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톱랭커들이 LIV 사우디 리그로 간 까닭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샘보 등 PGA 투어 톱랭커들이 사우디 골프 리그(LIV)행을 택했다. PGA 선수들은 왜 LIV의 유혹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까?
배신자 혹은 실리주의자
올해 디오픈에서는 아쉽게 컷오프 탈락했지만, 골프 하면 타이거 우즈(48·미국)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제150회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은 캐머런 스미스(29·호주)에게 돌아갔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타이거 우즈의 참가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이하 LIV)로 인해 주춤했던 PGA 투어 흥행에 불을 지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그동안 PGA 투어에서만 82승을 거두고 1억 2,100만달러(한화 1,600억원)에 달하는 총상금을 획득했지만, 브라이슨 디샘보(29·미국)가 LIV 합류 조건으로 받은 2억달러(한화 2,600억원)에 비하면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디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즈는 LIV 골프로 간 선수들은 배신자라고 혹평하며 “그들은 자신들을 그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해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러피안 투어(DP 월드투어)에 등을 돌렸다”며 비판했다. 또한, 72홀이 아닌 54홀로 치러지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경기 방식에 대해서도 시니어 투어에서나 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영국왕립골프협회(R&A)나 미국골프협회 (USGA)가 주관하는 디오픈과 US오픈은 LIV 골프 소속 선수들 모두의 출전을 제재하지 않았다. 해당 대회에서 리브 골프 소속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 우즈는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라는 말을 남겼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 후원으로 그렉 노먼(68·호주)이 회장을 맡고 있는 투어 경기다. 지난 6월 런던에서 열린 리브 1차 대회에서 우승 찰 슈워젤(남아공)은 61억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리브는 올해 8차례의 대회를 치르며, 8개 대회의 총상금은 2억 5,500만달러(한화 약 3,400억원)에 달할 정도다.
PGA 투어 메이저 대회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상금이 걸려있는 셈이다. 더구나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에도 500만달러의 상금이 걸려있으며, 컷오프가 없는 대회 특성상 꼴찌를 하더라도 12만달러(1억 5천만원)를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리브 대회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자본력에 굴하지 않겠다던 PGA 투어 선수들까지 합류를 결정한 상태다.
워라벨을 지키고 싶다?!
이미 필 미컬슨(53·미국), 더스틴 존슨(39·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43·스페인), 브룩스 켑카(33·미국), 브라이슨 디샘보 등 PGA 투어 상위 랭킹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리브와 계약을 했다.
브라이슨 디샘보의 경우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데 훨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워라벨을 이루기 위해 리브에 합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돈만 좇는 선수 또는 배신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댈러스에 멀티 스포츠 경기장을 짓거나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환원하겠다는 말을 했지만, PGA 투어에서는 리브와 계약한 선수들에게 퇴출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내렸다.
그러므로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과 미국과 세계연합팀의 경기인 프레지던츠컵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다. 또한, 리브 대회에서 우승하더라도 세계 랭킹 포인트에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에도 사실상 참가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1916년에 설립되어 100년 이상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PGA와 올해 설립된 리브 골프는 전통과 자본력 사이에서 진통이 꽤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배경에는 언론인을 암살한 배후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에 가담한다는 비난의 화살이 더 거세다. 또 9.11 테러 희생자 유족 단체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 시리즈의 미국 내 개최를 반대하고 나섰다. 유족 단체는 “9.11 테러 당시 항공기 납치범 중 다수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자였고,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도 사우디 정부가 배후에 있다”며 대회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돈 잔치인가? 새로운 기회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곳이 바로 리브 대회다. 디샘보와 함께 PGA 투어 잔류를 결정했다가 리브 골프에 합류한 켑카도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했으며 라이더컵 대회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던 패트릭 리드(32·미국)도 “대회 수가 적어서 좋다”는 말로 자신의 리브 합류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만약 계약금으로 1억 2,500만 달러(한화 1,600억 원)를 받지 않았다면, 대회 상금이 PGA 투어와 같았다면 디샘보나 켑카, 리드, 미컬슨 같은 톱 클래스 선수들이 과연 리브 투어로 이적을 했을까.
리브 골프에 출전할 경우, 영구 제명을 시키겠다는 PGA 투어의 초강수에도 리브와 계약을 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는 답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세계 랭킹 50위 내의 선수 중에서 10여 명의 선수가 리브 골프에 합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그렉 노먼의 뜻대로 리브 골프가 활성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 돈으로 2조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제시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타이거 우즈는 PGA 잔류를 밝혔으며, 로리 맥길로이(34·영국)도 리브 골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More Info> LIV
LIV는 50을 뜻하는 로마자 ‘L’과 4를 뜻하는 ‘IV’를 합쳐 54라는 의미다. 따라서 경기방식도 4일간 펼쳐지는 PGA 투어의 72홀과 달리 3일 동안 54홀로 치러진다. 또한, 54는 18홀을 모두 버디로 끝냈을 경우를 나타내며 운영 방식 또한 샷건 방식으로 PGA 투어와 다르다.
모든 선수가 각 홀에서 티오프를 하는 샷건 방식은 모든 출전 선수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를 진행함으로써 불리한 조건을 없앴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선수들이 자신의 티오프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우천 등 날씨의 영향이 동일하기 때문에 보다 좋은 경기력을 뽐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GJ 글 김태연 이미지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