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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 '스팸', 한국인 '31년 밥도둑' 우뚝

식품박물관

스팸, 한국전쟁 때 미군 통해 들어와

1986년 美 호멜사와 손잡고 스팸 생산

밥반찬으로 딱! 연간 500t 스팸 판매

출시 31주년, 스팸 제조기술 롤모델로

전투식량 '스팸', 한국인 '31년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Spiced Pork And Ham’


1937년 미국. 굴지의 육가공업체인 호멜사(Hormel Foods)는 그해 7월5일 처음 ‘스팸’을 출시했다. 스팸은 양념 친 돼지고기와 햄이라는 뜻의 영어 ‘Spiced Pork And Ham’을 줄인 말로, 호멜사가 훈연(燻煙·연기로 익힘)한 햄을 깡통에 담은 새 제품을 소개하면서 상금 100달러를 건 공모전을 열었는데 여기서 탄생한 제품명이다.

전투식량 ‘스팸’, CJ와 만나다

스팸의 탄생은 미네소타주의 육류포장업자 아들인 제이 호멜(Jay Hormel)이 대형 캔 포장 돼지고기를 처음 선보인 시점인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캔에 돼지고기를 넣어 포장한 이유는 비닐이나 종이 포장에 비해 유통이 편하고 유통기간도 늘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금세 모방 제품이 생겨났고 대공황을 거치며 돼지고기에서 버리는 부위인 혀, 주둥이, 귀 등을 섞어서 파는 업체도 생겼다.


햄과 다진 돼지고기를 섞어 캔에 담은 스팸은 대공황의 여파가 남아 있던 1930년대 후반 미국 저소득층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군이 전투식량으로 스팸을 채택하면서 미군이 가는 모든 국가에는 스팸이 자연스럽게 전파됐다.


국내에 이 제품이 최초로 들어온 시기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 스팸은 편리하고 맛있는 돼지고기 특수부위와 같은 존재로 유일한 고기였다. 이 때문에 부유층이나 미군부대와 연줄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층이 누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은 1986년 3월 미국 호멜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1987년 5월 현재의 스팸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캔 햄의 대명사인 스팸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순살코기 햄 생산, 적기를 잡다

전투식량 '스팸', 한국인 '31년

(사진=CJ제일제당)

스팸은 CJ제일제당이 만든 많고 많은 햄 중 하나였다. 1974년, CJ제일제당은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육가공 사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빈곤한 우리나라에서 햄은 생선을 이용한 어육소시지, 일명 ‘분홍소시지’뿐이었다. 이마저도 먹기 어려워 부유층에서 먹는 고급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으로 햄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고 사업 측면에서도 매우 유망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1975년 용인양돈장을 인수하며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 1979년 12월 육가공사업팀을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육가공사업에 진출했다. 그 무렵부터 우리 국민의 식생활 패턴은 서구화되기 시작했고 고급화, 간편화 바람이 불면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적기였던 셈이다.


CJ제일제당은 곧바로 경기도 이천 일대에 공장 부지를 마련, 1980년 5월 이천공장 공사를 시작해 6개월 만에 완공됐다. 햄, 베이컨, 소시지 등 10여 종의 육가공 제품을 하루 15t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규모로 국내 최대였다. 당시 국내 육가공 제품의 일일 생산량이 50여t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일이었다.

전투식량 '스팸', 한국인 '31년

1980년 12월9일 백설햄 출하 당일 모습.(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육가공 식품의 종합 브랜드를 ‘백설햄’으로 정했다. ‘백설’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빠르고 친숙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순 살코기로 만든 햄’ 콘셉트와 독일 현지 육가공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햄의 본고장인 독일의 맛을 살린 제품임을 강조했다.


‘백설햄’의 판매 실적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맛’이었다. 엄선한 원료를 특수 가공 처리해 질기다는 느낌을 완전히 제거했고 대신 부드러운 맛을 살렸다. 1980년 12월 9일 첫 제품이 출시된 이후 판매량은 공급량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이천공장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야간작업까지 해야 할 정도였고 24시간 가동체제로 운영됐다.


1982년 CJ제일제당은 축육 제품 부문에서 생산량을 전년 대비 100% 이상 늘렸고 전국 시장 점유율도 49%를 차지했다. 2년 만에 국내 육가공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로 도약했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은 어육 중심의 혼합 제품이 주종을 이루던 국내 육가공 시장의 성장 가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CJ제일제당은 국민 식생활 패턴에 맞은 신제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85년 13개 품목을 출시한 데 이어 1986년 14종, 1987년에는 16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놀라운 제품 개발력이었다. 그 가운데 스팸이 있었다.

스팸 제조기술 ‘롤모델’ 되다

전투식량 '스팸', 한국인 '31년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세계적인 명성, 세계적인 품질, 스팸을 제일제당이 만듭니다’라는 출시 광고를 앞세워 대대적인 스팸 홍보에 들어갔다. 일반 캔 햄 제품에 비해 고가이기는 했지만 밥반찬으로 제격이었으며 휴대와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 기간이 길어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이 때문에 출시 당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연간 500t의 스팸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듬해인 1988년에는 매출이 두 배로 뛰었고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 대표 프리미엄 캔 햄인 CJ제일제당 스팸은 올해로 출시 31주년을 맞았다. 스팸은 초창기 미국 호멜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했지만 CJ제일제당만의 까다로운 품질 관리로 오히려 스팸 제조기술의 롤 모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고의 원료 선정과 위생 관리, 한국인 입맛에 맞게 짠맛을 줄이는 등 엄격하게 관리했고 그 결과 스팸은 ‘저렴한 캔 햄’에서 ‘프리미엄 캔 햄’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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