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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인줄 알았는데 비타민C 사과 20배라는 식품 정체

수프나 샐러드, 스테이크 등 서양 음식을 먹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식재료가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의 식사에 참여했지만,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엑스트라(a.k.a 지나가는 행인 1) '파슬리'인데요. 단순히 장식으로만 여겨지는 파슬리에 놀라울 만큼 긴 역사와 사연이 숨겨져 있답니다.

그 옛날, 마녀만 재배할 수 있었던 허브

파슬리는 약 2,000년 전부터 재배된 허브에요. 역사가 길기 때문에 관련된 이야기도 매우 많아요.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영웅 알케모라스의 피에서 난 풀이기 때문에 죽음의 전조라고 불렸어요.

 

고대 유럽 민속에서 파슬리는 임산부와 마녀만 재배할 수 있었는데요. 파슬리가 가정에 불운을 가져오고, 다른 식물을 죽인다고 생각했죠. 파슬리를 뽑을 때 그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소문도 있었답니다. 15~17세기 가톨릭 종교 재판에 '마법'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파슬리, 마늘, 회향과 같은 식물이 마녀재판의 증거물로 채택되기도 했어요.

지금은 거의 모든 서양 음식에 두루 사용되지만, 고대 그리스 시절만 해도 파슬리는 약이나 향미제로 사용됐어요. 그리스인들은 파슬리를 이뇨제나 말의 질병을 치료할 때 사용했으며, 요리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파슬리로 무덤 주변을 장식하거나 경기의 승자에게 씌워주는 화관으로 쓰였어요.

약이나 특별한 의식을 치를 때 쓰던 파슬리를 음식으로 먹을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기록에 따르면 로마인들이 처음으로 파슬리를 요리에 곁들였어요. 고대 로마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허브 중 하나이며 플리니도 소스, 샐러드 재료에 빼놓을 수 없다고 기록이 남아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로마인들은 방향제나 기분 전환을 위해 파슬리를 애용했는데요. 파슬리가 음식 냄새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어요. 식탁 주변에 파슬리를 두고 목에 두르기도 했죠. 중세 시대에 들어 유럽 전반에서 파슬리를 음식에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파슬리에 숨겨진 다양한 영양성분

파슬리는 단순히 음식을 꾸미는데 사용하기에 아까운 재료에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영양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비타민 K1, 비타민 C 함유량이 높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비타민 K는 지용성으로 그동안 보충제의 형태로 널리 쓰이지 않아 우리에겐 생소한 비타민이에요. K라는 글자는 독일어인 koagulation(응고)에서 유래했어요. 비타민 K1은 피가 멈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혈액 응고 과정에 작용하는 여러 응고 인자들의 발현에 필요한 영양성분이죠. 비타민 K1이 부족하면 출혈의 가능성이 높아져요. 


비타민 K1은 신체에 잘 흡수되지 않는 단점이 있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몸에서 10%밖에 흡수하지 못한다고 해요. 때문에 더욱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올리브오일 같은 지방과 함께 먹는 것을 추천드려요.

파슬리 100g에는 무려 133mg의 비타민C가 들어있어요. 비타민C 하면 생각나는 오렌지보다 3배 많은 양인데요. 성인 남녀의 하루 비타민C 권장 섭취량은 100mg이에요. 즉, 파슬리 100g 이면 1일 권장 섭취량을 거뜬히 채울 수 있다는 말이죠. 


바라트 아가르왈 박사는 저서 <치유의 향신료>에서 파슬리를 '항산화물질의 조력자'라고 표현해요. 파슬리에는 비타민C를 비롯한 항산화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항산화 물질의 효능을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파슬리의 가장 유명한 효능 중 하나는 뛰어난 이뇨작용이에요. 파슬리 잎과 뿌리는 요로 감염, 신장 결석, 방광염이나 부종 등의 질병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에요. 


소화 장애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예부터 소화 불량을 치료하는데 파슬리 오일을 사용했어요. 파슬리가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음식물을 분해해 영양의 흡수를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파슬리 듬뿍 들어간 음식 먹어봤어요?

서양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파슬리! 달지 않은 요리라면 어디든 잘 어울리는 감초 같은 향신료에요. 유럽의 요리사는 소금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게 썬 파슬리를 본능적으로 사용하는데요. 우리가 접하는 파슬리는 메인 요리에 아주 살짝 얹어진 정도로 향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파슬리의 효능은 적어도 한 줌을 먹었을 때 얻을 수 있답니다. 따라서, 파슬리를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파슬리를 향신료로 뿌려먹는 것 뿐만 아니라 드레싱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쉽게 따라할 수 있죠. 약간 새콤한 맛으로 고소한 아보카도와 무척 잘 어울리고, 입맛을 돋우는데도 제격이랍니다.

1. 파슬리를 잘게 자른다.

2. 모든 재료를 곱게 간다.

바질 대신 파슬리를 넣은 페스토를 만들어 볼 건데요. 페스토란 "찧다 혹은 빻다, 부수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페스타레'와 제노바의 방언 '페스타'에서 파생된 말이에요. 다양한 파스타와 생선, 육류 요리에 맛과 향, 색감을 더해준답니다. 

1. 믹서기에 파슬리, 호두, 마늘을 간다.

2. 어느 정도 갈아졌을 때 올리브오일을 넣는다.

3. 파마산 치즈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파슬리를 이용해 콤파운드 버터(복합 버터)를 만들 수 있어요. 지역에 따라 허브 버터라고 부르기도 해요. 버터에 각종 허브나 시즈닝을 섞어 굳혔다가 빵이나 스테이크, 간단한 요리에 얹어 먹으면 맛이 매우 풍부해진답니다. 버터가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K의 섭취를 도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요.

1. 버터를 상온에 둬 부드럽게 만든다.

2. 버터에 파슬리, 마늘을 섞는다.

3. 버터 모양을 만들고 20-30분 동안 냉장 보관해 굳힌다.

파슬리는 장식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장식으로 쓰기에 아쉬운 식재료에요. 편견을 버리고 파슬리의 맛과 향을 듬뿍 느껴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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