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ID로 돌아가고 싶은 곳은
이런.
하지만 그 또한 관심의 대가다. 철저히 비밀리에 지켜온 신제품을 세계를 향해 대공개해도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기업이니, 부러울 뿐이다.
이미 대강의 풍문은 알고 있어도 이벤트는 놀라웠다. 아이폰 X에서 정말 터치ID를 없애버렸음에 놀랐고, 또 그 대체품으로 투입된 페이스ID의 완성도가 (적어도 애플의 보여준 것만 보자면) 상당할 수도 있으리라는 점에 놀랐다.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조우했을 때 생기는 놀라움과는 약간 종류가 다른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만날 때에도 놀라는 때도 있다.
“아, 이게 그런 것이었나.”
처음 아이폰5S에 터치ID가 탑재되었을 때, 홈버튼을 누르자마자 암호가 풀리면서 폰이 켜지는 느낌은 경쾌한 것이었다. 지문인식은 아이폰 전에도 수없이 많았지만, 그 경쾌함은 놀라운 것이었다. 아이패드에는 아직 터치ID가 없던 한참 동안의 시절, 그 홈버튼을 누르며 왜 화면이 열리지 않는지 잠시 멈칫하곤 했다. 그만큼 경쾌함은 중독적이기에 익숙해져 갔다.
마찬가지로 화면 위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 로그온을 하는 일은 삼성에서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이미 다 만들어 봤기에 뉴스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모두 적잖이 굼뜨거나 어딘가 허술했다. 게다가 완벽하지도 않았다. 얼굴을 야간 모드로 찍어 레이저프린터로 인쇄한 종이 한 장과 입체감을 주기 위해 그 위에 붙인 컨택트 렌즈 하나만으로 심지어 갤럭시의 홍채 인식조차도 손쉽게 뚫려 버렸다. 카메라만 좋다면 5m 밖에서 찍은 얼굴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애플의 페이스ID는 X박스 키넥트처럼 본격적인 센서를 화면 위쪽에 박아 넣고 내 얼굴 위에 3만 개의 점을 만들어 이들을 계산한다. 폰 안의 인공지능칩으로 내 얼굴을 학습시킨 뒤, 다시 내 얼굴을 알아보도록 하는 것.
인공지능 칩. 이번 CPU의 이름은 A11 ‘바이오닉(생체공학)’. 이름 그대로 신경망형 머신러닝에 특화된 칩을 아예 박아 넣었다. 최초로 선보인 애플제 GPU도 얼굴정보를 담아둘 비밀 공간도 6코어와 함께 칩 안에 들어 있다. 반도체에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까지 ‘턴키’ 제조가 가능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10년 전 처음 아이폰이 선보이던 회장. 스티브 잡스가 단지 ‘밀어서 잠금해제’를 선보였을 뿐인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던 시절. 보안이고 뭐고 그냥 밀기만 해도 빗장을 열어줬던 순수의 시대.
얼굴을 기억할 줄 아는 10주년 아이폰이 돌아가고 싶은 곳은 10년 전 그 시대의 체험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