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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김국현

macOS와 10이라는 숫자

[김국현의 만평줌] 제46화

macOS와 10이라는 숫자

올해의 애플 WWDC도 어김없이 찾아왔다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흘러갔다. 근년의 WWDC는 개발자 총회라는 그 이름 그대로 시종일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로 점철되는 경향이 있다. 아이폰7이나 새로운 맥북 프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무래도 김새는 일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OS X이 이름을 macOS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여운을 남긴 뉴스였다. 이름이야 바뀌어도 안 바뀌어도 아무래도 상관없는 뉴스이긴 한데, 모든 이름에는 또 제각각의 사연이 있기에 마음이 가나보다.


고(故) 스티브 잡스의 대업적 중 하나는 애플로 귀환한 직후인 1998년에서 2001년에 걸쳐 OS 9(나인)을 OS X(텐)으로 끌어 올린 데 있다. 방황하던 매킨토시의 OS가 버전 10(로마자 X)이 되면서 질풍노도의 혼돈을 마감하고 완성도 높은 OS가 된 무용담은 잡스의 집념과 결단력을 보여준 사례로 남아 있다. 애플로부터 쫓겨나서 했던 사업, NeXTSTEP의 유산은 OS X으로 고스란히 이어졌고, 오늘날 애플 관련 개발을 할 때 수시로 만나게 되는 NS라는 접두어는, NeXTSTEP으로부터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개발자들을 9에서 X(10)으로 초대하기 위해 2002년 WWDC에서 펼쳤던 Mac OS 9 장례식 퍼포먼스는 전성기 잡스의 유머 감각을 볼 좋은 기회다.


X(10)이라는 꽉 찬 느낌의 버전 넘버에 도달한 후에는 더 이상 버전 올리는데 집착하지 않고, 개정판에 이름을 붙여 개성을 주며 OS 업그레이드를 연례행사로 정착시켰다. 요즈음은 요세미티나 엘 캬피탄 등 애플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명소들을 이름으로 삼고 있지만, 예전에는 라이온이나 퓨마 등 고양이들 이름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조차도 벌써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윈도우 10의 10이 9를 건너뛰고 10으로 간 여러 이유 중 실은 OS X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풍문 역시 그럴 듯 하다. 윈도우도 10이 마지막 버전으로 주기적 업데이트를 할 것이라는 점도 그렇고, 한시적이나마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했던 것도 그렇다.


숫자 10에는 뭔가 매력이 있나 보다. 손발가락의 수와 같아서일까. 10으로부터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iOS가 올해 버전 10의 차례가 된다는 것. 둘 다 ‘오에스 텐’이니 iOS 10이 OS X과 헷갈릴 것이라는 우려가 들렸다. 그래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에 공식적인 이름에서 ‘X’은 사라지고 iOS, tvOS, watchOS와 깔맞춤을 한 macOS라는 네이밍이 도입되었다.


초대 매킨토시로부터 어언 32년, 그 중 OS X의 집권기는 거의 반절. 이번에 발표된 macOS 시에라(Sierra)의 버전은 10.12이니 X의 업데이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OS X이 탄생할 무렵 애플 주식을 샀다면, 지금은 50배가 되었다.


세월은 빠르다. 라이브러리 클래스마다 붙어 있던 NS 접두어는 애플의 새로운 개발 언어 Swift의 버전 3부터 점차적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유산이 되어 충분히 스며든 잡스의 흔적은 하나둘 옅어져 간다.


그런데 10 다음엔 무엇이 올까? iOS와 macOS가 하나가 되는 대통합이 이루어질까?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가 꿈꾸는 것처럼?


소문은 재미있다. 이 업계는 그래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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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hyun
채널명
김국현
소개글
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