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한 1등’ 신라면 vs ‘절치부심’ 진라면
삼양이 넘겨준 ‘1위’ 20여년 지킨 농심
해외 시장 진출하는 오뚜기 영업 사활
신라면과 진라면의 대결이 해외로도 번지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은 성장 포화로 향후 매출 성장에 한계가 분명한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올해가 해외 사업 확장의 적기다.신라면으로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는 농심은 일찌감치 해외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닦아왔다. 오뚜기는 해외 매출 확대를 위해 절치부심에 나서는 중이다.
해외에서 칼 갈아온 농심…해외 매출 비중 30%
지난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5억4972만달러(약 59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억2810만달러)보다 28.4% 늘었다.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매달 경신하고 있다. 국내 라면들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과 미국, 일본, 태국, 필리핀, 대만 순이다. 이 수치에서 농심이 해외에 설립한 생산공장에서 만들어 현지에 직접 판매하는 물량은 빠져있다.
1971년 처음 라면을 수출한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공장을 시작으로 칭다오(1998년), 선양(2000년), 미국 LA(2005년)에 라면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에는 두 번째 라면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코로나를 제2공장 부지로 정하고 2021년 가동 예정이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갈고 닦아온 해외 인프라가 빛을 봤다.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농심은 홍보 작업에 열을 올렸다. 짜파구리와 홍보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했다. 11개국 언어로 제작한 ‘짜파구리 레시피 영상’도 유튜브에 올렸다. 주력 제품인 ‘신라면’도 큰 관심을 받았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의 활약과 짜파구리 인기, 코로나19 등의 영향이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며 “미국과 중국 현지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수출물량을 늘리면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했다”고 망했다.
그 결과 올해 농심의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9% 증가한 2조72억원이다. 같은 기간 식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국외 법인 8곳의 매출액은 6151억여원으로 전체 매출의 30.6%를 차지한다. 수익성은 껑충 뛰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0% 늘어난 1343억원, 114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해외 실적이 주목할 만하다. 농심 미국법인의 올해 매출액은 25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가량 성장했다. 중국 상하이 법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5% 늘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26%대로 집계됐다. 농심이 진출한 해외 시장 중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내는 곳은 미국이다. 농심 미국법인의 올해 매출액은 255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8%가량 성장했다.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법인 매출은 약 3억2600만달러(약 3556억원)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8% 성장한 수치로, 미국은 올해 중국법인을 제치고 농심의 해외사업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2017년 세계 최대 유통사 월마트 전점 입점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농심은 올해도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 메인 유통사를 중심으로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수출 전선인 유럽시장은 영국, 독일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농심은 영국의 테스코, 모리슨, 아스다, 독일의 레베, 에데카 등 메이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영업망을 구축해 코로나 발생 이후 현지 라면수요를 적극 흡수했다.
농심의 올해 유럽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해외 총 매출 전망치를 전년 대비 24% 성장한 9억9000만달러(약 1조800억원)로 잡았다. 내년 해외사업 매출 목표는 11억1000만달러(약 1조2110억원)다.
오뚜기 해외 비중 9%대…글로벌 확장 중
오뚜기는 해외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확장에 나섰다. 코로나19로 해외서 한국산 라면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일찍 글로벌 사업 기반을 닦아온 농심에 비해 오뚜기는 큰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오뚜기는 경쟁사인 농심, 삼양식품 등과 비교해 해외 매출 비중이 현저히 낮다. 올해 1~3분기 오뚜기 매출은 1조9677억원으로 이중 해외 매출의 비중은 약 9.9%다. 4분기 매출까지 더하면 10%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8.9%, 2018년 8.4%, 2019년 9.8%로 매년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오뚜기는 미국과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이 법인들을 활용해 주요 생산품 원료를 수입하거나 국내서 생산한 라면 등을 수출한다. 오뚜기가 현지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판매까지 진행하는 곳은 베트남 공장이 유일하다. 활용도가 높지 않다 보니 실적은 저조하다.
다만 올해 3분기는 미국과 뉴질랜드 법인의 수익성이 좋아졌다. 주로 원료를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법인의 올해 누적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45억원, 38억원으로 전년 동기(11억원)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적자를 냈던 뉴질랜드 법인도 올해 3분기는 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최근에는 현지 생산-유통까지 가능한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7년 베트남법인을 통해 글로벌 유통업체인 ‘빅시’에 납품을 시작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삼았다. 오뚜기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