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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 꽃이 피었습니다

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 인 제주 우승

아마추어 선수 우승은 2013년 이후 10년만

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 인 제주에서 우승한 조우영. 사진_KPGA

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 인 제주에서 우승한 조우영. 사진_KPGA

조우영(22, 우리금융그룹) 선수를 처음 만난 건 10년 전이다.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에 “주니어 선수 중 돋보이는 선수와 인터뷰하고 싶다”라고 했더니 우영이를 추천했다. 2013년 4월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우영이와 아버지(조명호, 54), 어머니(하애경, 47)를 만났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고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은 지 2년이 된 초등학교(안양서초) 6학년이었다. 우영이는 쑥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는데 또박또박, 그리고 차분하게 물음에 답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재미있어요. 볼이 잘 날아갈 때 느낌과 홀에 들어갈 때 ‘쨍그랑’하는 소리가 너무 좋아요.” 우영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재미’를 말했지만 당시 우영이는 또래에서 특출 난 실력을 뽐냈다.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50미터에 달했고 평균타수는 1언더파 71타였다. 그해 3월 개최된 제27회 경기도 종합선수권 골프대회 초등부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10년 전 만난 조우영 선수 가족. 사진_류시환

10년 전 만난 조우영 선수 가족. 사진_류시환

골프선수로 우영이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친구 따라 골프연습장에 간 우영이를 눈여겨본 프로골퍼가 “골프선수로 키워보라. 재능이 보인다”라고 추천한 게 계기였다. 생각하지 못한 일에 부모는 당황했다. 그런데 “하고 싶다”라는 아들의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우영이가 골프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빠의 반대가 심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를 시키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데 말릴 수가 없었어요.” 엄마의 말이었다. 고민 후 엄마가 취업했고 수입을 우영이 골프 비용으로 쓴다고 했다. 그래도 골프 비용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우영이는 골프선수라는 꿈을 당당하게 말했고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_류시환

우영이는 골프선수라는 꿈을 당당하게 말했고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사진_류시환

“부끄러운 일인데… 우영이가 골프 시작 후 중고 클럽만 썼어요. 얼마 전 처음으로 새 클럽을 맞춰줬거든요. 새 클럽을 갖고 싶다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을 많이 했어요. 큰 마음을 먹고 클럽을 맞추러 갈 때 우영이 표정이 너무 밝아서 우리도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피터가 예전 클럽을 보며 ‘체형에 안 맞아 쓰기 힘들었을 텐데 용케 잘 쳤네’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우영이 엄마와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빠의 말에 우영이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애늙은이’라는 별명답게 철이 빨리 든 아이였다. 그런 아들을 보는 부모, 헌신하는 부모를 향한 아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끈끈하게 엮여 있었다.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했다. 경제적인 부담 속에서 장담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국가대표가 된 우영이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이다. 사진_대한골프협회

국가대표가 된 우영이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이다. 사진_대한골프협회

우영이는 꿈을 향해 차분히 걸었다. 이듬해 골프 특기생 육성으로 유명한 신성중학교에 진학했고,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또 고등학생이 되어선 국가대표가 됐다. 태극마크를 단 후에는 후원사가 생겨서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 덜었다. 골프장학생으로 도움의 손길을 전한 곳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 브리지스톤골프 아마추어 선수단은 팀 브리지스톤 선수로 활약하는 우영이에게 장학금 1,5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영이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_석교상사

우영이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_석교상사

골프선수로 우영이는 승승장구했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로 프로 데뷔를 미뤘는데 코로나 19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올해 9월로 연기됐다. 아마추어 신분을 유지하기엔 이미 대형 선수로 성장한 탓에 부담도 크다. 아마추어 무대는 좁고 프로 무대는 활동에 제약이 있다.

조우영 선수의 KPGA 코리안투어 우승 현장을 찾은 석교상사 신용우 상무. 사진_류시환

조우영 선수의 KPGA 코리안투어 우승 현장을 찾아 기쁨을 함께 한 석교상사 신용우 상무. 사진_류시환

후원 계약도 부담이었다. 프로 데뷔만큼 후원사와 연결도 늦어졌다. 실력은 확실하지만 아마추어 신분을 뛰어넘는 초대형 계약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금융그룹, 석교상사(브리지스톤골프) 등이 우영이의 가능성에 손을 내밀었다. 이미 검증된 선수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석교상사 신용우 상무는 “우영이는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두드러지는 활약을 했어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격이 차분해서 골프선수로서 자질이 훌륭합니다. 석교상사는 우영이를 후원하고 프로 데뷔 후에도 후원을 이어갈 생각입니다”라고 전했다.

3월 개최된 KPGA 스릭슨투어 2회 대회에서 우승한 조우영 선수. 사진_KPGA

3월 개최된 KPGA 스릭슨투어 2회 대회에서 우승한 조우영 선수. 사진_KPGA

프로 데뷔를 1년 미룬 우영이는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투어와 코리안투어에 초청선수로 나선다. 아마추어지만 프로급 실력인 덕분에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3월 개최된 스릭슨투어 2회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4월 23일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 인 제주에서 정상에 올랐다.


1부 투어에서 우영이의 경기력은 충분히 통했다. 선두에 1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에 임했고 5언더파 67타로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했다. 2위 김동민(4언더파 284타) 선수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4월 23일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 인 제주에서 우승한 조우영 선수. 사진_KPGa

4월 23일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 오픈 인 제주에서 우승한 조우영 선수. 사진_KPGA

“아마추어 선수가 너무 잘 치니까 형들이 머쓱할 것 같아요.” 대회를 중계한 캐스터의 말이다. 그만큼 우영이의 샷이 좋았다. 강한 바람이 부는 제주도였지만 샷은 흔들림이 없었다. 골프볼은 바람을 뚫고 곧게 날았고, 원하는 곳에 멈췄다. 갤러리들이 “골프볼(브리지스톤골프 투어B)이 좋은 건지 샷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라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대회가 끝난 후 우영이에게는 또 하나의 기록이 더해졌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KPGA 코리안투어에서 우승한 열 번째 선수가 됐다. 1982년 김주헌 선수에서 이어진 기록이다. 그리고 2013년 이창우 선수 이후 10년 만이다. 2013년은 초등학생 우영이를 처음 만났던 때다.

10년 전 우영이가 말하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진_류시환

10년 전 우영이가 말하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진_류시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골프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그리고 PGA 투어에 진출해서 타이거 우즈처럼 멋진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10년 전 우영이가 꿈꾸던 미래였다. 그 꿈은 하나하나 이뤄지고 있다. 아마추어 무대를 석권했고, 프로 무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골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올해 개최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도 크다. 우영이의 꿈은 현실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선수 우영이 꽃이 피고 있다.


류시환 기자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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