치했다. 계절에 따른 활용도도 많은 데다 하다못해 길냥이도 와서 낮잠을 자고 간다. 양지바른 마당의 조경도 전문조경팀의 손을 거쳐 단층집에 어울리는 정원으로 설계했다. 실내와도 잘 연계되면서도 거닐고 싶은 마당이 조성되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신한벽지, 천장-삼화친환경페인트타일 : 포세린 타일(국산/수입) | 수전/도기 : 대림바스조명 : 린노조명, 공간조명 | 도어 : 성우스타게이트 / 우딘도어바닥재 : 구정 원목마루
툇마루 서재 위로는 천창을 내 낮 동안 채광이 풍부하다. |
썬룸은 폴딩도어 뿐 아니라 측면 창도 와이드하게 두어 안에서 넓은 뷰를 확보할 수 있었다. |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화이트-우드의 따스함을 기본으로 삼았다. 주방가구는 원목으로 제작하여 자연소재 중심의 편안함을 추구하였다. 요리와 독서가 취미인 남편을 위해서는 거실에서 이어지는 툇마루 서재와 썬룸도 배치하였다.
안주인이 원했던 아궁이방은 한지로 도배하고 장판까지 마감하였다.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오는 지인들을 위해 여러 번 굴뚝에 연기를 냈을 정도로 핫아이템 공간이다. 자고 가는 사람들마다 아침에 일어날 때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SECTION
PLAN
1F – 129.03㎡ |
1. 방 2. 현관 3. 보일러실 4. 거실 5. 응접실 6. 주방 7. 썬룸 8. 툇마루서재 9. 데크 10. 드레스룸 11. 아궁이방 12. 다용도실 13. 팬트리
콤팩트하게 담긴 주방과 식당 공간. |
거실에서 바라보는 툇마루 서재. |
건축주의 성향을 벗어난 개성 강한 주택은 거주자의 생애주기를 유연하게 담기 어렵다. 집의 주변 환경과 건축주에 맞춤옷처럼 디자인된 집이 오래오래 좋은 집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인하는 건축가는 그 건축주에게 어떤 옷을 입힐까 생각하기 전에 건축주를 온전히 파악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글_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소장>
주택디자인_ 홈스타일토토13년간 100채가 넘는 집을 디자인했으며, ‘디자인(임병훈 소장) + 인허가(정신애 소장) + 협력시공사’ 세 팀이 하나 되어 매끄러운 집짓기를 진행한다. 보면 볼수록, 살면 살수록 괜찮은 주택디자인을 추구하며, 언제나 다음 집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www.homestyletoto.com
구성_ 이준희 | 사진_ 변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