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100만원"…'방값'에 고통받는 학생들
미뤄지는 기숙사 입주에 '단기방' 찾아 헤매는 대학생
코로나19發 사이버강의로 월세만 내는 빈방 늘어
세입자 간 단기방 거래도 성행... 문제 발생시 '안전장치' 부재
지난 1월부터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학가의 모습은 크게 바뀌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꺼리다보니 수업조차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 더 큰 문제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유학생(?)들이 기숙사에 입소를 하지 못하면서 기거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대학교 인근에 방은 얻었지만 온라인 강의를 시행하는 탓에 다시 지방에 있는 본가로 내려가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살지도 않는 집에 대한 관리비와 월세는 고스란히 통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대학가 원룸촌 골목 (사진=이데일리 스냅타임) |
코로나19로 기한없이 연기되는 기숙사 일정…학생들 주거비 '부담'
"하루 5만원· 3주 100만원 단기방에 지내고 있어요."
용산구에 위치한 단기방에서 3주째 거주 중인 대학원생 김모 씨(25·여). 김씨는 대학원 기숙사에 입주키로 하면서 기존에 살던 자취방을 정리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개강과 기숙사 입주 여부가 세 차례나 미뤄져 골치가 아프다.
김 씨는 "언제 기숙사 입주가 가능할지 모르다보니 진퇴양난"이라며 "기숙사 입주를 기다리면서 단기방을 이용하는 비용이 너무 많아 솔직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재외국민으로 남미에서 한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오모 씨(20·여)의 상황은 더 막막하다. 한국에 연고가 없는 상황에서 기숙사 입주마저 미뤄지다보니 지낼 곳 자체가 없는 것.
불행 중 다행으로 같은 학교 친구의 할머니 집에 지내면서 급한 불은 끈 상황. 지금은 단기 오피스텔을 구해 생활하고 있다.
오씨는 "비싼 방값도 문제지만 이리저리 짐을 옮기는 게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학교가 공지한 기숙사 입실 예정 날짜에 맞춰 내달 1일까지 단기 계약을 해놓은 상황. 하지만 기숙사 입실 날짜가 재차 연기되면 또 다른 방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전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빈방에 월세만 꼬박꼬박…단기방 거래 '성행'
개강에 맞춰 구한 자취방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속 썩는 학생들도 있다.
대면 수업이 사이버 강의로 대체되면서 공실(空室)이 돼버린 방이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주로1~2년 단위로 계약하는 대학가 원룸들은 중도 계약해지가 대부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사이버 강의가 진행되면서 얻어놓은 방의 월세만 내는 학생들이 많다"며 "계약 해지를 원하는 학생들은 간혹 있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공실 상태로 둘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다보니 대학가에서는 학생 간의 단기방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단기 방 빌려요'라는 제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방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짧게는 1주일부터 길게는 2~3달 단위로 보증금 없이 임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학생들 간 단기방 거래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서대문구에서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는 장모 씨(55·남)는 "어차피 내야 하는 월세를 단기임대로라도 메꾸려고 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정식계약이 아니다보니 사는 동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결과정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냅타임 박솔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