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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전원속의 내집

고급 료칸이 된 아파트 리모델링

수경재(收景齋)

구축 아파트가 일본 온천마을에나 있을 법한 료칸으로 변신했다.

부모님이 가까이서 이국을 느끼실 수 있도록 욕탕을 안방 한가운데 놓았다.

구조보강과 설비,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다시는 보기 힘들 프로젝트.

‘욕조’라는 키워드 하나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의 메인 공간. 단순히 탕욕을 즐기는 것이라면 기존의 물을 사용하는 화장실 공간의 욕조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창밖의 풍경 때문에 공간의 아이디어가 나왔으니, 창밖 풍경이 공간의 주요한 소재였다.

거주보다는 휴식을 위한 공간, 아파트에 우리만의 료칸을 만들기 위한 과정

거둘 수(), 볕 경(), 집 재() 자를 써서 볕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의 수경재60평대 구축 아파트 탑층의 마스터룸 부분을 료칸 형태의 공간으로 변경한 재미있는 프로젝트다.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당연히 단독주택이라고 생각했는데 클라이언트에게 주소를 받고 나서 당황했던 건 사실이다. 요청 사항은 단 하나였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탕욕을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욕조를 놔주세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은 현장이 아파트라는 걸 깨닫고 나서 매우 어려워졌다. 구조적인 보강과 급수와 배수 그리고 환기, 즉 설비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다. 우선 구조보강 측면에서는 캔틸레버 구조를 적용하여 담수 공간 자체를 슬래브에서 띄워 시공하였다. 설비에 대한 부분은 욕탕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여러 차례의 방수 작업 및 급·배수 라인 수정을 통해 시공이 이루어졌으며, 자연환기와 기계환기를 동시에 적용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습도 유지를 할 수 있게 계획하였다.

우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대단한 풍경만을 남기고 싶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지우기 위해 일본 정원의 요소인 자갈, 석부작, 시시오도시(대나무 분수대)를 사용하여 실내 조경을 꾸몄다.

Interior Source

현장 위치 : 경기도 파주시

인테리어 면적 : 61.5㎡(18평) / 210㎡(63평) *부분공사

내부마감재 : 벽 – 한솔 라솔라 웰스톤 / 바닥 –디앤메종 원목마루 텐우드 / 천장 – 한솔 라솔라 콜렉트월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제이바스, 콜러, 토토

가구 : 의자 – PER / 붙박이장 – 자체제작

조명 : 르위켄

스위치·콘센트 : 르그랑

석재 : 포천석, 마사토

방문 : 다다미방 – 제작 슬라이딩도어, 원목프레임 + 한지 / 사우나실 외부 –제작 스윙도어, 사틴유리 / 사우나실 내부 –율텍, 샤워부스 / 화장실 – ABS도어 + LX하우시스 필름지 부착

인테리어 설계 및 디자인 : 블랭크스페이스, 히노브 디자인

시공 : 블랭크스페이스 02-332-5103  |  @blankspace.kr

목재와 석재로 마감한 정갈하고 단아한 내부. 곳곳의 가구와 소품 역시 조화롭다. 그대로 드러나는 천장의 사선 마감이 멋스러운 욕탕 뒤편에는 널찍한 테이블을 둬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복도 끝 석탑 옆에 노렌(가게나 건물의 출입구에 펴 놓는 발)을 젖히고 들어가면 프로젝트의 시발점인 욕장이 나온다. 기존 방문을 재사용하여 문을 열기 전 외부에서는 안의 영역을 상상할 수 없다. 그냥 가정집이었던 거실에서 문을 여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워프하듯 수경재에 발을 내디딘다. 조경석과 자갈로 이루어진 오솔길을 따라 걸을 때 복도 끝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상상을 자극하기 위해 벽체 컬러와 조도는 어둡게 하였다.

또한 벽, 천장, 바닥 등 모든 마감재에 내수성, 내습성이 요구되었다. 여러 마감재를 고민한 결과, 락패널을 선택해 기능성을 충족하면서 단아한 뉘앙스도 부여할 수 있었다.


사실 공간 디자이너로서 처음에는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어떤 공간을 만드느냐에 집중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가까운 거리에서 이국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듣고 테마는 료칸으로 잡았고 이를 위해 료칸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료칸을 경험했다.

(위)양변기는 곧 화장실을 상징하며 꼭 필요하지만 가까이 두고 싶지는 않기에 양변기방을 따로 만들었다. (아래)탕욕을 즐긴 후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편백을 사용하여 심신의 안정을 취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유지 보수가 어려운 목재는 사용이 어려워 이와 유사한 느낌을 위해 우드 타일을 사용했다. 샤워부스 도어는 밀폐력이 좋게 계획하고 부스 내에 스팀 제너레이터(스팀 사우나 기계)를 설치하여 한 공간 안에서 샤워와 사우나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바깥 풍경을 내다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아파트에서는 생소한 모습이다.

내가 갔던 료칸은 객실들이 독채로 프라이빗하게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건물 사이 통로는 오솔길로 이어져 있고 그 끝에 대욕장이 있었다. 뭐든 크지 않았고 정갈했다.


이런 부분에 착안하여 한 공간 안에 있지만 프라이빗한 별도의 공간구성을 위해 60평 중 안방 쪽의 16평을 프로젝트 구역으로 설정하고 이 16평은 하나의 공간이 아닌 복도, 욕장, 다다미방, 사우나(샤워&파우더)4개의 공간으로 다시 나누었다.


이를 통해 기존 생활공간에서 내부 공간을 상상하지 못하게끔 함과 동시에 각 건물이 오솔길로 이어지듯, 복도를 통해 3개의 각기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입구에 디딤석을 설치하고 다다미방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단을 올린 형태로 구성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전통가옥을 오마주 하였다. 9 일본 전통가옥을 가보면 다다미로 이루어진 집들이 많다. 바닥난방을 안 하는 일본에서 다다미는 냉기가 흐르는 바닥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기능적인 요소로, 격자를 이루며 심미적인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방의 중앙엔 단을 내려 다리 공간을 만들어 입식 공간이지만 좌식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글_권혁신 | 사진_진성기 | 기획_오수현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8월호 / Vol.306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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