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동분서주...수사 당국은 ‘조이기’
물량 확보 가능성은 엇갈려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로 두 나라 사이에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휴일 사장단 회의를 통해 컨틴전시 플랜(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장기 계획)을 주문해 눈길을 끈다. 한일 경제전쟁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검찰이 이 부회장의 멘토로 불리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을 소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삼성의 대내외적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 사장단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일본 출장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향후 로드맵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성과를 두고는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해 급한불을 껐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큰 성과는 없었다는 반론도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물량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일본이 민수용 소재에 대해서는 수출제한 조치를 완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현지 거래선을 다독이는 선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통해 현지 업체에게 대만 등 제3국을 경유한 수출을 제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우회전략도 일본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지 출장을 마친 이 부회장이 컨틴전시 플랜을 강조한 대목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본 출장을 통해 당장의 물량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급한 불을 끈 상태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통해 일본 정부의 추가제재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집적회로 및 이온주입기, 블랭크 마스크, 웨이퍼, 전력반도체 수출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블랭크 마스크와 웨이퍼는 일본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내 산업계가 상당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리스크를 피해갈 수 없다.
그 연장선에서 이 부회장의 행보는 사실상 일본의 추가 경제제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장기적 관점의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반도체는 물론 TV와 가전 모두 일본의 돌발행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선의 확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편 한일 경제전쟁으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 부회장을 겨냥, 적폐청산 수사에 임하고 있는 검찰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되는 등 이 부회장 승계작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고, 현재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소환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대법원 선고를 앞 둔 이 부회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한일 경제전쟁의 중심에서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진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