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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이투데이

연예인 출신 장관도 있는데, 연예인은 정치에 관심 가지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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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자우림 보컬 김윤아. (사진제공=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발언으로 여당 등 정치권의 비판을 받은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 측이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윤아 소속사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는 13일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당사 소속 아티스트 김윤아 씨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과 관련해, 이는 결코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고,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소속사 측은 “당사와 아티스트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와 결부되어 논란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아티스트에 대한 지나친 비방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의 위법행위는 자제해 주시길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윤아는 지난달 24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당시 김윤아는 인스타그램에 ‘RIP 地球(지구)’라는 글이 적힌 사진과 함께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 + 4년에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방사능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썼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개념 없는 연예인”, “연예인이 벼슬인가” 등 다소 수위 높은 발언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중의 관심도 김윤아의 정치적 행보에 쏠렸는데요. 사실 정치적 이슈를 입에 올려 구설에 오른 연예인은 김윤아가 처음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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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프콘, 기안84 인스타그램)

문화예술과 정치는 별개?…정치색 경계하는 연예인들

김윤아에 앞서 방송인 김제동, 김미화, 가수 이효리, 배우 장미인애, 김규리 등이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밝힌 적 있는데요. 이들의 이름이 정치인들 입에 오르내리며 지지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배우 이영애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빚었습니다. 여기에 그가 2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500만 원의 정치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이 다시금 회자되면서, 여론의 관심은 이영애의 정치적 행보에 쏠렸죠.


결국 이영애는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측을 통해 공개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 국민성금 참여 편지’를 통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는 과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이 우뚝 솟아 있게끔 그 초석을 단단히 다져 놓으신 분으로 생각된다”며 “저희 가족은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단에도 그분들의 고마움을 기리며 후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의 언행이 눈길을 끄는 건, 통상 문화예술과 정치가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를 언급하는 건 암묵적인 ‘금기’로 치부되기도 하죠.


실로 많은 연예인은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기 꺼립니다.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게재할 때도 사진에 담긴 손동작, 옷 색상까지 신경 쓰곤 하는데요. 일례로 지난해 20대 대선 당시 가수 데프콘은 인스타그램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게재하면서도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흰색이 섞인 옷을 착용한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특정 당과 후보를 연상케 한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해버린 거죠. 이 밖에도 웹툰 작가 기안84, 가수 겸 배우 이지훈 등은 투표소 앞에서 찍은 ‘흑백’ 사진을 게재하며 투표를 독려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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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과거엔 대선 후보 지지 선언도…연예인 출신 장관도 등장

과거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 모습은 지금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최근 연예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고수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한다면, 과거 연예인들은 대선 시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등 정치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직접 TV 찬조 연설에 나와 지지를 호소하는 경우도 숱했죠. 1992년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가 “일부 연예인들이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유세장에 등장하여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는 것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에 근거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행위로 정치의 저질화와 정치과정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할 정도였습니다.


단순한 정치적 발언에서 벗어나 실제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내정된 유인촌(72)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은 1971년 연극 배우로 데뷔해 1974년 MBC 공채 탤런트로 입지를 넓힌 연예계 출신 정치인입니다. 22년간 방송된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은 바 있죠.


유 후보자는 1990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 주인공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고, 이 전 대통령이 2004년 서울시장 시절 설립한 서울문화재단의 첫 대표이사를 맡았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돕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2008년부터 2011년까진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 행태에 변화가 찾아온 배경으로는 SNS·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 기반의 여론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했다는 점 등이 거론됩니다. 연예인의 특성상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게 명확한 득(得)은 없지만, 실(失)의 위험은 크기에 굳이 나서지 않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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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 누리꾼 갑론을박 불러…“개인 자유” vs “발언 조심”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매번 갑론을박이 벌어집니다.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니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인데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김윤아의 비판적 발언에도 비슷한 대립 구도가 연출됐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였죠. 1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최근 어떤 밴드 멤버가 오염처리수 방류 뒤 ‘지옥이 생각난다’고 이야기한 걸 들었다”며 “개념 연예인이라고 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하냐”며 “공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 좋겠다”고 밝혔죠.


반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정치가 예술보다 뒤처졌을 때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윤아 씨의 발언은 오염수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의 우려였다. 아티스트로서의 발언도 아니었다. 설사 그러한 생각을 창작 모티브로 삼는다고 해도 이는 창작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했는데요. 김 대표가 김윤아를 향해 ‘개념 없는 연예인’이라고 직격한 데 대해선 “정치인이 대중예술인을 두고 한 여러 말과 생각 중 가장 처참한 수준의 언설이었다”고 혹평했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특정 연예인을 콕 집어서 비판하는 모습이 적절하냐는 건데요. 일각에서는 특정 연예인에 대한 여권의 공개적 발언이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상기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이 문화예술계의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우려까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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