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일본 닛산과의 협상도 결렬…하청업체 거부하는 車업계
닛산 COO “닛산이라는 업체로서 진행할 것”…주가는 2.8% 급락
폭스바겐 CEO “애플카 두렵지 않다”
지난해 7월 15일(현지시간) 파리 생제르맹 애플 매장에 로고가 설치돼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
애플이 자체 전기·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애플카’ 생산을 위한 협력 업체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의 논의가 중단된 데 이어 일본 닛산과의 대화도 중단됐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최근 몇 달간 비밀리에 진행하던 닛산과의 대화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닛산과의 협상이 결렬된 주요 원인은 애플 브랜드 사용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애플이 닛산에 자사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 것을 요청하면서 협상이 흔들렸다”며 “이는 닛산을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하청업체로 격하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브랜드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회사 고위 경영진까지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닛산의 아쉬와니 굽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의 디자인과 개발, 제조 방식은 닛산이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로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해 사실상 협상 과정에 주도권 다툼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굽타 COO는 “현재 애플과 대화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만의 고객 만족이 있으므로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을 바꿀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T는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 업계의 폭스콘’이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은 아이폰 제조를 담당하는 대만 업체로, 기술 공유 대신 단순 조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애플과 손을 잡았다가 자칫 제품만 만들어주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코메르츠방크의 데미안 플라워스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원하며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논의가 중단됐던 현대·기아차 역시 이 부분이 걸림돌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차 시장에 이미 발을 디딘 폭스바겐의 헤르베르트 디스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너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카는 두렵지 않다. 자동차 산업은 단번에 인수 가능한 전형적인 기술 분야와는 다르다”며 “애플이 하루아침에 이를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애플이 자사 브랜드 파워를 넘어 어떠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며 “여전히 일부 전문가는 애플이 자동차 산업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애플카 협상 결렬 소식에 닛산 주가는 도쿄증시에서 15일 오후 2시 10분 현재 2.8% 급락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