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뒷광고 논란, 우리는 왜 분노했나
[IT여담]
시스템 구축 위한 계기로 삼아야
유튜브가 난데없이 사과와 회한, 참회와 반성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9월 1일부터 ‘추천ㆍ보증 등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광고 콘텐츠를 광고가 아닌 듯 게시했던 유튜버들의 고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팡, 문복희, 쯔앙 등을 비록한 유명 유튜버들은 물론 유명 크리에이터 300여명이 소속된 ‘샌드박스 네트워크’도 반성문을 썼습니다.
대중들은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뒷광고를 시인한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사기꾼’ ‘양치기 소년’이라 비판하는 한편 아직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뒷광고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비토를 쏟아내는 중입니다. 심지어 몇몇 네티즌들은 유명 유튜버들의 SNS로 찾아가 섬뜩한 악플까지 게시하며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분노하는가
뒷광고 논란에 휘말린 유튜버들에 대한 비판은 실로 살벌합니다. 그 비판의 강도가 너무 강력해 몇몇 유튜버들은 사과영상을 통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으며, 심지어 은퇴를 선언하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유튜버 뒷광고 논란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최근 벌어지는 이 저주의 굿판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판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분노할까요? 당연히 유튜버들이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튜버들이 콘텐츠의 내러티브를 통해 시청자를 현혹했으며, 이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에 착안해 유튜버들은 ‘비판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 되는 겁니다.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이러한 저주의 굿판 기저에는 크리에이터 및 MCN 산업 전반의 오래된 고민이 깔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및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의 발전으로 이제 일반인도 능력과 열정만 있다면 ‘스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개성 넘치는 크리에이터들이 속속 등장해 꽉 막힌 방송법의 틀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재미’를 보여줬고,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최초의 시장 태동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아슬아슬한 ‘재미’를 보여주는 것은 성공했지만 연속성을 가지기 위하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가. 크리에이터의 등장과 MCN으로 대표되는 최초의 시스템이 구축될 무렵부터 업계는 고민했습니다. 사람들의 광적인 열광을 어떻게 동전 떨어지는 소리로 바꿀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이 부분에 명확한 처방을 내려준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점점 ‘장비빨’에 취해가며 브랜디드 콘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스마트폰 카메라로 승부를 보던 크리에이터들이 MCN의 시스템과 만나 방송국 수준의 촬영 인프라를 확보하고, 기획력으로 무장한 상태에서 (방식은 다양하지만)일종의 광고 전선에 뛰어든 셈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확실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으나, 사실 위험천만한 전략입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는 시청자들과 TV를 통해 연예인을 만나는 시청자들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시청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니터에 등장하는 크리에이터와 밀접한 감정적 유대를 전제로 합니다. 기존 정제된 방송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시간 채팅 양방향 소통, 여기에 채널을 통해 열리는 ‘우리만의 유대감’. 이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주면서도 시청자들에게는 절대 알려지지 말아야 할 비밀이 되어 버립니다. 시청자들은 TV가 아닌 유튜브에서는 왠지 범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연예인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편한 형, 동생, 언니, 누나를 만납니다.
유튜브 뒷광고는 이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유튜버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만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습니다. 알고보니 편한 형, 동생, 언니, 누나는 사실 시청자인 나를 상대로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겁니다.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다니. 플랫폼의 특성에서 기인한 이런 배신감이 증폭되고 왜곡되어 유튜버들에 대한 선을 넘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유명해질 수 있는 유명인, 즉 유튜버들에 대한 일반 시청자들의 질투와 시기도 ‘정의구현’의 형태로 횡행하고 있다는 점.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시스템을 잡아가는 중”
유튜브 뒷광고는 유튜브 생태계로 피어나기 시작한 크리에이터 업계를 좀먹는 벌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공정위가 단행하는 추천ㆍ보증 등에 관한 표시ㆍ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반드시 필요했고,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정책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뒷광고를 사과했든 사과하지 않았든, 몇몇 유튜버들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의구현이야 법적 관점이나 시스템 내부에서 걸러내면 그만이니 개인 하나하나가 필요이상으로 펄펄 뛸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의 내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계기만 만들면 그만입니다.
사례도 있습니다.
유튜브 이전 블로그 시절 지금의 사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공정위는 파워 블로거들의 유료광고 콘텐츠 게재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광고주로부터 현금이나 제품 등 경제적 대가를 받고 추천이나 보증을 하는 경우 건별로 이해관계를 명시하도록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기 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블로그 광고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잡혔고, 시장은 자정활동을 가동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시청자들은 힘겨운 정의구현에 큰 힘을 빼지 말고 시스템의 구축과 작동을 지켜보며 건강한 협의에 집중하고, 유튜버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뒷광고 논란을 완전히 걷어낼 각오를 다지며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그만입니다.
다만 시청자들의 심각한 비판과 감정의 과잉을 두고 마냥 슬퍼하기 보다는, 선제적으로 보다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배신당했거든요. 그 배신의 이유가 유튜버들을 성공으로 끌어온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여기에 대한 책임은 져야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냉정하게 발전적인 시스템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 시스템에 거짓말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일부 유튜버들을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넣는 것까지 고민하자고요. 그러면 됩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